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플러스서 15년을 일했는데…“여태 싸운게 다 무너져”
2026.07.05 19:56
“여태껏 싸워왔는데 아무것도 되지 않았어요. 다 무너진 느낌입니다.”
홈플러스 가좌점에서 15년 동안 일한 추은숙(57)씨는 5일 한겨레와 한 통화에서 “참담하다”고 말했다. 서울회생법원이 지난 3일 홈플러스의 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기 때문이다. 홈플러스에서 일하는 1만2천여명의 직원과 4600여곳의 납품업체들은 벼랑 끝에 내몰렸다. 홈플러스는 14일 이내 즉시항고할 수 있지만, 이 기간 안에 새 인수자나 2천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마련하지 못하면 사실상 파산 수순을 밟게 된다. 이런 와중에 채권단인 메리츠금융과 대주주 엠비케이(MBK)파트너스는 자금 확보 방안을 두고 서로 책임 공방만 거듭하고 있다.
추씨는 “법원 판결이 나온 뒤 다들 우왕좌왕하고 있다. 아직 본사에서도 뭐가 내려온 게 없다”고 전했다. 그동안 잘 버텨오던 추씨는 지난 3일자로 퇴직 의사를 밝힌 상태다. 그는 “(법원 판결로) 밀린 월급과 퇴직금이 늦게 나오면 사정이 매우 어렵게 된다”고 걱정했다.
추씨처럼 퇴직금을 빨리 받겠다는 마음으로 홈플러스를 떠나는 사람도 있지만, 버텨보자는 분위기도 강하다고 한다. 강선영 마트산업노조 홈플러스지부 시화지회장은 “2주의 시간이 남아 있는 만큼, 다들 좀 기다려보자는 마음”이라며 “생계 문제도 2주 뒤에나 생각할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강 지회장은 “그 전까지는 잘나가던 회사였는데, 사모펀드란 게 들어와서 모든 것이 망가졌다”고 토로했다.
이미 여러번의 단식 농성을 했던 홈플러스 노동자들은 2주 동안 막판 투쟁에 나설 예정이다. 마트노조는 7일 청와대 앞 투쟁문화제에 이어 15일엔 전국 조합원이 서울로 와 대규모 집회를 열기로 했다. 마트노조는 “홈플러스 회생을 위해 엠비케이와 메리츠금융이 즉시 자금을 투입해야 한다”며 “정부와 국회도 10만명의 생존권을 지키기 위해 대책 마련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당장 대금 지급이 중단된 납품업체도 연쇄 도산 위기에 처했다. 중소업체 대표 ㄱ씨는 “변호사를 통해 알아보고 있는데, 회생절차 폐지 결정이 나면 업체 채권을 돌려받을 희망이 거의 없는 걸로 안다”고 말했다. 이 업체는 지난해 12월부터 대금을 받지 못해 9억원의 미수금과 재고 손실까지 포함해 최대 20억원에 이르는 피해를 봤다. ㄱ씨는 “전부 무책임하다는 생각이 든다. 말로 표현을 못 하겠다”고 분통을 터뜨렸다. 홈플러스 의존도가 80%에 이르는 대표 ㄴ씨도 심각하다. ㄴ씨는 “일단 홈플러스부터 살리고, 납품업체들이 숨이라도 쉴 수 있도록 일부 대금이라도 받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고 했다.
정부와 국회에선 뾰족한 방안이 나오지 않고 있다. 정부는 임금체불 노동자에게 1인당 최대 2100만원까지 대지급금을 지급하고 홈플러스가 주된 거래처인 소상공인·중소기업에 약 4400억원 규모의 자금을 지원한다고 밝힌 상태다. 하지만 홈플러스에 납품하는 협력사만 4600여곳이라 도산을 막기 어렵다는 우려가 나온다.
더불어민주당 을지로위원회는 6일 홈플러스와 관련해 대책을 논의한다. 을지로위원회 관계자는 “항고 기간인 2주 내에 우리가 할 수 있는 게 무엇인지, 가능한 방안을 최대한 찾아 제안해보려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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