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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더 냈지만, 참전은 안했다’… 美 트럼프, 나토 정상에 이란戰 불참 추궁

2026.07.06 15:48

트럼프 “돈 필요 없다, 충성 원한다”
西·伊, 이란戰 직접 참전·기지 사용 거부
美 국방부, 유럽 주둔 전력 재검토 착수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오는 7일 튀르키예 앙카라에서 개막하는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정상회의를 앞두고 일부 유럽 동맹국이 최근 이란전쟁에 직접 참전하지 않은 일을 꺼내며 동맹에 ‘충성’을 추궁하고 나섰다.

지난해 나토 회원국들 트럼프 요구를 받아들여 2035년까지 국내총생산(GDP)의 5%를 국방·안보 분야에 투자하기로 합의했다. 그러나 트럼프는 최근 마르크 뤼터 나토 사무총장을 만난 자리에서 “돈은 필요 없다. 그저 충성(loyalty)을 원한다”며 미국이 전쟁할 때 충분히 돕지 않은 국가를 진정한 동맹으로 볼 수 있느냐고 되물었다. 유럽이 방위비 증액 요구를 받아들이자, 트럼프는 그 다음 단계로 미국이 독자적으로 시작한 전쟁에 얼마나 협조했는지를 동맹 자격을 가르는 새 기준으로 추가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과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2025년 9월 25일 미국 워싱턴 백악관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연합뉴스

5일 독일 도이체벨레와 워싱턴포스트(WP)는 나토가 유럽·캐나다 국방비 증액과 미국산 무기 구매 확대를 트럼프 행정부 성과로 부각하면서 미국과 정면충돌을 피하고 있다고 전했다. 정상들이 참여하는 회담 일정과 공동선언도 핵심 의제만 남겨 두고 최대한 얼굴 마주칠 일을 줄였다. 로이터에 따르면 이번 정상회의 공동선언 초안에는 나토 조약 5조에 대한 ‘철통 같은(ironclad)’ 공약과 러시아를 장기 위협으로 규정하는 문구, 우크라이나에 올해 700억유로를 지원하고 내년에도 최소 같은 수준을 유지한다는 계획이 담겼다. 이란과 관련해서는 핵무기 보유 불용과 호르무즈해협 항행 자유를 요구하는 원칙 문구만 넣어 미국 전쟁을 나토가 공식 추인하는 형식을 피했다. 트럼프는 회의 기간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아흐메드 알샤라 시리아 대통령과 잇달아 회담한다. 이재명 대통령도 정상회의에 참석해 방위산업포럼에서 연설한다.

나토 회원국들이 2014년 세운 국방비 목표는 GDP의 2%였다. 트럼프는 집권 1기부터 유럽이 미국 군사력에 기대면서 국방비를 아낀다고 비판해왔다. 회원국들은 결국 지난해 헤이그 정상회의에서 2035년까지 핵심 국방비 3.5%에 군사 인프라·사이버안보 등 1.5%를 더해 GDP의 5%를 투자하기로 약속했다. 나토는 유럽·캐나다의 핵심 국방 투자가 2025년 한 해에만 1390억달러(약 212조원) 늘었다고 집계했다.

AP에 따르면 뤼터 사무총장은 지난달 24일 백악관 집무실에서 트럼프를 만나 2017년 이후 유럽·캐나다가 추가로 지출한 국방비 1조2000억달러(약 1832조원)를 금색 글씨로 ‘트럼프 트릴리언(The Trump Trillion)’이라고 적은 도표로 제시했다. 유럽이 미국산 무기 약 3000억달러(약 458조원)어치를 주문해 미국 안에 수만개 일자리를 만들고 있다는 설명도 곁들였다. 그러나 트럼프는 그 자리에서 “스페인은 공포 그 자체(horror show)다. 이탈리아에 실망했고 영국에도 실망했다”며 이란전에 직접 참전하지 않거나, 기지 대여에 소극적이었던 동맹국을 하나씩 거명했다. 이어 “그들은 우리를 실망시켰다”고 다그쳤다.

미국은 지난 2월 28일 이스라엘과 나토 동맹국과 사전 협의 없이 이란 공습을 시작했다. 스페인·이탈리아 등 일부 회원국은 이 전쟁에 직접 참전하거나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작전에 참여하기를 거부했다. 이들은 이란 공격에 쓰이는 공동기지와 영공 사용에도 제한을 뒀다. 대다수 회원국은 그러면서도 기존 합의에 따라 미군의 기지 사용과 영공 통과, 병력·장비 이동을 지원했다. 뤼터는 트럼프에게 “6주간 이어진 이 전쟁에서 미군 항공기 4000~5000대가 유럽 기지에서 이륙했다”고 반박했다고 AP는 전했다. 다만 유럽은 군수·후방지원을 제공하면서도 미국이 시작한 전쟁에 교전국으로 뛰어드는 데는 선을 그었다.

나토 조약 5조는 유럽이나 북미의 회원국 한 곳이 무력공격을 받으면 이를 전체 회원국에 대한 공격으로 간주한다. 이후 ‘각국은 판단 하에 필요한 조치를 취하라’고 규정한다. 미국이 먼저 시작한 역외 군사작전에 다른 회원국이 자동으로 병력을 보내야 한다는 조항은 없다. 이란전쟁도 지난달 이후 전면 교전이 멈춘 휴전 상태라 미국이 지금 새 전쟁에 참전을 요구하는 국면은 아니다.

미 국방부는 지난달 유럽 회원국이 공격받을 때 제공하기로 약속했던 병력과 군함·항공기·무인기 규모를 줄이겠다고 발표했다. 피트 헤그세스 미 국방장관은 유럽 주둔 미군과 전력 배치를 6개월간 재검토하면서 공동기지 사용과 영공 통과, 위기 시 병력 이동 권한을 명확히 보장받겠다고 밝혔다. 이란전쟁 당시 일부 국가가 공격작전용 기지·영공 사용을 제한한 경험이 재검토 배경으로 꼽힌다. 다만 미 국방부는 어느 국가의 주둔 전력을 줄일지 아직 확정하지 않았다.


방위비는 GDP 대비 3.5%나 5%처럼 숫자로 잴 수 있지만 충성에는 합의된 기준이 없다. 기지와 영공을 내주면 충분한지, 미국의 군사행동을 공개 지지해야 하는지, 병력까지 보내야 하는지에 따라 평가가 갈린다. 미국 대통령이 회원국별 충성도를 자의적으로 판단해 집단방위 공약과 연결하면 러시아가 나토의 대응 의지를 시험할 가능성이 커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때문에 전문가들은 이번 회담에서 이란전처럼 미국이 주도한 전쟁에 유럽이 어디까지 협력해야 하는지, 앞으로 미국이 어떤 조건 하에서 유럽 방어에 나설지에 대한 답을 도출하기 어렵다고 내다봤다. 뤼터 사무총장 지난달 백악관 회동 뒤 기자들에게 트럼프가 나토 동맹에 “전적으로 전념하고 있다(completely committed)”며 유럽이 공격받으면 미국이 “반드시” 방어에 나설 것이라고 말했다. 반면 옌스 스톨텐베르그 전 나토 사무총장은 회고록에서 트럼프와 충돌했던 2018년 정상회의를 돌아보며 “미국 대통령이 더는 다른 동맹국을 방어할 뜻이 없다고 말하고 항의 표시로 나토 정상회의장을 떠난다면, 나토 조약과 그 안전보장은 별다른 가치가 없다”고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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