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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쟁적 주제, 중립성 시비에 위축…교사 위한 제도적 보호 필요”

2026.07.05 21:25

혐오 표현 문제, 학교는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
어수선한 하굣길 야구부 학생들이 경기 중 5·18민주화운동을 비하하는 구호를 외쳐 논란이 된 서울 강동구 배재고등학교 학생들이 지난 3일 하교하고 있다. 정효진 기자

청소년, 온라인·또래문화로 습득…인권·민주시민교육으론 한계
교사들, 쌍방향 토론 수업 등 부담 커…교육청·정부 뒷받침 절실

서울 배재고 야구부의 ‘5·18민주화운동 비하 응원’ 논란 이후 혐오 표현 문제를 학교에서 어떻게 가르칠 것인가를 둘러싼 논의가 커지고 있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역사교육과 민주시민교육 강화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사가 정치적 편향 논란이나 민원 부담 없이 혐오와 차별, 역사 왜곡 등 사회적 쟁점을 토론할 수 있는 환경 조성이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5일 취재를 종합하면 서울시교육청은 지난 3일 배재고 야구부의 혐오 표현 논란과 관련해 관내 전체 학교 운동부를 대상으로 인권교육 이행 여부를 점검하고, 학생선수 대상 혐오·차별 예방 교육을 강화하는 내용의 재발 방지 대책을 발표했다. 배재고 전체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역사교육과 차별·혐오 표현 방지 교육도 지원하기로 했다.

앞서 서울시교육청은 ‘2026 학생인권 증진 기본계획’을 통해 학교별 학생인권교육을 학기당 2시간 이상 실시하는 등 민주시민교육을 운영해왔다. 교육부도 지난 1월 ‘2026년 민주시민교육 추진계획’을 발표하고 학생들이 헌법 가치를 내재화하고 토론·참여 중심의 학교문화를 통해 민주시민 역량을 기르도록 지원하는 정책을 펼치겠다고 발표했다.

문제는 기존 인권교육과 민주시민교육만으로는 온라인과 또래문화를 통해 확산하는 혐오 표현을 막기에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6개월 전 실시한 설문조사 결과를 보면 교사 80.2%가 학내에서 학생들의 혐오 표현을 목격한 적이 있다고 답했는데, 75.2%는 직접 대응하는 데 어려움을 느낀다고 했다. 이유로는 ‘실질적인 조치가 불가능하기 때문’(59.9%)을 가장 많이 꼽았다.

교육계에서는 혐오 표현이 왜 타인에게 상처를 주고 민주주의와 공동체를 훼손하는지 학생들과 함께 토론하고 성찰하는 교육이 이뤄져야 하지만, 교사들이 정치적 중립성 논란과 민원 부담으로 사회적 쟁점을 다루는 것 자체를 꺼리게 됐다는 의견이 많다.

한국다양성연구소가 지난해 전국 초중고 교사 20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조사에서 교사의 95%는 혐오 표현을 심각한 문제로 인식했지만, ‘항상 대응한다’는 응답은 14%에 그쳤다. 대응 방법을 잘 모르거나 실질적인 조치가 어렵고, 학부모 민원과 소송 등을 우려하는 분위기가 적극적인 개입을 가로막는 요인으로 분석됐다.

고등학교 역사 과목 박대훈 교사는 “학생들은 학교보다 유튜브와 쇼트폼,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혐오 표현을 더 많이 접한다”며 “민주시민교육 강화에는 공감하지만 근현대사 교육 시수를 늘리는 방법만으로는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어 “정치·역사·젠더처럼 논쟁적인 주제를 다루는 수업은 정치적 중립성 시비로 이어지는 경우가 적지 않아 교사들이 자기검열을 하게 된다”며 “혐오 표현 교육이 실효성을 가지려면 교사가 위축되지 않고 토론 수업을 할 수 있도록 제도적으로 보호해야 한다”고 말했다.

혐오 표현 관련 교육을 교사 개인의 역량에 맡겨서는 안 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혜자 광주 각화중학교 교장은 지난해 말 ‘대한민국 교육의 미래를 만드는 사회적 대화’ 토론회에서 “교실 차원의 즉각적 대응을 넘어 학교·교육청·국가 차원의 지원 체계를 함께 구축해야 한다”며 “학교는 혐오·차별 대응 원칙을 명문화하고, 교육청은 교사 보호 가이드라인을 마련하며, 교육부는 혐오 대응을 민주시민교육의 핵심 의제로 설정하는 등 다층적 지원 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10대 학생들 역시 역사와 혐오 표현 관련 교육을 강화해야 할 필요성에 동의했다. A양(13)은 “(배재고 선수들이) 조롱의 의미가 있다는 것은 어느 정도 인지하고 있었을 것”이라며 “5·18민주화운동에 대해 제대로 알았다면 그것이 웃음거리가 아니라는 점을 이해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B양(13)은 “유가족이나 당사자의 아픔을 생각했다면 그렇게 행동하지 않았을 것”이라며 “역사에 대한 교육이 더 이뤄졌으면 좋겠다”고 했다. 황재민군(16)은 “10대가 일상에서 자연스럽게 역사의식을 익힐 수 있는 환경이 함께 만들어져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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