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산책] 포용금융과 이자율 패러독스
2026.07.06 05:00
현재 신용·담보 중심 위험평가
저신용자 고이자율 역설 낳고
소득과 기회 양극화에도 영향
생산성·혁신 잠재력 평가 반영
성장 위한 새 금융철학 세워야
이 역설을 이해하는 실마리는 뜻밖에도 250여년 전 애덤 스미스에게서 찾을 수 있다. 경제학의 아버지로 불리는 그는 ‘국부론’에서 이자의 궁극적인 원천은 이윤이라고 보았다. 돈을 빌리는 사람이 원하는 것은 돈 자체가 아니라 그 돈으로 구입하는 기계와 원료 같은 생산수단이며, 돈을 빌려주는 사람 역시 결국 생산활동에 필요한 구매력을 제공하는 것이다. ‘국부론’은 순이윤율이 8∼10%라면 그 절반 정도를 이자로 지급하는 것이 합리적이며, 이윤율이 더 낮으면 그보다 적게, 더 높으면 그보다 많이 지급할 수 있다고 설명한다. 이는 이자가 생산활동을 통해 창출된 성과와 긴밀하게 연결돼야 한다는 뜻이다.
한세기 반 뒤 조지프 슘페터는 이 생각을 더욱 발전시켰다. 그는 이자를 생산적 이자와 비생산적 이자로 구분했다. 혁신과 기업가 정신을 통해 새롭게 창출된 이윤에서 지급되는 이자가 생산적 이자다. 반대로 혁신 없이 화폐가 단순히 교환의 매개체 역할만 한다면 새로운 이윤은 발생하지 않으며, 그럼에도 지급되는 이자는 비생산적 이자다. 결국 생산적 이자란 돈을 빌려준 사람도 생산활동의 성과와 위험을 함께 나누는 구조를 의미한다.
현대 금융이론 역시 금융의 핵심기능을 생산성이 높은 곳으로 자원을 효율적으로 배분하는 데 둔다. 오늘날 은행이 신용등급에 따라 금리를 달리 적용하는 것도 부실 위험을 관리하기 위한 합리적인 이유가 있다. 미래의 성공 가능성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려우니 현재 확인 가능한 신용정보와 담보를 중심으로 위험을 평가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위험평가는 개별 차주의 부도 위험에 집중할 뿐, 차주의 부도가 경제 전체의 시스템 위험에 미치는 영향이나 차주의 미래 생산성과 혁신 가능성은 금리에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
바로 여기에서 이자율 패러독스가 발생한다. 오늘날의 금리는 위험을 중심으로, 스미스와 슘페터의 이자론은 성과를 중심으로 가격을 매긴다. 위험만 가격에 반영하고 성과를 반영하지 않을수록 시장은 역설적인 결과를 낳는다. 이미 수익을 내고 있는 고신용자는 낮은 비용으로 자금을 조달해 부를 더욱 축적하고, 이윤을 내기 어려운 저신용자는 높은 금융비용 때문에 투자와 재기의 기회를 잃거나 파산 위험이 커진다. 금융이 자원의 효율적 배분뿐 아니라 소득과 기회의 양극화에도 영향을 미치게 되는 이유다.
그렇다면 이 패러독스를 어떻게 풀 것인가. 이것이 포용금융이 답해야 할 핵심과제다. 포용금융은 위험평가를 부정하는 것이 아니다. 개별 차주의 신용위험 평가에 미래의 생산성과 성장 가능성, 나아가 경제 전체에 미치는 사회적 영향까지 함께 평가하자는 것이다. 그것은 이자가 무엇의 가격이어야 하는지를 다시 묻는 일이며, 금융을 과거의 위험만 관리하는 제도에서 미래의 가치와 지속가능한 성장을 함께 만들어가는 제도로 확장하려는 새로운 금융철학이다.
김자봉 한국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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