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 내 2000억을 어디서…’ MBK-메리츠, 마지막까지 외면
2026.07.06 00:04
MBK “2000억 대출 시 1000억 보증”
메리츠 “MBK, 보증 선 바 없다”
자산 매각 유력… 업계 인수도 난망
노동자 2만명·협력사 4600곳 벼랑
홈플러스 파산이 점차 현실로 다가오는 모양새다. 회생절차를 이어가려면 즉시항고 기한인 오는 17일까지 2000억원을 마련해야 하는데, 유일한 자금 조달 통로인 MBK파트너스(이하 MBK)와 메리츠금융그룹(이하 메리츠) 사이의 입장 차이가 뚜렷한 것으로 다시 한번 확인됐다. 각각 최대주주와 채권자인 양측은 회생절차 폐지 결정문을 받아 든 후에도 자금 조달에 대한 책임 공방만 벌였다. 이대로라면 청산 후 자산 매각이 유력한데, 대형마트 업계의 인수전 참여도 기대하기 어려운 상황이라 홈플러스 노동자 2만여명이 실직 위기에 내몰릴 처지다.
5일 업계에 따르면 홈플러스가 즉시항고 시한(17일)까지 회생의 최소 조건인 자금 2000억원을 확보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단서는 회생법원이 지난 3일 공개한 회생폐지 결정문이다. MBK는 결정문을 근거로 “MBK파트너스는 메리츠가 2000억원 대출을 집행할 경우 그중 절반인 1000억원에 대해 MBK 파트너스와 김병주 파트너가 연대보증할 의사가 있다는 부분이 (결정문에) 분명히 적시돼 있다”고 밝혔다.
김 회장의 연대보증은 앞서 메리츠가 2000억원 규모의 긴급운영자금(DIP) 대출과 관련해 홈플러스에 제시한 핵심 조건이었다. 조건을 충족했는데도, 메리츠가 약속을 지키지 않았다는 게 MBK의 주장이다.
반면 메리츠는 회생절차 폐지 결정 직후 입장문에서 “김 회장은 아직까지 메리츠가 제공한 DIP 1000억원에 대해 보증을 선 바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한 메리츠는 “담보권 실행 유예와 상거래채권 조기 변제 협조, 조건부 DIP 금융 1000억원 에스크로 예치 등 채권자로서 할 수 있는 역할은 모두 수행했다”며 “이제는 최대주주인 MBK가 책임 있는 결단을 내려야 할 시점”이라며 발을 뺐다.
양측의 입장은 DIP 대출 요구가 거세지던 지난 5월 이후 한 걸음도 가까워지지 않은 셈이다. 당시 홈플러스는 기업형슈퍼마켓(SSM)인 익스프레스 매각과 함께 2차 구조혁신을 추진하며 메리츠를 향해 DIP 대출을 강하게 요구했다. 반면 메리츠는 김 회장의 연대보증을 요구했다. 정치권의 중재로 1000억원에 대한 대출을 의결한 후에도 김 회장 개인의 보증 이후에만 에스크로 계좌에서 1000억원을 인출할 수 있도록 했다.
결국 양측의 책임 공방이 회생절차 폐지로 이어진 셈이다. 문제는 남은 2주 동안 이 입장 차가 좁혀지기 어려워 보인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직영 직원 약 1만2000명을 비롯해 협력·입점·물류 인력까지 포함하면 2만명 안팎의 일자리가 위협받고 있다. 홈플러스와 거래하는 협력사 4600여곳도 괴멸적인 타격을 입을 수 밖에 없다.
홈플러스가 끝내 청산을 택한다면 대형마트 업체가 인수자로 나서야 고용 승계를 기대해볼만 하다. 메리츠 그룹은 홈플러스 자가 점포 62개를 신탁 담보로 잡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탁 담보는 담보권을 가진 채권자가 독자적으로 처분할 수 있는데, 메리츠는 담보로 잡은 점포들을 처분하며 대출 원리금을 회수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오프라인 대형마트 업계의 침체로 이마트와 롯데마트와 같은 대형 업체들도 인수전에 뛰어들 가능성은 낮은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는 매력적인 점포가 몇 남지 않은 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MBK는 2016년 홈플러스 가좌·김해·김포·동대문·북수원점을 매각한 것을 시작으로 주요 점포들을 세일즈앤리스백 등의 방식으로 매각해 왔다. 매출이 우수했던 부산 가야점(2021년)도 매각했다. 본사인 강서점은 2017년 일찌감치 2150억원에 매각 후 임대해 사용하고 있을 정도다.
게다가 대형마트 업계는 점포 효율화와 핵심 점포 구조 변화를 동시에 꾀하고 있다. 업계 선두인 이마트의 경우 기존 대형마트 구조를 ‘몰 타입’으로 전환하는 전략을 본격화하고 있다. 6개 이상의 점포를 쇼핑몰 형태로 바꾸고, 30여개 점포도 시설 및 체험 요소를 강화할 계획. 창고형 할인점 트레이더스 전략도 강화하고 있다. 결국 대형마트의 홈플러스 청산 이후 전략은 기존 홈플러스가 조금씩이나마 끌어들여온 고객들을 경쟁 점포로 끌어들이는 것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점포 부지를 주상복합·물류센터·오피스 등으로 용도 변경해 매각하는 방안이 현실적이다. 실제로 매각된 동대문점 부지에는 현재 지상 49층 규모의 공동주택과 복합시설을 짓는 사업이 진행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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