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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벌집 막내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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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이 중앙그룹을 위기로 내몰았나

2026.07.06 06:40

JTBC가 206억원의 채무불이행을 선언했다. 유동성 위기는 중앙그룹 내에서 빠르게 전이됐다. 계열사 간 보증 구조가 복잡하게 짜였을뿐더러 무리한 투자와 실책이 거듭된 탓이다.
6월12일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JTBC가 개국 15년 만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김흥구


6월12일(한국 시각) 북중미 월드컵 조별리그 첫 번째 경기에서 한국 대표팀이 체코를 상대로 짜릿한 역전승을 거뒀다. 그러나 같은 날, 이번 월드컵의 국내 중계권을 독점 보유한 JTBC에서는 빚 일부에 대한 상환 불이행 사태가 발생했다. 만기가 돌아온 이날 JTBC가 상환하지 못한 금액은 모두 206억원이었다. JTBC의 유동성 위기는 ‘중앙그룹’의 다른 계열사들로 빠르게 전이됐다. 한 회사가 빚을 갚지 못하면 다른 계열사가 대신 부족분을 메워야 하는, ‘계열사 간 보증’ 구조가 복잡하게 짜여 있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12월 기준, 그룹의 지주회사인 중앙홀딩스는 주요 계열사들에게 상당한 규모의 자금을 빌리고 있었다. 〈중앙일보〉에서 450억원, 콘텐트리중앙에서 400억원, 중앙피앤아이에서 110억원, JTBC에서 15억원을 차입했다. 지주사가 계열사들로부터 자금을 끌어와 유동성을 메우고 있었던 것이다. 이와 동시에 중앙홀딩스는 JTBC에 40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자금 보충 및 조건부 채무인수)을 서고 있었다. 〈중앙일보〉도 JTBC에 모두 400억원 규모의 채무보증(자금 보충 및 조건부 채무인수) 두 건을 제공했다.

그러니까 중앙홀딩스는 계열사들로부터 돈을 빌린 채무자인 동시에, JTBC 채무를 뒷받침하는 보증인이었다. 〈중앙일보〉는 중앙홀딩스에 돈을 빌려주는 한편 JTBC 채무까지 보증하고 있었다. JTBC가 빚을 갚지 못하면 중앙홀딩스나 〈중앙일보〉가 대신 부족분을 메우거나 채무를 떠안는 구조였던 셈이다.

채권자(금융회사)들로서는 JTBC의 채무불이행을 그룹 전체의 신용 위험으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결국 중앙그룹 계열사들에 대해 조기 상환이나 만기 연장 거부 등의 압박을 가했을 가능성이 크다. 6월14일, JTBC의 최대 주주 중앙홀딩스를 필두로 계열사인 콘텐트리중앙·메가박스중앙·중앙피앤아이 등 4개사가 서울회생법원에 회생절차 개시를 신청했다. 당장 빚을 원래 조건대로 갚기는 어려우니 법원의 감독하에 채권자들과 상환 조건을 조정하게 해달라는 요청이다. 6월15일 JTBC는 회생절차를 신청하면서 자율구조조정지원(ARS) 프로그램 희망 의사를 밝혔다. 회생절차를 개시하기보다 채권자들과 자율 협상할 시간을 달라는 의미다. 국내 주요 신용평가회사들은 JTBC를 비롯한 중앙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등급을 일제히 낮췄다.

무엇이 원인일까. 채무불이행을 선언한 6월12일 JTBC는 “디지털과 OTT를 중심으로 미디어 환경이 급변하면서 TV 방송 광고 시장이 크게 위축되는 등 대외적 여건이 악화되면서 오늘 상황이 발생했다”라고 밝혔다. 방송산업 전반에 한파가 불어닥쳤다는 점은 사실이다. 국내 방송 시장의 핵심 재원인 광고가 방송산업에서 이탈하고 있다. 6월19일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가 발표한 ‘2025년도 방송사업자 재산상황 공표집’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5년까지 인터넷과 모바일 광고 매출은 각각 연평균 7.8%와 7.5% 성장했지만, 방송광고 매출은 연평균 10.6% 하락했다. 천현진 국립순천대 애니메이션·문화콘텐츠스쿨 학술연구교수는 〈시사IN〉에 “방송 수익모델이 이제 시청률에 좌우되는 구조가 아닌 데다 방송광고 시장도 추락했다”라고 말했다. 프로그램에 광고를 붙여 제작비를 회수하고 이익을 내던 방송사의 비즈니스 모델이 한계에 달했다는 지적이다.

6월23일 홍정도 중앙그룹 부회장이 서울회생법원에서 열린 중앙그룹 계열사 기업회생 신청 대표자 심문에 출석했다. ©공동취재


JTBC는 2010년 종합편성 채널사업자 4개사 중 한 곳으로 선정됐고, 이듬해인 2011년 12월 개국했다. 이후 〈아는 형님〉 〈냉장고를 부탁해〉 〈SKY 캐슬〉 〈부부의 세계〉 〈재벌집 막내아들〉 등 히트작을 내며 국내 미디어 시장의 큰 축으로 성장했지만, 재무구조는 점점 더 불안해졌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2022년 4381억원이던 매출(연결 기준)이 2023년 3894억원, 2024년 3801억원, 2025년 3737억원으로 떨어졌다. 같은 기간 총차입금은 2199억원에서 3622억원으로 불어났다. 부채비율(부채를 자본으로 나눈 값)은 올해 3월 말 기준 2443.6%에 달했다.

이런 와중에 강행한 스포츠 이벤트 중계권 독점이 악수였다. JTBC는 2019년 콘텐트리중앙의 자회사인 피닉스스포츠를 통해 2032년까지의 올림픽과 월드컵 등 대형 스포츠 이벤트 중계권을 독점계약했다. 이 과정에서 약 7000억원을 투자했다고 전해진다. 이후 중계권을 지상파에 재판매해 중계권료 부담을 줄이려 했지만 협상은 순탄하지 않았다. 올해 월드컵만 해도 KBS를 제외한 지상파 2개사와 협상이 결렬됐다.

연이은 ‘승부수’가 패착이 되다



방송광고 수익이 줄어드는 흐름에서, 방송사의 중요한 수입원이자 미래 먹거리인 작품 IP(지식재산권)를 계열사에 넘긴 것 역시 뼈아픈 실책이었다는 분석도 있다. JTBC는 2022년 12월 〈아는 형님〉 등 JTBC 예능과 드라마 작품 IP 279개를 433억원으로 SLL중앙(스튜디오 룰루랄라)에 매각했다. SLL중앙은 콘텐트리중앙의 자회사로, 중앙그룹 계열사들 콘텐츠 판매와 유통을 맡아왔다. 그런데 IP를 판다는 것은 해당 콘텐츠에서 생길 미래 수익 중 상당 부분을 다른 계열사로 넘긴다는 말이다. JTBC로서는 미래의 가장 중요한 ‘수익 흐름’을 포기한 것과 다를 바 없다. 이창민 한양대 경영학부 교수는 이를 SLL중앙의 상장을 위한 무리수로 봤다. “SLL중앙을 상장시키려면 기업 가치를 올려야 하니, 그룹 내에서 일종의 ‘몰아주기’를 한 것으로 볼 수 있다. JTBC로서 최악의 선택이었다.” 그룹 차원의 승부수였을 SLL중앙 상장도 지금까지 무소식이다.

JTBC 회생 신청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삼성·현대 등 카드사는 전 직원의 법인카드를 정지시켰다. 〈중앙일보〉의 한 관계자는 “(〈중앙일보〉는) 당장 인원 감축은 없을 것 같으나, JTBC에서는 계약직 직원들의 계약을 연장하지 않는다고 들었다”라고 말했다. 그보다 먼저 급여가 끊길 수 있다는 불안도 엄습한다. 한 JTBC 프로그램 외주 제작사 관계자는 “JTBC가 예능국 예산 감축으로 월드컵 시즌 동안 프로그램 일부를 결방시킬 거라고 전해 들었다. 결방하면 (외주 제작사인) 우리는 한 주 치 급여를 못 받는다”라고 말했다. 일본 TBS 계열 매체 JNN은 JTBC의 월드컵 중계 중단 가능성을 제기했지만, JTBC는 “결승전까지 차질 없이 중계한다”라며 그 가능성을 서둘러 일축했다.

현재 JTBC에 남아 있는 최악의 시나리오는 종합편성채널 재승인 거부다. 방송법에 따라 종합편성채널은 주기적으로 방송통신위원회(현 방송미디어통신위원회, 방미통위)의 재승인을 받아야 한다. JTBC는 2025년 11월에 재승인 심사를 받아야 했지만, 방미통위 구성이 지연되면서 재승인 결정도 지금까지 미뤄졌다. 김종철 방미통위 위원장은 6월15일 오전 기자간담회에서 “재승인 과정에 재무·기술 분야에 대한 평가도 포함돼 있기에 관련 부분을 주목해서 살펴보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재정 위기가 JTBC 재승인 심사에 걸림돌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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