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K, 빚내서 홈플 인수…팔았던 ‘알짜 점포’ 빌려 쓰다 파산행
2026.07.05 19:54
연간 점포 임차료 4천억까지 늘어
2021년 첫 영업손실 뒤 거듭 적자
한때 전국 140여개 점포를 운영하며 대형마트 업계 2위에 올랐던 홈플러스가 지난 3일 법원의 기업회생절차 폐지 결정으로 파산 위기에 놓였다. 2015년 사모펀드 엠비케이(MBK)파트너스에 인수된 지 11년 만이다. 이커머스의 급성장으로 대형마트 업계가 위기를 겪어왔지만, 각각 창고형 할인점과 국외 사업 등으로 버텨낸 이마트·롯데마트와 달리 홈플러스만 무너진 데에는 최대주주인 엠비케이의 인수·경영 방식이 결정적이었다는 지적이 나온다.
엠비케이는 2015년 약 3조2천억원의 자기자본(에퀴티)과 약 2조7천억원 규모의 인수금융을 활용해 홈플러스를 인수했다. 엠비케이는 인수 이후 ‘알짜’ 평가를 받는 10여개 우량 점포를 외부 투자자에게 매각한 뒤, 이를 다시 임차해 사용하는 ‘세일 앤 리스백’ 방식으로 자산을 유동화해 차입금을 상환했다.
문제는 자산을 현금화하는 방식이 단기 유동성 확보에는 도움이 됐지만, 대형마트의 핵심 자산인 점포망을 훼손하면서 생존 기반이 약화됐다는 점이다. 연간 점포 임차료 부담도 약 4천억원 수준까지 늘었다. 온라인 전환과 물류 투자에 쓸 자금은 뒷전으로 밀릴 수밖에 없었다. 최대주주가 장기 경쟁력 회복보다 자산 매각과 비용 절감에 치중한 결과, 생존 기반이 약해졌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2020년 코로나19 확산은 결정타였다. 유통업 축이 오프라인에서 온라인으로 급격히 옮겨가면서 2021년 처음으로 1335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뒤 지금까지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일 앤 리스백으로 임차료 부담이 쌓인 상태에서 매출 회복이 더뎌지자 수익성이 해를 거듭할수록 나빠진 것이다. 지난해 영업손실은 5464억원에 이른다.
이런 실적 악화는 결국 신용등급에도 반영됐다. 지난해 2월 한국기업평가는 홈플러스의 신용등급을 A3에서 A3-로 강등했다. 등급 강등 여파로 자금 조달이 어려워질 것이란 우려가 커지자, 홈플러스는 같은 해 3월 서울회생법원에 기업회생절차를 신청했다.
일각에서는 노조의 반대로 실질적인 구조조정을 추진하는 데 현실적인 어려움이 있었다는 주장도 나온다. 그러나 인력 감축 실패를 경영 악화의 근거로 삼기에는 설득력이 떨어진다는 반론도 만만찮다. 홈플러스일반노동조합은 지난 4일 입장문을 내어 “모든 오프라인 유통기업들이 살아남기 위해 온라인 전환에 사활을 걸 때 엠비케이는 투자금 회수에만 집중하며 성장을 위한 투자를 외면했다”며 “메리츠금융그룹의 고금리 금융부채까지 더해지면서 현재의 위기가 초래됐다”고 주장했다.
기업회생절차 직후부터 엠비케이와 메리츠는 긴급운영자금 조달 주체를 두고 공방만 주고받았다. 업계에서는 이 때문에 홈플러스가 회생할 골든타임을 놓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홈플러스는 지난 5월 하림그룹의 엔에스(NS)홈쇼핑에 홈플러스익스프레스를 매각해 1206억원을 확보했지만, 기업회생에 필요한 최소 2천억원 규모의 운영자금을 끝내 확보하지 못했다. 현재 운영 중인 홈플러스 점포는 모두 67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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