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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 중앙은행 4%만 택한 ‘금 ETF’…한은도 투자 만지작

2026.07.06 06:02

서울 중구 한국은행 전경. 연합뉴스


한국은행이 전 세계 중앙은행 가운데 4% 가량만 택하고 있는 ‘금 상장지수펀드(ETF)’ 투자 방식에 눈을 돌리고 있다. 13년째 멈춘 금 투자를 재개할 가능성을 열어둔 셈이다. 국제 금값이 최근 큰 폭으로 떨어진 뒤 단기 반등하는 등 변동성이 커진 상황이어서 실제 투자 시점도 관심을 끌고 있다.

6일 세계금협회(WGC)에 따르면 올해 중앙은행 68곳을 대상으로 금 매입 방식을 조사한 결과 금 기반 ETF를 활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4%에 그쳤다. 대부분은 장외시장(OTC) 등을 통해 금을 매입했다.

WGC는 지난 2일 공개한 중앙은행 금 통계 보고서에서 한은의 금 ETF 투자 움직임을 별도 사례로 소개했다. 한은이 외화자산 다변화를 위해 해외 금 현물 ETF 투자 준비를 마쳤다는 내용이다.

세계금협회가 한국은행을 지목해 금 ETF 도입 준비를 마쳤다고 평가한 내용. 세계금협회 홈페이지 캡처.


한은도 지난달 국회 서면 답변에서 “외환보유액 운용 효율화 차원에서 실물 금 이외에도 금 ETF 등으로 투자상품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이를 위한 제반 여건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투자 계좌 개설과 내부 규정 개정, 시스템 구축 등 관련 절차를 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한은이 실물 금 대신 ETF를 검토하는 배경에는 외환보유액의 운용 특성이 있다. 외환보유액은 금융시장 불안 시 즉시 활용해야 하는 대외지급준비금인 만큼 안전성과 유동성이 우선된다.

26일 서울 종로구 한국금거래소 종로본점에서 골드바가 진열되어 있다. 연합뉴스


실물 금은 현금화가 상대적으로 쉽지 않고 이자나 배당 등 현금 흐름도 없다. 금괴를 직접 보유하면 운송·보관 비용도 발생한다. 한은에 따르면 2023년 기준 금의 하루 평균 거래 규모는 미 국채의 21.4%, 미국 주식의 31.6% 수준이었다. 한은이 보유한 금은 현재 전량 영란은행에 보관돼 있다.

반면 금 현물 ETF는 금값을 추종하면서도 거래소에서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다. 실물 운송과 보관 부담을 줄이면서 필요할 때 상대적으로 신속하게 현금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WGC 역시 높은 유동성과 낮은 보관 비용을 한은이 ETF를 검토하는 배경으로 꼽았다.

한은 관계자는 “금 ETF 매입을 검토 중인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확정된 사안은 아니다”라며 “안전성과 유동성을 최우선으로 하되 외환보유액 운용 다변화 차원에서 다양한 가능성을 살펴보고 있다”고 말했다.

변수는 최근 금값 흐름이다. 국제 금값은 올해 2분기 13년 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다. 금 선물 가격은 2분기 13.4% 하락해 2013년 2분기 이후 최대 분기 낙폭을 기록했고, 6월 한 달 금 현물 가격도 11.2% 밀렸다.

9일 서울 시내 한 금은방에 금 제품이 진열돼 있다. 연합뉴스


지난달 30일 금 현물 가격은 장중 온스당 3943달러까지 떨어져 지난해 11월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금리 인상 전망과 달러 강세가 금값을 끌어내린 주요 요인으로 꼽힌다. 금은 이자를 지급하지 않아 시장 금리가 오르면 채권 등 이자 자산에 비해 투자 매력이 낮아지는 경향이 있다.

다만 이달 들어서는 단기 반등했다. 금 현물 가격은 지난 2일 하루 새 2.2% 오른 온스당 4116.54달러를 기록한 데 이어 3일에는 4174.21달러까지 상승했다. 미국 고용지표 부진으로 연방준비제도(Fed)의 금리 인상 우려가 일부 누그러진 영향이다.

아직 추세 전환을 단정하기는 이르다는 시각이 우세하다. JP모건은 최근 금 수요가 예상보다 약하다며 올해 3분기 금 가격 전망치를 온스당 4300달러, 4분기는 4500달러로 제시했다. 기존 연말 전망치 6000달러에서 눈높이를 크게 낮췄다.

국내 개인투자자들도 금 ETF에서 자금을 빼고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달 2일부터 지난 2일까지 개인투자자는 ‘ACE KRX 금현물’을 781억원어치 순매도했다. ‘TIGER KRX 금현물’과 ‘KODEX 금액티브’도 각각 436억원, 147억원어치 팔아치웠다.

세계금협회가 중앙은행 68곳을 대상으로 금 매입 방식을 조사한 결과 금 기반 ETF를 활용한다고 답한 비율은 4%에 그쳤다. 세계금협회 홈페이지 캡처.


반면 세계 중앙은행들은 금 보유를 늘리고 있다. WGC에 따르면 지난 5월 세계 중앙은행의 금 보유량은 41t 순증했다. 올해 설문에서도 중앙은행 관계자의 89%가 향후 1년간 세계 중앙은행의 금 보유가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자기 기관의 금 보유량을 늘릴 것으로 내다본 비율도 역대 최고인 45%였다.

한은의 금 보유량은 104t으로 2013년 이후 그대로다. 전체 외환보유액에서 금이 차지하는 비중도 약 3%로, WGC는 신흥국 중앙은행과 비교해 상대적으로 낮은 수준이라고 평가했다.

금융권에서는 최근 금값 하락을 한은의 ‘저가 매수 기회’와 단순 연결해서는 안 된다는 신중론이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금 투자를 단기 가격 흐름이나 타이밍만 보고 판단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며 “외환보유액은 수익을 내기 위한 자금이 아닌 만큼 안전성과 유동성, 전체 포트폴리오에서 금의 역할을 종합적으로 따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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