멕시코 축구의 성지인 에스타디오 아즈테카가 무너졌다. ‘축구 종가’ 잉글랜드가 후반 초반 퇴장 여파로 10명으로 싸우는 어려움 속에 개최국 멕시코를 꺾고 60년 만의 월드컵 우승 도전을 이어갔다.
토마스 투헬(독일) 감독이 이끄는 잉글랜드 축구대표팀은 6일(이하 한국시간) 멕시코 멕시코 시티 스타디움에서 열린 멕시코와의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16강전에서 주드 벨링엄의 2골과 해리 케인의 페널티킥 결승 골을 엮어 멕시코의 추격을 3-2로 뿌리쳤다.
잉글랜드는 2-1로 앞선 후반 9분, 수비수 자렐 콴사가 퇴장당해 수적 열세에 놓인 채 40분 이상을 싸워야 했지만, 리드를 끝까지 지켜내며 대회 3회 연속 8강 진출을 이뤘다. 1966년 자국 대회에서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월드컵 우승 트로피를 들어 올린 잉글랜드는 이번 대회에서 60년 만의 정상 탈환을 노리고 있다. 이제 잉글랜드는 ‘삼바군단’ 브라질을 2-1로 누르고 사상 첫 월드컵 8강 진출에 성공한 노르웨이와 12일 오전 6시 미국 마이애미 스타디움에서 4강 진출을 다툰다.
반면 자국에서 열린 1970년과 1986년 대회에서 8강에 오른 게 역대 최고 성적인 멕시코는 이날 경기로 대회를 마감했다. 공교롭게도 이날 경기는 멕시코에서 치르는 이번 대회 마지막 경기였다. 이날 경기를 치른 멕시코 시티 스타디움의 원래 이름은 에스타디오 아즈테카로 멕시코 축구의 성지와도 같은 곳이다. 1966년 개장한 이래 멕시코 대표팀은 이곳에서 치른 공식전 89경기에서 무려 70승 17무 2패를 기록 중이었다. 마지막 패배는 2013년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북중미 최종예선 온두라스전 1-2 패배였다. 멕시코는 이 경기장에서 치른 월드컵 본선 10경기에서도 8승 2무를 기록 중이었는데 잉글랜드전 패배로 무패 행진이 중단됐다.
멕시코 시티는 해발 2240m의 고지대인데 잉글랜드는 경기 이틀 전 멕시코시티에 도착하는 등 불리한 여건을 극복하고 값진 승리를 챙겼다. 게다가 이곳에서 잉글랜드는 안 좋은 추억이 있다. 1986 멕시코 월드컵 아르헨티나와의 8강전에서 이른바 ‘신의 손’이라 불리는 디에고 마라도나의 핸들링 반칙으로 인해 골을 허용해 패했던 기억이 있다.
악천후로 인해 예정보다 1시간 늦게 킥오프한 이날 경기 초반에는 양 팀 모두 조심스럽게 탐색전을 펼쳤다. 그러던 중 전반 15분 멕시코의 득점 기회가 골키퍼 선방으로 지워졌다. 로베르트 알바라도가 상대 오른쪽 진영에서 올린 크로스를 라울 히메네스가 몸을 던져 헤딩슛으로 연결했으나 잉글랜드 골키퍼 조던 픽퍼드가 가까스로 쳐냈다. 잉글랜드는 물 보충 휴식 직후인 전반 26분 픽퍼드가 한 번에 길게 넘긴 공을 앤서니 고든이 빠른 발을 이용해 살려낸 뒤 페널티지역 안 왼쪽에서 오른발 슈팅까지 시도했으나 골키퍼 라울 랑헬에게 잡혔다. 이후 멕시코가 점유율을 높여갔고, 전반 32분 루이스 로모가 페널티아크를 앞에두고 오른발 중거리 슛을 시도했으나 골문을 크게 벗어났다.
멕시코 선수들이 경기를 주도하며 자신감을 키워가던 순간, 잉글랜드의 역습에 흐름이 확 바뀌었다. 잉글랜드는 전반 36분 골키퍼 픽퍼드로부터 공을 건네받은 데클런 라이스가 오른쪽 측면을 타고 드리블한 뒤 부카요 사카에게 이어줬고, 사카가 페널티 지역 오른쪽에서 올린 크로스를 벨링엄이 골문 앞에서 다이빙 헤더로 골망을 흔들어 선제골을 뽑았다. 멕시코의 이번 대회 첫 실점이었다.
벨링엄은 일격을 당해 당황한 멕시코의 골문을 2분 만에 다시 열었다. 잉글랜드가 상대 진영에서 공을 가로채 역습에 나섰고, 고든과 벨링엄으로 이어진 공을 케인이 페널티지역 오른쪽에서 낮게 깔아주자 벨링엄이 문전으로 쇄도하면서 오른발로 마무리했다. 이번 월드컵을 앞두고 투헬 감독과 갈등을 빚으며 주전 탈락의 위기에 놓이는 게 아니냐는 얘기도 나왔지만, 벨링엄은 조별리그부터 주전 공격형 미드필더로 출격하고 있고 이날 멀티골을 넣으며 자신을 둘러싼 루머를 일축했다.
예상 외의 두 방을 얻어맞은 멕시코는 이른 시간에 추격에 나섰다. 전반 42분 프리킥 기회에서 잉글랜드 수비 맞고 흐른 공을 훌리안 키뇨네스가 페널티지역 중앙에서 오른발 논스톱 발리슛으로 골문에 꽂았다.
잉글랜드는 후반 들어 위기를 맞이했다. 후반 9분 오른쪽 수비수 콴사가 헤수스 가야르도에게 위험한 태클을해 퇴장당한 것. 수적 열세에 놓인 잉글랜드는 후반 12분 공격수 사카를 빼고 수비수 존 스톤스를 투입해 전열을 재정비했다. 쫓기던 잉글랜드는 후반 15분 케인의 페널티킥 골로 다시 리드를 벌렸다. 케인의 헤딩 패스를 고든이 이어받으려던 순간 달려 나온 골키퍼와 충돌하며 페널티킥을 얻어냈고 키커로 나선 케인이 오른발로 강하게 멕시코 골문에 꽂았다. 케인의 이번 대회 6호 골이다. 멕시코도 후반 24분 케인의 반칙으로 얻은 페널티킥을 히메네스가 오른발로 차넣어 다시 한 골 차로 따라붙었다.
이후 멕시코는 공격적인 선수 교체로 추가 골 사냥에 박차를 가했다. 반면 잉글랜드는 후반 45분 케인까지 빼고 미드필더 모건 로저스를 투입하는 등빗장을 걸어 잠근 채 멕시코의 공세를 받아냈다. 추가 시간이 11분이나 주어졌으나 멕시코의 파상 공세를 육탄 방어로 막아내면서8강으로 가는 길을 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