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시간 전
청년은 넘치는데 상가 공실률은 30~40%, 왜?
2026.07.05 19:11
한국부동산원은 매 분기 전국 상가 공실률을 발표한다. 2023년 4분기 기준 전국 중대형 상가 평균 공실률은 13.5%였다. 서울은 8~9%를 유지하며 전국에서 가장 낮은 수준이었다.
세종시는 2023년 내내 전국에서 공실률 1위를 기록했다. 중대형 상가 기준으로 20~25%를 기록했다. 내포신도시는 15~20% 정도다.
그렇다면 경북도청신도시는 어떨까. 수치가 놀랍다. 한국부동산원 통계상 '경북' 전체 평균보다 훨씬 높다. 중심 상업지구 공실률은 30~40%로 전국 1위라는 세종시를 훌쩍 뛰어넘는다. 몇몇 기사에선 2층 이상 중대형 상가 중 공실률이 50% 이상인 곳도 존재했다.
| ▲ 중심상권 공실률 실태를 확인해봤다. 좌측아래 금빛온천부터 우측 위 설빙(현재 공실)까지 확인했다. 생각보다 공실이 많았고, 사거리에서 멀어질수록 공실이 눈에 많이 띄었다. |
| ⓒ 김대홍 |
실제 그러한지 6월 11일 조사했다. 신도시 내에서 핵심 상권으로 꼽히는 중심상가에서 사람들 왕래가 가장 많은 사거리 쪽에 접한 1층만 살펴봤다. 중심상가 사거리는 선거 때 집중 유세가 펼쳐진 곳이다.
여러 공간을 합쳐서 넓게 쓰는 가게, 쪼개서 작게 쓰는 가게가 있었지만 크기 따지지 않고 가게당 1로 계산했다. 살펴본 구간은 550m * 50m였다. 가게가 운영 중인 곳은 93개, 빈 곳이 31개로 공실률이 25%였다.
접근성이 가장 좋은 중심상가의 1층이 이렇다면 2층 이상, 외곽 쪽은 상황이 더 나쁠 가능성이 크다. 중심 상업지구 공실률 30~40%라는 수치가 과장이 아님을 알 수 있었다.
신도시를 만든 이들은 미래를 낙관했다. 인구유입 속도를 높게 잡고 상업용지를 크게 배정했다. 신도시는 젊은층 비율이 높고, 이들은 배달에 익숙하다. 오프라인 상가 이용률이 기성 세대보다 낮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젊은 사람들이 사는 도시에 과거처럼 거대한 상업용지를 배정했으니 어쩌면 위기가 확정된 미래였다.
경북도청신도시에서 가장 큰 소비자는 관공서 종사자들이다. 안타깝게도 이들이 일하는 곳은 중심상가에서 멀다.
| ▲ 경북도청신도시는 인구 2만 명을 살짝 넘기는 작은 도시다. 하지만 상권이 3개로 쪼개져 각각 따로 돌아간다. 게다가 젊은 인구가 많아 배달하는 빈도가 높다. 상가 공실이 높은 건 어쩌면 예정된 결과였다. |
| ⓒ 김대홍 |
경북도청신도시는 작은 도시다. 가로 5km, 세로 2.5km 정도에 불과하다. 이마저도 아직 도시가 완성되지 않아 실제 사람이 사는 곳은 채 절반이 되지 않았다. 지금 조성된 지역 기준으로 하면(1단계 공사 구역) 인구밀도는 1㎢당 5432명 정도다. 경상북도 평균 인구 밀도가 1㎢당 516명 수준이니 10배가 넘는다.
인구밀도가 높으니 장사하기엔 좋다. 하지만 결과는 정반대다. 이 좁은 지역에 상권이 3개다. 도청과 경찰청 쪽 상권, 중심상권, 호명읍상권(호명초쪽)으로 나뉘어 있다. 매일신문(2025.8.12)은 도시계획을 잘못한 탓에 상권이 3분할된 게 상권 정체의 큰 이유라고 지적한다. 이 지적에 공감한다.
대형 관공서, 랜드마크 모두 외곽
경북도청신도시는 생산 시설 없이 굴러간다.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건 당연히 도청과 관련 관공서들이다. 경상북도청(1400~1500명), 경상북도교육청(500~550명), 경상북도경찰청(450~500명), 정부경북지방합동청사(200~250명), 거대 공공기관 4곳만 해도 대략 3천여 명. 나머지 기관까지 합쳐서 입주 공공기관 종사자를 모두 더하면 대략 4000여 명 수준이다.
공무원 1인당 점심 식대를 1만 원으로 계산하면 하루 4천만 원, 한 달(20일 기준) 약 8억 원이 식당가 매출이다. 식사 후 커피는 대한민국 사회에서 불문율이다. 공공기관 인근 '커피 경제'는 매우 활발하다. 커피와 간식 소비 등을 하루 5천 원으로 계산하면 한 달 매출 4억 원이 추가된다.
여기까지는 기본값이다. 저녁 회식, 각종 유관 단체와 간담회를 치르면서 지역 상권에 이익이 생긴다. 도청이나 교육청, 경찰청을 찾는 민원인들도 지역 상권에 매출을 일으킨다. 이들 공공기관은 도청신도시에서 기초 경제 엔진이다.
신도시 내 학교들이 자리 잡으면서 교직원 규모도 무시할 수 없는 수준이다. 경북일고, 풍천중학교, 호명초, 풍천풍서초 등 신도시 내 모든 교육시설 교직원을 더하면 약 550명 내외다.
| ▲ 신도시에서 주요 관공서, 랜드마크는 모두 외곽이다. 사람들이 모이기 어려운 구조다. |
| ⓒ 김대홍 |
경상북도청, 경상북도경찰청, 경북교육청은 입지가 모두 동북쪽 외곽이다. 도시에서 가장 빨리 빠져나가기 좋은 위치다. 인근에서 가장 큰 도시인 안동과 대구로 가장 빨리 드나들 수 있다. 혹시 과거 경북도청이 있던 대구에서 오가는 걸 고려해서 도시 외곽에 만든 것일까. 지도에서 관공서 위치를 보노라면 이들 관공서들이 도시의 구심점 역할을 하기보다는 원심력을 더 키운다는 의심을 지울 수가 없다.
여기에 덧붙여 랜드마크라 할 수 있는 곳들도 모두 외곽이다. 호민지는 산책로 길이가 3.2km인 대형 호수다. 4성급인 스탠포드호텔과 전망 좋은 카페가 이 호수 주위로 만들어졌다.
맑은누리타워는 높이가 100m를 넘는 전망대다. 신도시가 한 눈에 보인다(애초에 소각장 시설에 대한 반감을 완화하기 위해 지었기 때문에 기능 자체가 애매하긴 했다). 천년숲은 10만 평 규모로 축구장 46개 크기다. 13개 테마정원과 광장이 있는 훌륭한 휴식공간이다.
문제는 이들 시설이 모두 도시 외곽이라는 점이다. 차를 타고 가야 도달할 수 있는 곳이기 때문에 생활공간이라는 느낌보다는 관광지 느낌이다. 천년숲을 제외하면 근처에 상가 하나 없는, 외따로 떨어진 공간이다. 도시와 정서적 일체감이 생기지 않는다.
이번엔 중심상가다. 중심상가는 단팥빵 모양이다. 사람을 만나고, 사람을 구경하고, 추억을 쌓는 곳이 중심가일 것이다. '그 광장에서 축제를 했었지' '그 타워 아래서 데이트를 했었지'와 같은 추억들이 도시에 대한 애착을 키우고, 도시 정체성을 강화한다.
우리는 어디서 만나는가가 무척 중요하다. 가게들의 접점이 아니라 사람의 접점이 중심가가 돼야 한다. 도청신도시 중심가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을까.
중심상가는 걷기 불편, 곳곳이 '차도'
| ▲ 중심상권. 단팥빵 모양이다. 차도가 가르고 있어 자연스럽게 보행 흐름이 이어지지 않는다. |
| ⓒ 김대홍 |
중심상업지구는 단팥빵 모양이다. 위에서 보면 모양이 예쁘다. 5~10분 정도면 끝에서 끝까지 걸을 수 있는 이 단팥빵 지구는 차도가 곳곳을 난도질한다. 몇 발짝 걸으면 차도다. 전형적인 차량 중심 설계다.
보행로가 끊기고 횡단보도가 수시로 나타난다. 단팥빵 내부 이면도로들을 '보행자 전용도로'나 '공유도로(차량 속도 10km 제한)으로 묶었다면 어땠을까. 외곽에 대형 공영 주차 타워를 배치하고 내부로 차가 들어오지 못하게 했다면 어땠을까.
| ▲ 중심상권 사거리. 입구가 성처럼 높다. |
| ⓒ 김대홍 |
여기에 더해 아파트단지에서 중심상가로 진입할 때 입구 쪽 건물들(북쪽)은 큰 성처럼 높다. 정말 성처럼 느껴진다. 상가에 있는 학원이나 식당 간판을 찾기엔 좋지만 '어서 오세요'라는 친절함은 느껴지지 않는다.
식당이나 카페들이 테라스 공간을 밖으로 꺼내고, 가로수와 벤치 등이 1층을 장식했다면 중심상가를 훨씬 친근하게 느끼지 않았을까.
이러한 단절은 중심상가에서 그치지 않는다. 아동층이 많은 경북도청신도시인들에게 중심상가 건너편 경북도서관과 패밀리파크는 아주 매력적이다. 특히 패밀리파크는 대형 놀이터, 캠핑장, 골프장 등을 갖추고 있어 남녀노소가 오랫동안 놀 수 있는 시설이다. 산합문화공원을 흐르는 개울도 아이들이 매우 좋아하는 공간이다.
하지만 중심상가와 이들 시설은 도청대로라는 거대한 차도가 가로막는다. 상가 북쪽에 있는 거대 상가가 1차 장벽이라면 도청대로는 2차 장벽이다. 이 장벽을 극복해야 겨우 갈 수 있으니 보통 차를 타고 도서관에 가거나 패밀리파크에 간다.
모두 걸어서 만날 수 있도록 중심상가와 산합문화공원, 경북도서관, 패밀리파크가 자연스럽게 이어진다면 이 전부가 거대한 중심상권으로 변할 것이다. 지금 구조에서 그럴 가능성은 전무하다.
범우리공원과 산합문화공원, 경북도서관, 패밀리파크를 잇는 공원형 보행교(Green Bridge)가 있다면 어떨까 하는 상상을 해본다. 다리 위 자체가 숲길이고 벤치가 있는 공간이 된다면 보행자는 도로를 건넌다는 느낌 없이 논다는 느낌으로 이동하게 되지 않을까.
| ▲ 중심상가를 보행이 이어지도록 그려봤다. 상권 활성화는 사람들이 많이 찾고, 많이 머무는 게 핵심이다. |
| ⓒ 제미나이(그림) |
지하 통로를 만드는 건 어떨까. 지하 통로에 지하 갤러리를 만들어서 지하 미술관을 만들면 어떨까.
산합문화공원에 만들어진 개울은 아주 매력적인 공간이다. 지금은 어린 아이들이 가끔 물장난을 하는 공간일 뿐이다. 개울을 따라 흐르는 보행로에 '푸드트럭 존'과 '야간 조명 특화 거리'가 있다면 어떨까.
'안동·예천의 역사 이야기'나 '신도시의 탄생' 같은 서사를 담은 '스토리텔링 벽화/조형물'을 만든다면 도시에 대한 이해가 높아지고 애착이 높아지지 않을까.
기러기 공무원 50%, 정주 여건이 성패 가른다
경북연구원 '경북도청신도시 정주여건 분석 및 활성화 방안' 보고서와 경상북도청 신도시조성 통계자료에 따르면 도청 공무원들의 신도시 안착률은 현재 60% 정도다. 신도시 내 아파트나 오피스텔에 거주한다.
교육청이나 경찰청 직원들도 비슷하다. 25~30%가 안동 시내나 예천 읍내에서 출퇴근한다. 신도시 조성 전부터 갖고 있던 집인 데다, 출퇴근 거리가 15~20분 정도에 불과해 이사하지 않았다. 10% 정도는 대구 등 타 지역이다.
가족 동반 이주율은 40~48% 정도다. 남악신도시, 내포신도시와 비교하면 가장 저조하다. 3개 도시 중 가장 늦게 조성된 탓이 크다.
'공공기관 종사자 가족들도 이사하기 싫어하는군'이라고 할 수 있지만 달리 생각하면 50% 정도 추가 이주 여력이 존재한다. 세종특별자치시 또한 초기에는 '월화수목금금금'이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공무원들은 주말마다 서울로 떠났다. 상당수 가족들이 서울에 있었기 때문이다.
지금은 70~75% 정도다. 세종시 정도의 거주 여건이 형성된다면 최소한 지금보다 25~30% 정도 더 이주 가능하다. 경북도청신도시 또한 초창기엔 가족 동반 이주율이 20% 미만으로 매우 낮았다. 그때에 비하면 꽤 많은 가족들이 이주했다.
| ▲ 신도시 가족 이주율. 경북도청신도시는 아직 다른 도시보다 이주율이 낮다. 달리 말하면 앞으로 인구가 더 늘 여지가 있다는 뜻이다. |
| ⓒ 김대홍 |
게다가 경북도청신도시엔 아직 종합병원이 없다. 대형 마트 또한 없다. 공연장도 없다. 부족한 게 이렇게 많은데도 50% 가까운 가족이 이주했다는 건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다. 정주 여건이 개선된다면 더욱 많은 이들이 들어올 여지가 생긴다. 앞으로 신도시에 생길 시설 계획들은 다음과 같다.
-2026년 하반기 공연장을 포함한 경북도립예술단 이전
-2027년 3월 경북권 공공어린이 재활의료센터 개설
-2028년 이후 안동의료원 이전 개원
-2029년 경북도립미술관과 경북국민체육센터 개관(경북국민체육센터에는 수영장, 헬스장, 다목적 체육관이 들어선다. 2단계 부지 내에 수영장과 빙상장을 포함한 대규모 체육 지구 조성 또한 계획안 중 하나다).
닭이 먼저냐, 달걀이 먼저냐는 오랜 논란이다. 누군가는 시설이 다 만들어지면 살겠다 하고, 한편에선 사람들이 살아야 이런 시설들을 만들 수 있다고 말한다. 현실은 안타깝게도 후자다. 도시 인구가 계획대로 늘지 않으면서 여러 계획들도 더디게 진행 중이다.
'사람이 없어서 문제'라고 말하는 이들에겐 얼마나 대안 마련을 위해서 고민했는지 묻고 싶어진다.
강원도 양양군은 인구가 3만 명이 안된다. 경북도청신도시와 큰 차이가 없다.
하지만 양양 시내는 매우 활발하다. 과거 양양은 낙산사를 중심으로 한 노년층 관광지였다. 지금은 '서핑'이라는 테마로 젊은 층을 공략하면서 힙한 카페, 펍, 서핑 숍이 잇따라 들어섰다. 특정 목적을 가진 외부 유동인구를 정기적으로 끌어들이면 중심가는 살아난다.
충남 예산군은 인구가 7만 6천 명 정도에 불과하다. 인구로 보면 작은 도시다. 이곳은 '예산시장' 프로젝트로 전국적인 명소가 됐다.
남해군은 인구 4만여 명 수준이다. 다랭이마을, 독일마을, 금산 등 인기 관광지들이 많았지만 모두 외곽이었다. 읍내엔 머물지 않았다. '회나무길' 등 읍내 골목에 청년 창업가들이 작은 가게들을 열면서 도심에 사람들이 찾기 시작했다.
경북도청신도시는 전국에서 보기 힘들 정도로 아동층, 젊은층 인구가 높다. 이들 인구를 타깃으로 한 테마를 발굴하고, 도시를 설계하는 게 필요하다.
무엇보다 도시엔 걸어서 다닐 곳이 많아야 한다. 걸어서 다닐 곳과 다닐 곳이 자연스럽게 이어져야 한다. 점과 점이 이어지는 게 아니라, 면과 면이 이어져야 한다. 결국 문제는 밀도다.
보행 친화성이 중요하다. 차를 타고 쓱 지나가는 거리는 상권이 만들어지지 않는다. 차를 세우고 오래 걷고 싶게 만들어야 한다. 외곽 주차타워나 경북도서관 옆 넓은 공터를 주차장으로 활용하는 것 등이 방법이 될 것이다. 예쁜 가게, 예쁜 간판, 사진 찍고 싶은 포토 스팟 등이 가득해야 한다.
소도시는 자체 인구만으로는 활력을 기대하기 어렵다. 외부인을 끌어들일 매력을 만들어야 한다. '앵커 스토어(핵심 점포)'나 특별한 무엇이 중심가에 있어야 한다.
사람이 모이지 않게 도시 설계를 하고, 경기 탓 하는 건 전형적인 남 탓이다. 경북도청신도시는 매력이 많은 도시다. 고령화된 경북에 젊은 숨결을 불어넣을 유일한 희망이다. 작지만 밝은 횃불이 경북도청신도시다. 차에게 내준 도시의 심장을 사람에게 돌려주자. 그 걸음이 도시의 미래, 경북의 미래를 살리는 길이 될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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