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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듀플러스] 상호 불신을 넘어 신뢰의 교실로

2026.07.06 07:00

오광훈 대전서부교육지원청 장학관


30여 년 전의 일이다. 한 학생의 아버지로부터 걸려 온 전화로 시작됐다. "선생님, 우리 애가 천안소년교도소에 수감됐어요. 중학교 때 선생님이 잘 돌봐 주셨으니 우리 아이 한번 만나주시면 안 될까요?". 놀란 나는 자초지종을 묻고 꼭 만나러 가겠다고 약속했다.

그 아이는 중학생 시절 크고 작은 사고를 많이 쳐서 어머님을 학교에 자주 오시게 했다. 어머니는 나를 찾아와 "혼내셔도 좋으니, 운동부에 넣어주시고 사람 좀 만들어 주시면 안 될까요"라며 애원을 하셨다. 운동선수로선 큰 재능이 없어 보였지만 결국 그 아이를 맡았고, 이후 그 아이가 저지른 사고 때문에 이리저리 불려 다녀야 했지만 결국 무사히 고등학교에 진학시켰다.

진학 후 잘 지내고 있는 줄 알았는데, 소년교도소라니 싶은 마음에 나는 조퇴를 하고 그곳을 찾아갔다. 사고 친 아이들 면회로 경찰서 유치장은 몇 번 가 봤지만, 교도소는 무척 낯설었다. 투명한 아크릴판 뒤로 놓여 진 쇠창살 너머 큰 철문이 덜컹하고 열렸다. 열린 철문 사이로 나를 본 아이는 면회실 안으로 들어오지 못하고 고개를 푹 숙이고 서 있었다. "00야! 00야!" 그제야 그 아이는 머리를 긁적이며 들어와 창살 앞에 마주 앉았다. "이 녀석! 지낼 만은 하냐?" 앞에 앉은 녀석은 아무 대답도 못 하고 머리를 숙인 채 연신 눈물을 흘렸다. 나는 "선생님이 돈 조금하고, 읽을 책을 가져왔으니 힘내고 잘 지내 다 와라. 너를 위해 기도할게"라고 말한 뒤 돌아섰지만, 발걸음이 참으로 무겁고 가슴이 아팠다.

몇 년이 흘렀을까. 체육관에서 수업하던 중 검은 양복을 입은 청년 둘이 들어왔다. 한눈에 봐도 평범하진 않았다. 왁자지껄하던 아이들도 갑자기 고요해졌다. 순간 내가 잘못한 것이 있나 싶어 긴장했다. 그 청년들은 나에게 90도 인사를 하며 자신이 그때 그 아이라고 인사했다. 놀랍기도 반갑기도 했다. 창살 너머로 울고 있던 그 아이가 건장한 청년이 돼 나타난 것이다. 보지 못한 세월 동안 그 아이는 많이 변해있었다. 사업을 하고 있다고는 했지만, 셔츠 소매 사이로 간간이 보이는 거친 삶의 흔적들은 그동안의 생활을 짐작하게 했다. 그 친구들의 방문 소식은 순식간에 학생들 사이로 퍼져나가, 한동안 생활지도가 수월하기도 했다.

이 기억을 되짚을 때마다, 나는 오늘날의 학교를 바라보며 무거운 질문을 던지곤 한다. 만약 지금, 30년 전과 똑같이 한 학부모가 내게 "사람 좀 만들어달라"는 부탁을 할 수 있을까. 그리고 나는 과연 그때처럼 그 손을 흔쾌히 잡을 수 있을까. 안타깝지만 선뜻 그렇다고 답하기 어려운 것이 지금 교육 현장의 서글픈 현실이다. 지난 세월 동안 학교 환경은 많이 변했고, 교사가 사명감 하나로 학생의 삶에 깊숙이 개입하기엔 감당해야 할 위험과 불신의 장벽이 너무나 커졌기 때문이다.

한국교육개발원 교육여론조사에 따르면 학교가 국민으로부터 '잘하고 있다'라는 평가를 받기 위해 가장 필요한 것이 '학생을 위한 맞춤형 상담 및 학생지도'다. 하지만 동일한 응답자의 절반 이상이 '학생과 학부모에 의한 교육활동 침해행위가 심각하다'고 평가하고 있어, 학교를 향한 국민의 바람이 이루어질 수 있을지 불명확하다. 오늘도 교육의 한편에선 교육활동 침해행위와 학교폭력 사안에 대한 심의와 처분이 지속되고 있다. 학교는 사법적 판단이 지배하는 법정이 아니라, 인격과 인격이 만나 신뢰를 형성하는 교육 공동체다. 교사가 안심하고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는 믿음, 학부모가 내 아이를 안심하고 맡길 수 있다는 믿음이 전제되지 않는다면 그 어떤 제도도 무용지물일 것이다. 이 소모적인 불신의 악순환을 끊어내고 학교 구성원 간의 신뢰를 회복하는 일이야말로 교육 정상화의 출발점이라 생각한다.

교도소 창살 너머에서 눈물 흘리던 그 소년은 40대 중반의 고등학생 학부모가 됐다. 가끔이지만 먼저 연락을 주는 그 마음이 귀하고 감사하다. 시대는 많이 변했지만 학교를 향한 모두의 기대는 변함이 없을 것이다. 학생, 학부모, 교사 모두에게 든든한 신뢰의 징검다리를 놓아줄 수 있는 교육행정이 될 수 있길 소망한다. 오광훈 대전서부교육지원청 장학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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