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병태 부위원장님, 배재고 야구부 징계는 표현의 자유 침해가 아닙니다
2026.07.06 11:11
| ▲ 이병태 규제합리화위원회 부위원장이 청와대에서 이재명 대통령 주재로 열린 규제합리화위원회 제1차 전체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2026.4.15 |
| ⓒ 연합뉴스 |
1992년 11월 13일, 미국 오하이오주 법정에서 충격적인 증언이 나왔다. 전직 구단 직원 팀 사보(Tim Sabo)가 신시내티 레즈를 상대로 제기한 민사소송의 증언 절차에서였다. 신시내티 레즈의 전 마케팅 책임자 칼 레비(Cal Levy)가 구단주 마지 쇼트(Marge Schott)의 행실에 대해 입을 열었다.
그의 증언에 따르면 쇼트는 흑인 외야수 에릭 데이비스와 데이브 파커를 두고 "백만 달러짜리 깜둥이들"(million-dollar niggers)이라고 불렀다. 그게 끝이 아니었다. 쇼트가 집에 나치 스와스티카(갈고리 십자가) 완장을 보관하고 있었다는 증언도 나왔다.
미국 야구계는 발칵 뒤집혔다. 쇼트는 스타 구단주로 대중 앞에 자주 나섰고, 팬 친화적인 인물로 알려져 있었다. 티켓과 매점 가격을 낮게 유지해 가족 단위 팬들에게도 인기가 상당했다. 1990년에는 그가 구단주로 있던 신시내티 레즈가 내셔널리그 정상에 올랐고, 월드시리즈에서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를 꺾고 우승했다. 그런데 그 뒤에서는 자신의 구단 선수를 인종차별적 언어로 멸시하고 있었던 것이다.
논란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관련 증언이 이어졌다. 전 오클랜드 애슬레틱스 관계자 샤론 존스는 쇼트가 MLB 구단주 전화회의에 앞서 "다시는 흑인을 고용하지 않겠다. 흑인보다는 훈련된 원숭이를 쓰겠다"는 취지의 말을 했다고 증언했다. 쇼트는 자신이 인종차별주의자가 아니라고 해명했지만, 1996년에도 히틀러에 대해 "처음에는 좋았다. 고속도로를 만들고 공장을 돌렸다. 다만 너무 멀리 갔다"라는 식으로 말해 다시 논란을 일으켰다.
메이저리그 베이스볼 집행위원회는 이 사건을 단순한 말실수로 보지 않았다. 집행위원회는 1993년 2월 쇼트에게 1년 정직과 2만 5000달러의 벌금을 부과했다. 이후에도 차별적 발언과 히틀러 관련 발언이 반복되자 쇼트를 구단 운영에서 다시 배제했다. 쇼트는 결국 1999년 레즈의 지배 지분을 매각했다.
이 사건에서 우리는 두 가지 맥락을 파악할 수 있다. 첫째, 쇼트는 인종차별적 발언을 했지만 형사처벌을 받지는 않았다. 둘째, 그러나 자신이 속한 스포츠 공동체에서는 중징계를 받았고, 그 공동체는 쇼트에게 도의적 책임을 물었다. 이는 차별적 표현이 곧바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 않더라도, 소속 공동체 내부의 규범에 따라 제재될 수 있음을 의미한다.
출신과 정체성을 이유로 모욕, 중대한 혐오 및 차별 행위
| ▲ 29일 청룡기 대회에서 더그아웃 응원 중인 배재고 선수들 |
| ⓒ 강릉야구TV 채널 |
멀리 돌고 돌아 이 이야기를 꺼낸 이유는 최근 대통령 직속 규제합리화위원회의 이병태 부위원장이 SNS에 올린 글 때문이다. 이 부위원장은 배재고 야구부 징계를 두고 "5·18이 성역이 됐다", "북한의 모습"이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그는 부적절한 응원 구호는 비판하면 될 일이지, 발언을 근거로 처벌하는 것은 기본권의 부인이라고 주장했다(관련기사: 배재고 징계는 '5·18 성역화'? 이병태에 청와대 공개 경고 https://omn.kr/2iy5a).
일단 하나만 확실히 하자. 5·18민주화운동에 대한 폄훼와 조롱은 지금도 표현의 자유 안에서 다뤄지고 있다. 단순히 5·18을 비하하는 발언은 지탄의 대상이 될 수 있을지언정, 그것만으로 곧바로 형사처벌의 대상이 되지는 않는다. 5·18 관련 발언이 실제 형사문제로 이어진 사건들은 특정 유가족에 대한 사자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처럼 단순한 조롱을 넘어 사실관계를 왜곡하거나 특정인의 명예를 침해한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배재고 야구부 사건 역시 형사처벌의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이들은 야구선수로서 도의적 잘못을 범했다. 경쟁 상대를 존중하지 않았고, 5·18민주화운동 당사자와 유가족에게 상처를 주었으며, 야구계의 품위를 훼손했다. 무엇보다 해당 발언은 부적절한 역사 인식 이전에 명백한 지역 차별이자 혐오에 속한다.
한국 사회에서는 지역 차별의 형태로 나타났을 뿐, 스포츠 윤리의 관점에서 보면 인종차별적 구호와 같은 범주에 놓이는 중대한 혐오 및 차별 행위다. 상대를 실력이나 경기 내용이 아니라 출신과 정체성을 이유로 모욕했기 때문이다. 종목을 불문하고 어느 스포츠 협회든 혐오와 차별 행위는 강력한 제재의 대상이 된다.
따라서 대한야구소프트볼협회 스포츠공정위원회가 내린 징계는 정당하며, 이는 표현의 자유 보장과 충돌하지 않는다. 표현의 자유는 발언 그 자체만으로 국가권력이 형벌을 내려서는 안 된다는 헌법적 기본권이지, 개인이 소속 공동체 안에서 져야 할 책임까지 면제해주는 권리가 아니다. 누구나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자신이 뱉은 말에 대한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
이병태 부위원장의 글이 지닌 문제는 국가기관이 침해할 수 없는 개인의 기본권, 운동선수의 도의적 문제, 관할 단체의 자율적 규제라는 서로 다른 맥락을 뒤섞어버렸다는 데 있다. 형법에 저촉되지 않는 수준에서도 구성원의 도의적 문제는 충분히 제기될 수 있다. 사실관계상 그 행위가 타인과 조직에 해를 끼쳤다면, 그 구성원은 내부 규정에 따라 직무상 불이익이나 징계처분을 받을 수 있다.
이게 그렇게 어려운 구분인가? 존 스튜어트 밀의 <자유론>을 인용하기 전에, 자신이 펼치려는 논리의 맥락과 사건의 맥락을 층위별로 구분하는 일이 먼저 아니었을까?
이를 몰랐다면 지극히 기초적인 실수이며, 알면서도 말했다면 그 의도가 무엇인지 심히 궁금하다. 어떤 경우든 사안의 본질을 흐린 이 발언은 본인에게도, 사회에도 긍정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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