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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주항공 강국, ‘측정 주권’ 없이는 미완성[전문가 시선]

2026.07.06 11:56

■ 전문가 시선
- 김형수 한국항공우주산업 품질본부장 상무


지금 대한민국 우주항공은 그 어느 때보다 빠르게 세계로 뻗어가고 있다. K방산을 필두로 까다로운 유럽 시장의 교두보인 폴란드와 여러 동남아·중동 하늘을 지키는 경공격기 FA-50, 인도네시아로 첫 수출에 나선 국산 중대형급 스텔스 전투기 KF-21, 첫 해외수출을 달성한 기동헬기 KUH, 그리고 우주의 꿈을 실은 누리호와 차세대 위성, 여기에 보잉·에어버스 등 최신 기체를 만드는 민수사업까지 우주항공의 수출 성장세는 가히 폭발적이다. K방산 수출은 지난해 약 22조 원으로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4대 방산기업의 수주잔액만 130조 원을 넘어섰다. 정부는 2027년 세계 4대 방산수출국 도약을 내걸었다.

그러나 이 거대한 성장을 떠받칠 측정 기반은 취약하다. 대당 수억 원을 넘나드는 장비가 대부분이며 이를 기업이 모두 갖추기란 사실상 불가능하다. 게다가 측정장비를 한데 모아 활용할 물리적 장소 또한 전무하다. 특히 수출을 하기 위해서는 기체 성능뿐 아니라 그 성능을 입증할 ‘국제 공인 측정 데이터’와 즉시 정비 가능한 ‘측정 및 교정 패키지’도 중요하다. 미국의 국립표준기술연구소(NIST), 독일의 연방물리기술원(PTB)은 오랜 기간 국가측정기관으로서 산업 표준을 선점해 왔다.

중국은 ‘계량강기’(2030)에서 계량을 ‘국가 주권의 상징’으로 규정하고, 양자계량을 핵심으로 한 세계 최고 수준의 측정 인프라 구축을 국가 과제로 못 박았다. 그 사이 우리 기업들은 여전히 핵심장비를 해외교정에 의존하는 등 어려움을 겪고 있다.

최근 국회에서 논의되고 있는 ‘계량에 관한 법률’ 개정안은 대한민국 첨단산업 역사에 새로운 획을 그을 것으로 보인다. 법전에 ‘산업계량’이라는 단어가 새겨지고, 이를 국가가 체계적으로 지원할 근거가 마련되기 때문이다. 법 개정뿐만 아니라 정책을 뒷받침할 재정적 지원, 즉 산업계량을 활성화하고 기반구축을 지원할 예산 투입도 절실하다.

특히 항공우주 제조산업 지역에 ‘산업계량지원센터’를 구축해 고가의 측정장비를 공동 활용하고, 측정기술을 표준화한 문서 및 측정인력을 양성할 훈련 체계와 인공지능(AI) 기반의 지능형 측정시스템 등을 하루빨리 도입해야 한다.

과감한 재원 투자를 통해 대한민국의 ‘K-측정 인프라’를 조속히 구축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우리가 꿈꾸는 글로벌 우주항공 강국으로 도약하는 가장 정밀한 지름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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