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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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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마스크 정말 맞나…신라금관 미스터리

2026.07.06 00:02

경주 천마총(6세기 전반)에서 출토된 천마총 금관(국보). 1973년 출토 당시(아래 사진)엔 납작하게 찌그러진 채 위쪽이 고깔처럼 모여 있어 2000년대 들어 ‘망자의 얼굴을 가린 데스마스크’라는 학설이 부상했다. 반면 무덤 내부가 함몰하면서 빚어진 현상일 뿐 ‘애초엔 머리에 씌우는 형태’라는 반론이 맞선다. [사진 국립경주박물관]
장장 6시간의 마라톤 토론이 펼쳐졌다. 신라 금관 미스터리를 둘러싼 열기는 더없이 뜨거웠다. 지난 4일 경북 경주시 동국대 WISE캠퍼스에서 제1회 신라왕경연구회 정기학술대회 후속 포럼이 열렸다. 한달여 전 ‘영원한 권위, 신라 금관’이라는 주제로 열린 정기학술대회가 첨예한 논쟁 속에 마무리된 후 ‘끝장 토론’을 해보자며 마련한 행사였다. 특히 심현철 계명대 사학과 교수의 ‘금관, 실제로 썼는가: 착장 가능성과 데스마스크 논란’은 한층 심화된 분석으로 6명의 주제발표자는 물론 100여 명 참석자의 열띤 토론을 이끌었다.

신라 금관 데스마스크(death mask)설은 신라 마립간 시기(356~514년) 왕릉급 무덤에서 출토된 금관(총 6점)이 실제 머리에 쓰는 게 아니라 망자의 얼굴을 덮는 용도였다는 주장이다. 삼국 금속공예 권위자인 이한상 대전대 교수가 2000년대 들어 강하게 주장하며 주류 학설이 됐다. 애초엔 금관만 대상이었다가 지난 2020년 황남동 120-2호에서 금동관 발굴 당시 “출토 상태로 볼 때 둥근 금동관을 평평하게 눌러 얼굴을 덮은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범위를 넓혔다.

천마총 금관의 출토 당시 모습(1973).
그러나 심 교수는 금관·금동관 등 신라시대 대관(帶冠) 115점(출토품 한정)을 전수 분석한 결과, 납작하게 눌려 출토된 건 금관 6점이 포함된 적석목곽묘(積石木槨墓·돌무지덧널무덤)에 한정됐다는 점에 주목했다. 매장 이후 흙과 돌의 무게에 눌려 시신 주변이 함몰되는 적석목곽묘의 특성상 대관이 찌부러진 것인데, 이를 ‘고깔 모양으로 대관의 윗부분을 모아서 묶는 일정한 매장 방식’(이한상)으로 보면 안 된다는 주장이다. 대관과 가슴장식(흉식, 목걸이)이 지나치게 가깝게 출토되는 것도 “눕힌 자세에서 목걸이를 펼친 결과”라며 “일종의 착시”라고 했다. 석실 구조인 양산 부부총 등 다른 형태의 무덤에선 금동관과 기타 장식이 온전한 형태로 나왔다면서다.

신라 금관 데스마스크설은 금관이 생전 착장용이 아니라 장례용품으로 만들어진 것이라는 기존 학설과 결합돼 대중의 호기심을 샀다. 이 때문에 지난해 방한한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에게 이재명 대통령이 신라 천마총 금관 모형을 선물한 것을 두고 “죽은 사람에게 씌우는 데스마스크로 조롱한 것”이라는 인터넷 댓글도 잇따랐다. 이날 발표에서 심 교수는 실제 쓰던 금관인지 장례용인지를 떠나서 “얼굴이 아닌 머리에 씌워 묻은 건 분명하다”는 주장을 폈다.

신라 시대 경주 고분의 주인공이 금관 혹은 금동관을 데스마스크 형태로 얼굴에 덮은 경우(오른쪽)와 머리에 쓴 채 매장됐을 경우(왼쪽)의 상상도. [그래픽 신라문화유산연구원·경주문화유산연구소]
나아가 데스마스크설이 추가적인 학술 논란을 초래한다고 지적했다. 앞서 ‘납작하게 눌린 금동관’이 출토된 황남동 120-2호 고분의 경우 애초 피장자가 170㎝의 장신 여성으로 추정됐다가 이후 치아 발굴을 통해 12~15세로 밝혀진 바 있다. 심 교수는 “금동관을 머리에 쓴 걸로 가정하면 160㎝로 자연스러운데 얼굴 가리개라고 기준선을 잡으면 신라인들 키가 10㎝씩 커진다”고 했다.

유물 복원과 전시 행태도 문제가 된다. 심 교수는 “데스마스크였다면 신라인들이 의례를 위해 일부러 훼손한 훼기(毁棄) 유물이란 건데 그걸 편 상태로 복원·전시·교육해서 될 일인가”라고 되물었다.

앞서 지난 5월 29일 정기학술대회 당시 토론 좌장을 맡았던 이한상 교수는 이번 후속 포럼엔 불참했다. 이 교수는 5일 기자와 통화에서 ‘신라 금관은 장례용으로 제작돼 데스마스크로 씌워진 것’이라는 기존 주장을 고수하면서 “무덤 구조, 장례 문화, 장신구적 속성 등 지난 100년 간의 국내외 선행 연구를 바탕으로 해야 할 학술적 논의가 ‘착시’ 등의 거친 용어로 다뤄지고 있다”고 유감을 드러냈다.

이날 금관이 장례용품(한정호·김재열)이란 주장과 실사용품(김대환·심현철)이란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등 치열한 토론 현장에 객석도 놀라운 집중도를 보였다. 신라왕경연구회의 한정호 회장(동국대 교수)은 “금관 6점을 한자리에 모은 국립경주박물관 특별전이 약 30만 관람객을 끄는 등 관심이 높아 이를 학술 테마와 연결하고자 마련했다”며 “다양한 후속 연구에 전환점이 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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