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드 이슈] 반복되는 ‘역대급’ 폭염, 유럽 기후 정책 흔들리나
2026.07.06 15:23
[앵커]
앞서 보신 대로 미국 독립 250주년 행사는 기록적인 더위 속에 치러졌습니다.
유럽 역시 지난달에 이어 폭염이 다시 찾아왔다는데요.
이 때문에 기후 정책을 둘러싼 논쟁도 폭염만큼이나 뜨거워지고 있습니다.
정다원 기자와 이 내용 자세히 짚어봅니다.
독립기념일 주말에 미국 동부 지역이 폭염에 휩싸였죠.
어느 정도였습니까?
[기자]
네, 최고 기온이 40도에 육박할 정도로 더웠습니다.
여기에 높은 습도가 더해지면서 그야말로 찜통더위였는데요.
연휴 기간에 온열질환으로 숨진 사람이 최소 25명에 이를 정도입니다.
이에 독립 250주년을 기념하는 야외 행사가 줄줄이 취소되거나 축소됐습니다.
[숀 모니카 에들런드/관광객 : "구급대원들이 와서 15명이나 이송하더라고요. 그들이 더위로 인해 쓰러졌거든요. 그러니까 통제하려고 행사를 중단한 게 아니라, 안전을 위해 중단한 겁니다."]
체감 온도 47도를 기록한 필라델피아에선 전국 최대 규모로 예정됐던 퍼레이드가 취소됐습니다.
이 퍼레이드에선 우리나라 조선소에서 만든 대형 거북선 모형이 공개될 예정이었지만, 결국 다음을 기약하게 됐습니다.
[앵커]
폭염이 심각하다 보니, 행사뿐 아니라 일상에도 큰 지장이 있다면서요.
[기자]
그렇습니다.
미국 기상청은 이번 폭염이 국토의 절반 넘게 영향을 미쳤다고 밝혔습니다.
일단 전력 사용량이 급증하며 15만 가구 이상 정전 피해를 입었고요.
열차 선로가 뒤틀릴 위험이 커지면서 운행에 차질을 빚었습니다.
병원 응급실엔 탈수와 열사병 환자도 잇따랐습니다.
폭염은 어제와 그제 절정에 이르렀다가 잠시 수그러들었는데요.
하지만 내일부터 주말까지 남동부와 대서양 연안 등에 극심한 더위가 다시 찾아올 것으로 예보됐습니다.
[앵커]
잠시 물러가는 듯했던 유럽 폭염도 다시 시작된다고요?
[기자]
그렇습니다.
유럽은 지난달 폭염과 사투를 벌였는데요.
프랑스와 독일, 폴란드 등은 관측 이래 최고 기온을 기록했습니다.
신호등 외장재와 전차 선로가 녹아내리는가 하면, 길바닥에서 달걀 프라이를 만드는 실험도 속속 등장했습니다.
뜨거운 열기는 알프스 빙하조차 유례없는 속도로 녹여버렸습니다.
[마티아스 후스/스위스 빙하 모니터링 기구 책임자 : "지난 겨울에 쌓인 눈이 다 녹아 없어졌습니다. 보통은 여름이 끝나는 시점인 9월 말에 나타나야 할 빙하의 상태입니다."]
폭염 사망자도 급증했습니다.
특히 폭염이 오래 이어진 프랑스와 스페인에선 최소 3천 명이 넘는 사망자가 나온 걸로 잠정 집계됐습니다.
유럽에선 한때 약 2억 명이 35도 이상 고온에 노출됐다는 분석도 나왔습니다.
이 같은 더위는 지난 일주일간 주춤했지만, 이번 주 스페인과 프랑스 일부 지역에 40도 안팎의 폭염이 다시 찾아왔습니다.
문제는 지난달 폭염으로 바싹 말라버린 토양에 산불이 번지고 있다는 겁니다.
폭염이 반복될수록 산불과 가뭄, 농작물 피해도 걷잡을 수 없이 커질 거란 우려가 제기됩니다.
[앵커]
아직 여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지도 않았는데, 폭염이 벌써 왜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걸까요?
[기자]
네, 열돔이 계속 만들어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원래 뜨거운 공기는 위로 올라가서 흩어져야 하는데요.
강한 고기압이 하늘을 덮으면서, 열기를 가둬버리는 겁니다.
특히 양 옆의 저기압 때문에 열돔이 움직이지 못해, 공기가 더 오래 갇혀 있는 모양새인데요.
이 열돔은 이번 달 북반구 곳곳에서 발생할 걸로 전망되는데요.
여기다 강력한 엘니뇨 가능성도 제기되며 비상이 걸렸습니다.
엘니뇨는 적도 부근 해수면 온도가 올라가 세계 곳곳에 폭염과 홍수를 일으키는 현상인데, 올해 엘니뇨는 1950년 이후 가장 강력한 수준일 걸로 예측됩니다.
[알바로 실바/세계기상기구 과학자 : "엘니뇨는 지구 기온을 추가로 끌어올리는 역할을 합니다. 엘니뇨가 발생하는 해에 지구 기온은 보통 기록적인 수준에 도달합니다."]
유럽 연구 기관인 WWA는 기후변화로 인해 폭염 가능성이 20년 전보다 200배 높아졌다고 지적했습니다.
[앵커]
혹독한 폭염 때문에 유럽의 기후 정책도 논란이 되고 있다면서요?
[기자]
네, 유럽은 세계에서 가장 적극적으로 탄소 감축 정책을 펴 온 지역입니다.
에너지 소비가 큰 냉방 기기 설치를 강하게 규제해 왔죠.
이 때문에 독일과 영국의 경우 가정용 에어컨 보급률이 5% 안팎이고, 프랑스도 20% 수준에 불과합니다.
하지만 기록적인 폭염이 반복되면서, 규제 정책을 둘러싼 논쟁에 불이 붙었습니다.
특히 내년 대선을 앞둔 프랑스 정치권에서 논란이 뜨거운데요.
강경 우파인 마린 르펜이 자신이 대통령에 당선되면 병원과 요양시설, 학교에 에어컨을 보급하겠다고 나서자 에어컨 규제를 풀면 탄소 배출이 늘어 폭염의 악순환에 빠질 거란 반론이 잇따라 제기됐습니다.
영국에서도 학교 냉방시설 확충과 건축 기준 개편 논의가 본격화됐고, 독일 역시 냉방 대책을 재편하라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습니다.
세계기상기구는 앞으로 5년 안에 사상 최고 기온을 경신할 가능성이 80% 이상이라고 내다봤습니다.
전문가들은 폭염이 이제 생존과 복지, 정치까지 흔드는 사회 문제가 됐다며, 탄소 감축과 함께 사회적 대비도 서둘러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영상편집:박혜민 변혜림/그래픽:김현갑/자료조사:전가영/화면출처:유엔TV, 인스타그램 @steph.venture, @jhonny_puttini/X @angersinfo, @cpasdeslol, @Focus Media_Fr/틱톡 @geoffroy.boula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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