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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시간 전
금속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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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을 바꾼 건 포도가 아니라 그릇이었다

2026.07.05 19:16

[세계의 발효를 찾아서 - 유럽⑫] 루에다에서 본 발효 용기의 미래
 보데가 데 알베르토(Bodega De Alberto)의 안뜰에 놓인 대형 유리병 다마후아나(Damajuana). 초록빛 유리병 안에는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와인이 담겨 있었고, 병들은 햇볕과 바람, 낮과 밤의 온도 차이를 그대로 받아들이고 있었다.
ⓒ 이찬재

같은 포도즙도 그릇을 만나면 다른 시간이 된다

데 알베르토 와이너리(Bodegas De Alberto)의 지하 동굴을 빠져나온 뒤에도, 어둠 속에서 보았던 장면들이 오래 남았다. 낮은 아치형 통로, 줄지어 누운 오크배럴, 사람보다 큰 푸드르(Foudre), 더 이상 쓰지 않는 시멘트 탱크의 흔적, 그리고 지상으로 올라와 만난 차갑고 거대한 스테인리스 탱크까지. 같은 포도즙도 어떤 그릇을 만나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시간과 맛을 얻는다는 사실이 그곳에서는 분명하게 보였다.

와인 양조에서 용기는 단순한 저장 도구가 아니었다. 용기는 산소의 양을 조절하고, 온도를 붙잡고, 효모 앙금과 와인이 만나는 시간을 바꾸고, 때로는 향과 질감까지 바꾸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었다.

루에다(Rueda)는 흔히 베르데호(Verdejo) 화이트 와인의 산지로 알려져 있다. 라임과 자몽 같은 시트러스 향, 회향과 아니스 같은 허브 향, 그리고 끝맛에 남는 은근한 쌉싸름함은 베르데호가 지닌 매력으로 자주 설명된다. 현대 루에다의 대표적인 이미지는 대체로 스테인리스 탱크에서 저온으로 발효한 젊고 신선한 화이트 와인이다. 산소 접촉을 줄이고, 온도를 정밀하게 관리하며, 포도 품종의 깨끗한 향을 살리는 방식이다.

그러나 우리가 둘러본 네 곳의 와이너리에서 만난 루에다는 그 한 문장만으로 설명되지 않았다. 한쪽에는 산뜻하고 청량한 현대식 베르데호가 있었고, 다른 한쪽에는 오크와 콘크리트, 유리병과 흙항아리를 통해 질감과 산화, 오래된 숙성의 기억을 오늘의 와인 안에서 다시 움직이게 하는 양조 방식이 있었다. 루에다는 과거와 현대가 서로 배척하는 곳이 아니라, 다른 용기들이 여러 맛을 함께 만들어내는 곳처럼 보였다.

스테인리스 탱크가 현대 루에다 화이트 와인의 기본을 만들었다면, 현장의 와이너리들은 다시 다른 질문을 던지고 있었다. 더 깨끗하게, 더 차갑게, 더 정확하게 만드는 것만으로 충분한가. 베르데호의 산뜻한 산미와 허브 향을 지키면서도 더 깊은 질감과 긴 여운을 만들 수는 없을까. 와인을 너무 빨리 닫아버리지 않고, 자연의 숨과 시간을 조금 더 받아들이게 할 수는 없을까.

그 질문 앞에서 다시 등장한 것이 콘크리트와 유리, 흙이었다.

용기의 대결이 아니라 용기의 오케스트라

처음에는 조금 이상하게 느껴졌다. 현대식 스테인리스 탱크와 정밀한 온도 제어 장치를 갖춘 와이너리들이 왜 다시 무겁고 둥근 콘크리트 용기, 햇볕 아래 놓인 유리병, 오래된 진흙 항아리를 찾는 것일까. 그것은 과거로의 단순한 회귀가 아니었다. 오래된 발효 감각을 현대 양조의 언어로 다시 해석하는 일이었다.

루에다에서 인상 깊었던 것은 한 가지 용기만 고집하지 않는다는 점이었다. 실제로 우리가 방문한 와이너리들은 스테인리스, 오크, 푸드르, 콘크리트 에그, 유리병, 진흙 항아리 티나하(Tinaja)를 각기 다른 방식으로 쓰고 있었다. 네 곳의 방문만으로 루에다 전체를 단정할 수는 없지만, 적어도 현장에서 본 와이너리들의 모습은 분명했다. 한 용기만으로 답을 찾지 않고, 여러 용기를 조합해 자기 와인의 결을 만들고 있었다.

스테인리스는 베르데호의 산뜻한 과실 향과 허브 향을 깨끗하게 살려준다. 그러나 너무 스테인리스에만 의존하면 와인이 모두 비슷해질 위험도 있다. 신선하고 맑지만, 질감과 깊이에서는 단조로워질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일부 와이너리들은 스테인리스로 맑은 출발점을 만들고, 콘크리트로 입안의 폭을 넓히고, 목재로 구조와 긴 여운을 더하며, 유리병과 흙항아리로 시간과 산화, 질감의 다른 층을 만든다.

이것은 용기의 대결이 아니라 용기의 오케스트라에 가까웠다. 핵심은 "어느 용기가 가장 좋은가"가 아니었다. "어느 용기를 어떤 목적과 비율로 만나게 해야 베르데호의 긴장감과 질감을 동시에 얻을 수 있는가"였다. 루에다의 와이너리 네 곳을 돌며 나는 그 질문이 실제 생산 현장 안에서 조용히 작동하고 있음을 보았다.

콘크리트 에그, 둥근 그릇 안에서 와인이 움직이다

 스페인 루에다(Rueda)의 와이너리에서 만난 콘크리트 에그(Concrete Egg). 달걀처럼 둥근 이 발효조는 직선적인 스테인리스 탱크와 달리, 와인 안에서 아주 느린 흐름이 생기도록 돕는 용기로 설명된다. 모서리가 없는 구조 덕분에 효모 앙금인 리스(lees)와 와인이 더 오래 접촉하며, 입안의 질감과 둥근 여운을 만드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고 한다.
ⓒ 이찬재

가장 먼저 눈길을 붙잡은 것은 콘크리트 에그(Concrete Egg)였다.

이름 그대로 달걀처럼 생긴 큰 콘크리트 발효조였다. 와이너리 내부의 직선적인 스테인리스 탱크들 사이에 둥근 몸체로 서 있는 모습은 묘했다. 처음에는 단순히 디자인이 독특하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설명을 들을수록 그 형태에는 양조학적 이유가 숨어 있었다.

스테인리스 탱크는 직선의 용기다. 차갑고 매끄럽고, 온도를 정밀하게 제어하며, 산소와 외부 오염을 최대한 차단한다. 반면 콘크리트 에그는 조금 다른 방식으로 와인을 대한다. 와인을 꽉 붙잡아 통제하기보다, 와인 안에서 아주 느린 움직임이 생기도록 돕는 용기다.

달걀형 콘크리트 용기에는 모서리가 없다. 바닥과 벽이 직각으로 만나는 구석이 없으니 액체가 한곳에 고여 정체되기 어렵다. 발효가 진행되면 포도즙은 열을 내고, 이산화탄소가 생기고, 내부의 밀도 차이가 발생한다. 이때 둥근 벽을 따라 와인이 아주 천천히 움직일 수 있다.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느린 흐름이지만, 양조가들은 그 움직임에 주목한다.

그 흐름은 리스(lees), 곧 발효가 끝난 뒤 바닥에 가라앉는 효모 앙금과 와인의 접촉을 오래 유지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리스는 효모가 당을 먹고 알코올을 만든 뒤 남긴 흔적이다. 예전 같으면 걸러내야 할 찌꺼기처럼 보였을지 모르지만, 와인 양조에서는 이 앙금도 중요한 숙성의 재료가 된다.

와인이 리스와 오래 만나면 효모 세포벽에서 만노프로테인과 다당류 같은 성분이 서서히 녹아나올 수 있다. 쉽게 말하면 와인의 입안을 채우는 느낌, 크리미함, 둥근 질감, 긴 여운을 만드는 데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뜻이다. 와인을 마실 때 "입안에서 둥글다", "가볍지 않고 폭이 있다"라고 느끼는 감각 뒤에는 이 효모 앙금과의 시간이 숨어 있을 수 있다.

그렇다고 콘크리트를 낭만적으로만 볼 수는 없다. 콘크리트는 오크통처럼 바닐라나 토스트 향을 강하게 입히지는 않는다. 그래서 와인 업계에서는 흔히 '중립적인 용기'라고 부른다고 한다. 하지만 과학의 눈으로 보면 완전히 아무 영향도 주지 않는 그릇은 아니다. 콘크리트의 표면을 어떻게 처리했는지, 안쪽을 코팅했는지, 와인과 직접 닿는 면이 어떤 상태인지에 따라 산소 접촉이나 미세한 무기 성분의 움직임이 달라질 수 있다. 경우에 따라 와인의 산도나 pH, 입안의 질감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그러니 "오크 향이 없으니 중립적이다"라는 말은 절반만 맞다. 콘크리트 에그는 바닐라나 토스트 같은 향을 더하지는 않지만, 온도와 움직임, 리스 접촉, 표면의 성질을 통해 조용히 와인의 구조를 바꾼다. 와인 맛을 앞에서 끌고 가는 용기가 아니라, 뒤에서 질감을 받쳐주는 용기라고 해야 할까.

그 앞에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현대 양조의 방향이 단순히 더 차갑고 더 깨끗한 쪽으로만 가는 것은 아니구나. 좋은 와인은 때로 약간의 움직임, 약간의 숨, 약간의 불완전함을 필요로 하는지도 모른다.

다마후아나, 태양을 끌어안은 유리병

콘크리트 에그가 둥근 숨결의 용기였다면, 대형 유리병 다마후아나(Damajuana)는 태양을 끌어안는 용기였다.

데 알베르토에서 마리아노 데 후안 부장이 우리를 데려간 곳은 실내 저장고가 아니었다. 와이너리 안뜰이었다. 문을 나서자 하늘이 열렸고, 그 아래에 초록빛 대형 유리병들이 줄지어 놓여 있었다. 그것이 다마후아나였다. 와인이나 올리브유, 각종 액체를 담는 데 쓰이던 전통적인 대형 유리 용기다.

병들은 바닥 위에 가지런히 놓여 있었고, 유리 너머로는 황금빛으로 변해가는 와인이 고여 있었다. 가까이 다가가자 병마다 빛을 받는 각도에 따라 색이 조금씩 달랐다. 어떤 병은 연둣빛을, 어떤 병은 더 깊은 노란빛을 품고 있었다.

처음에는 이 많은 유리병들이 그대로 노천에 방치되어 있는 것처럼 보였다. 자세히 보니 그렇지 않았다. 병들 위로 철골 구조물이 세워져 있었고, 그 위에는 그물망이 씌워져 있었다. 햇볕과 바람은 통과시키되, 새나 큰 오염물이 직접 내려앉지 못하도록 막아놓은 장치였다. 오래된 방식의 산화 숙성이라 해도, 현대 와이너리의 위생 감각과 관리 방식이 함께 작동하고 있었다.

더 묘한 것은 그 뒤편의 풍경이었다. 다마후아나 유리병 너머로 현대식 스테인리스 대형 탱크들이 줄지어 서 있었다. 차갑고 매끈한 금속 탱크와, 햇볕 아래 놓인 오래된 방식의 유리병들이 한 공간에 공존하고 있었다. 한쪽은 산소와 온도를 정밀하게 통제하는 현대 양조의 상징이고, 다른 한쪽은 태양과 열, 낮과 밤의 온도 차이를 받아들이는 오래된 산화 숙성의 장치였다. 그 대조가 묘하게 아름다웠다. 루에다는 과거와 현재를 나란히 세워두고 있었다.

유리 자체는 산소를 통과시키지 않는 비활성 재료에 가깝다. 그래서 "유리병이 숨을 쉰다"라고 말하면 정확하지 않다. 중요한 것은 유리벽이 아니라, 그 유리병이 놓이는 환경이었다.

이곳의 다마후아나는 어두운 저장고 안에 조용히 보관된 병이 아니었다. 하늘 아래, 햇볕과 바람, 낮과 밤의 온도 차이 속에 놓인 병이었다. 유리는 닫혀 있지만, 병 안에는 빈 공간이 있고, 마개가 있으며, 온도 변화가 있다. 낮에는 햇볕을 받아 내부 온도가 오르고, 밤에는 다시 식는다. 그 변화 속에서 와인은 천천히 산화되고 농축된다. 신선한 화이트 와인이라면 피해야 할 조건이 여기서는 오히려 나름의 스타일을 만드는 요소가 된다.

도라도, 신선함의 반대편에서 태어난 황금빛 와인

 태양 아래 놓인 다마후아나 유리병. 그 뒤로 현대식 스테인리스 탱크가 나란히 서 있었다. 루에다의 흥미로움은 과거와 현재가 서로 밀어내는 것이 아니라, 한 공간에서 서로 다른 맛의 시간을 만들고 있다는 점이었다.
ⓒ 이찬재

마리아노 부장은 이것이 루에다의 역사적 산화 숙성 와인, 도라도(Dorado)를 만드는 중요한 과정이라고 설명했다. 도라도는 스페인어로 '황금빛'을 뜻한다. 우리가 흔히 아는 루에다 화이트 와인이 산뜻하고 신선한 이미지라면, 도라도는 그 반대편에 서 있는 와인이다. 산소와 열, 빛을 피하려는 와인이 아니라, 그것을 숙성의 일부로 받아들이는 와인이다.

이 대목에서 루에다의 두 얼굴이 선명해졌다. 하나는 야간 수확과 냉각, 위생 관리, 온도 제어 스테인리스 탱크를 바탕으로 한 젊고 신선한 화이트 와인이다. 다른 하나는 도라도로 대표되는 오래된 산화 숙성의 기억이다. 1970년대 이후 루에다가 신선한 베르데호 화이트 와인의 산지로 새롭게 알려졌다면, 그 이전의 루에다에는 산화 숙성 와인의 시간이 있었다. 우리가 본 다마후아나는 그 오래된 문법이 오늘의 와이너리 안에서 어떻게 살아남아 있는지, 복원되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장면이었다.

현대 와인 양조에서 산소는 대개 조심해야 할 존재다. 산소가 너무 많이 들어오면 와인은 갈변하고, 향은 무뎌지고, 신선함은 사라진다. 그런데 도라도는 산소를 무조건 피하지 않는다. 산소와 열과 시간을 결함이 아니라 숙성의 조건으로 바꾼다. 그 결과 와인은 투명한 연둣빛의 젊은 화이트가 아니라, 깊은 황금빛을 띠는 전혀 다른 술이 된다.

뜻밖의 장면도 있었다. 줄지어 놓인 병들 가운데 몇몇은 코르크 마개가 열려 있었다. 처음에는 누군가 일부러 열어둔 줄 알았다. 그런데 마리아노 부장은 코르크 마개를 다시 닫으면서, 강한 햇볕을 받은 병 안에서 액체와 기체가 팽창하면서 내부 압력이 올라가, 가끔 코르크 마개가 '펑' 하고 밀려나오기도 한다고 설명했다. 병 안에서 와인이 다시 발효한다기보다, 태양과 열, 병 안의 빈 공간이 만들어내는 물리적 변화에 가까웠다.

그 설명을 듣고 나니, 다마후아나는 더 이상 조용한 유리병으로 보이지 않았다. 안뜰에 놓인 병들은 마치 햇빛을 받으며 스스로 압력을 견디는 작은 숙성실 같았다. 겉으로는 멈춰 있는 듯하지만, 안에서는 열이 오르고, 공기가 팽창하고, 색이 짙어지고, 향이 변하고, 시간이 쌓이고 있었다. 마개가 밀려난 병은 결함처럼 보이기도 했지만, 동시에 이 공정이 살아 있는 변화의 한가운데 있다는 증거처럼 느껴졌다.

그렇다고 이 방식을 모든 화이트 와인에 그대로 적용하지는 않는다. 다마후아나는 신선한 베르데호를 만들기 위한 일반적인 용기가 아니라, 도라도라는 특별한 산화 숙성 와인을 위한 장치에 가깝다. 유리병을 햇볕에 둔다고 해서 좋은 화이트 와인이 되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대부분의 신선한 화이트 와인에는 피해야 할 조건이다. 그러나 도라도에서는 그 햇빛과 열, 산소와 시간이 결함이 아니라 개성이 된다. 같은 루에다 안에 신선함을 지키는 기술과 산화를 받아들이는 기술이 함께 있다는 점이 이 지역을 더 흥미롭게 만들었다.

와인인데 코냑 같은 향이 났다

 보데가 데 알베르토에서 맛본 산화 숙성 와인 도라도(Dorado). 잔 안의 와인은 산뜻한 베르데호 화이트 와인의 연둣빛을 지나, 황금빛과 호박빛에 가까운 색을 띠고 있었다. 진아에프앤씨 송연실 대표(사진 중간)가 대표적인 도라노 와인을 들고 있다.
ⓒ 이찬재

그 긴 과정을 거쳐 만들어진 술이 바로 우리가 테이스팅룸에서 만난 도라도였다. 잔 안의 와인은 이미 우리가 아는 화이트 와인의 색을 한참 지나 있었다. 황금빛을 넘어 호박색에 가까웠고, 잔을 기울일 때마다 오래된 시간의 농도가 천천히 움직이는 듯했다. 신선한 베르데호 와인이 아니라, 태양과 산화, 오크와 시간이 겹겹이 쌓인 전혀 다른 세계의 술이었다.

마리아노 부장은 이 와인이 매우 귀한 술이라고 설명했다. 농담처럼, 그러나 꽤 진지하게 "한 팔레트를 사면 한 병 정도는 선물로 줄 수 있다"고 했다. 그 말을 듣는 순간 웃음이 나왔다. 와이너리에서 병을 들고 설명을 듣고 있는데, 눈앞의 술이 사실상 돈을 내고도 쉽게 살 수 없는 술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러니 그냥 조금 맛만 보고 지나갈 수는 없었다. '이렇게 귀한 술이라면 맛이나 제대로 보고 가야겠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나는 잔에 담긴 도라도를 한 번에 들이켰다. 원샷이었다. 마리아노 부장이 웃었고, 우리도 웃었다. 그러나 잔을 내려놓은 뒤에는 웃음보다 진한 여운이 남았다.

도라도는 우리가 흔히 아는 루에다 화이트 와인과 전혀 달랐다. 상큼하게 치고 올라오는 신선함의 와인이 아니었다. 말린 과일, 견과류, 캐러멜, 오래된 오크통의 향이 겹쳐졌고, 순간적으로 코냑 같은 깊고 둥근 향이 떠올랐다. 분명 와인이었지만, 산화와 태양, 오크와 시간이 겹친 그 향은 브랜디 계열의 술을 닮아 있었다.

그 이유를 생각하면 고개가 끄덕여졌다. 코냑도 포도에서 출발해 오크통 숙성을 거치며 말린 과일, 견과, 바닐라, 캐러멜, 오래된 나무 향을 얻는다. 도라도는 증류주가 아니지만, 태양 아래 다마후아나에서 산화와 농축을 거치고, 다시 오크통에서 오래 숙성되며 비슷한 향의 방향을 향해 간다. 그래서 잔 안의 도라도는 와인이라는 이름을 갖고 있으면서도, 코냑을 떠올리게 하는 깊고 둥근 향을 품고 있었다.

목을 타고 내려간 뒤에도 향은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그것은 신선함의 와인이 아니라, 오랜 시간을 견디며 농축된 와인이었다.

솔레라 숙성, 오래된 술이 젊은 술을 깨우다

도라도의 깊은 향을 이해하려면 솔레라 숙성도 빼놓을 수 없다.

솔레라(Solera)는 오래된 술과 젊은 술을 이어가며 숙성시키는 방식이다. 가장 오래 숙성된 술의 일부를 병입하면, 그 빈자리에 조금 더 젊은 술을 채워 넣는다. 다시 그 위 단계에는 더 젊은 술이 이어진다. 이렇게 시간이 서로 섞이며 한 해의 술이 아니라 여러 해의 기억이 하나의 맛으로 이어진다.

그러므로 솔레라는 단순한 숙성 기술이 아니다. 오래된 술을 완전히 비워내지 않고, 그 일부를 다음 술 속에 남겨두는 방식이다. 시간의 일부를 다음 시간으로 넘기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도라도가 단순히 오래된 와인처럼 느껴지지 않고, 깊은 맛의 계보를 가진 술처럼 느껴지는 이유도 여기에 있었다.

태양 아래 다마후아나에서 시작된 산화 숙성, 오크통이 더하는 오래된 나무의 향, 그리고 솔레라 방식으로 이어지는 시간의 계보가 겹치면서 도라도는 일반적인 화이트 와인과 완전히 다른 술이 된다. 말린 과일과 견과류, 캐러멜, 오크, 코냑 같은 깊은 향은 어느 한 순간에 생긴 것이 아니라, 여러 그릇과 여러 시간이 겹쳐 만든 결과였다.

그 대목에서 나는 한국의 씨간장을 떠올렸다.

씨간장은 매년 새 간장을 담글 때 오래된 간장을 조금씩 이어 넣는 방식이다. 단순한 조미료가 아니라, 집안의 시간과 맛의 기억을 이어가는 장치다. 스페인의 솔레라 숙성이 오래된 술의 일부를 다음 술에 이어주며 맛의 계보를 만든다면, 한국의 씨간장 역시 오래된 장맛을 새 장 속에 이어 넣으며 한 집안의 맛을 보존해왔다.

데 알베르토의 도라도가 특별하게 느껴진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것은 대량으로 팔기 위한 술이라기보다, 이 와이너리가 품고 있는 오래된 시간의 일부를 맛보게 해주는 잔이었다.

도라도는 와인이 얼마나 다르게 늙을 수 있는지를 보여주었다. 신선함을 지키는 것도 기술이지만, 산화와 열과 태양을 견디며 깊어지는 것도 기술이었다. 발효와 숙성의 세계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을 피하느냐만이 아니다. 무엇을 받아들일 것인가도 중요하다.

공장 안에 다시 만든 동굴의 조건

 스페인 루에다(Rueda)의 보데가스 베르데알(Bodegas Verdeal) 숙성 공간에 놓인 진흙 항아리 티나하(Tinaja). 키를 훌쩍 넘는 진흙 항아리는 한국의 장독을 자연스럽게 떠올리게 했다. 물론 포도즙을 와인으로 익히는 티나하와 콩, 소금물, 멸치와 소금을 장으로 익히는 장독은 다르다. 그러나 흙으로 만든 둥근 그릇 안에서 자연의 시간과 미생물의 흐름을 조율한다는 점에서, 두 용기는 서로 먼 친척처럼 느껴졌다. (왼쪽) / 보데가스 베르데알의 공장 안에 마련된 별도 숙성 공간. 유리벽 너머로 오크배럴과 숙성 설비가 보이고, 바깥에는 현대식 제조 공간의 차갑고 정돈된 분위기가 이어져 있었다. 데 알베르토가 땅속 동굴의 서늘함과 습도를 이용해 와인을 익혔다면, 베르데알은 그 조건을 지상 공장 안에서 현대식 공간으로 재현하고 있었다. 자연 동굴을 그대로 보존한 것이 아니라, 동굴이 품고 있던 숙성의 감각을 오늘의 설비 안으로 옮겨놓은 장면이었다.(오른쪽)
ⓒ 이찬재

루에다에서 만난 또 하나의 강렬한 장면은 보데가스 베르데알(Bodegas Verdeal)의 공장 안에 있었다.

베르데알은 데 알베르토처럼 오래된 지하 동굴 시스템을 중심에 둔 와이너리가 아니었다. 사무실 바로 뒤편으로 현대식 제조 공장이 연결되어 있었고, 그 안에는 스테인리스 탱크들이 서 있었다. 겉으로 보면 깔끔하고 기능적인 현대 와인 공장이었다. 그런데 더 안쪽으로 들어가자 예상하지 못한 공간이 나타났다. 공장 안에 또 하나의 공간이 들어앉아 있었다. 유리로 구획된 별도의 숙성 공간이었다.

그곳은 와인을 다른 조건에서 익히기 위해 따로 마련한 숙성 공간이었다. 데 알베르토가 땅속 동굴의 서늘함과 습도를 이용했다면, 베르데알은 그 조건을 지상 공장 안에서 현대식 설비와 공간 구성으로 재현했다. 말하자면 자연 동굴의 감각을 현대식 숙성실로 옮겨놓은 셈이었다.

그 안에는 오크배럴과 티나하(Tinaja), 그리고 유리병들이 함께 놓여 있었다. 차가운 스테인리스 탱크가 공장 전체의 기본을 이루고, 그 안쪽의 별도 공간에서 나무와 흙, 유리가 각자의 방식으로 와인을 익히고 있었다. 이 장면은 루에다 와이너리들이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자기 색깔을 찾고 있는지를 잘 보여주었다. 어떤 곳은 지하 동굴을 보존하고, 어떤 곳은 태양 아래 다마후아나를 세우고, 또 어떤 곳은 공장 안에 별도의 숙성 공간을 만들어 흙항아리와 나무통을 실험한다.

티나하, 흙항아리는 낭만이 아니라 선택이었다

그 공간에서 가장 눈길을 끈 것은 진흙 항아리 티나하였다. 수십 개가 빽빽하게 들어찬 장관은 아니었다. 5~6개 남짓한 거대한 진흙 항아리가 조용히 서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적은 숫자가 더 묵직하게 다가왔다. 대량 생산 설비처럼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스테인리스 탱크가 양조의 기본을 안정적으로 잡아주고, 그 옆의 별도 숙성 공간 안에서 티나하와 오크배럴이 소량 생산과 차별화를 맡고 있었다.

내 키를 훌쩍 넘는 테라코타 특유의 옅은 황토빛 항아리들은 한국의 장독을 떠올리게 했다. 물론 티나하와 장독은 같지 않다. 포도즙을 와인으로 발효시키는 용기와, 콩과 소금물, 멸치와 소금이 장으로 익어가는 용기는 문화도 재료도 다르다. 그러나 그 앞에 섰을 때 느껴지는 감각은 분명 닮아 있었다.

흙으로 만든 그릇.
둥근 몸체.
완전히 닫히지 않은 발효의 감각.
그리고 기다림.

티나하는 오크통처럼 강한 나무 향을 와인에 입히지 않는다. 그래서 양조가들은 때때로 티나하를 "품종의 순수성을 지켜주는 용기"처럼 말한다. 그러나 그 말도 절반만 맞다. 흙으로 만든 용기는 흙의 종류, 굽는 온도, 기공 구조, 안쪽 코팅 여부에 따라 성격이 달라진다. 어떤 티나하는 산소를 조금 더 받아들이고, 어떤 티나하는 더 닫힌 성격을 가진다. 흙의 표면이 와인의 향 성분을 붙잡을 수도 있고, 효모 앙금이나 포도 고형물과 만나는 방식에 따라 입안의 질감이 달라질 수도 있다.

그러니 티나하는 "아무 향도 주지 않는 중립적 용기"가 아니다. 오크처럼 바닐라나 토스트 향을 입히지는 않지만, 산소와 표면, 흙의 기공과 질감을 통해 조용히 와인에 관여한다. 흙항아리에 담그면 와인이 더 화려하게 향기로워질 것 같지만, 실제로는 품종 고유의 과실 향을 차분하게 지키면서 대신 묵직한 질감과 구조를 키우는 선택이 될 수도 있다고 한다.

이 점에서 티나하는 낭만적인 그릇이기 전에 매우 현실적인 양조 도구였다. 와인을 무조건 더 좋게 만드는 마법의 항아리가 아니라, 얻는 것과 내려놓는 것이 분명한 선택지였다. 더 향긋한 와인이 반드시 더 깊은 와인도 아니고, 더 차분한 와인이 반드시 덜 좋은 와인도 아니다. 중요한 것은 흙항아리라는 이미지가 아니라, 그 용기를 어떤 와인에, 어떤 목적과 시간으로 쓰느냐였다.

베르데알의 숙성 공간 안에서 이 티나하를 보며 우리는 또 다른 생각을 했다. 이곳은 전통으로 돌아간 공간이 아니라, 전통의 조건을 현대 공장 안에서 다시 설계한 공간이었다. 흙항아리는 스테인리스 공장 안에서 새로운 역할을 맡고 있었다. 자연과 전통을 그대로 흉내 내는 것이 아니라, 현대 설비 안에서 필요한 조건만 골라 다시 조합하는 방식이었다.

오래된 용기는 유물이 아니라 새로운 맛의 도구였다

이쯤에서 네 곳의 와이너리에서 본 장면들이 하나의 흐름으로 이어졌다. 어느 곳은 지하 동굴과 오크, 푸드르를 통해 시간의 깊이를 보여주었고, 어느 곳은 스테인리스 탱크로 현대 루에다의 신선함을 붙잡고 있었다. 데 알베르토는 다마후아나와 도라도로 오래된 산화 숙성의 세계를 보여주었고, 베르데알은 공장 안의 별도 숙성 공간에서 티나하와 오크배럴을 통해 또 다른 결의 와인을 만들고 있었다.

네 곳이 모두 같은 말을 하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오히려 달랐다. 그래서 더 흥미로웠다. 같은 루에다, 같은 베르데호를 말하면서도 각 와이너리는 자기만의 방식으로 답을 찾고 있었다. 어떤 곳은 동굴의 어둠을, 어떤 곳은 스테인리스의 정밀함을, 어떤 곳은 태양 아래 유리병을, 어떤 곳은 숙성 공간 안의 흙항아리를 선택했다. 그 차이가 루에다의 현실적인 생명력처럼 보였다.

그 차별화는 단순한 마케팅 문구가 아니었다. 용기의 선택, 발효의 속도, 산소와의 거리, 효모 앙금과의 시간, 햇빛과 열을 받아들이는 방식이 모두 달랐다. 오래된 용기는 전시장에 놓인 유물이 아니라, 여전히 새로운 맛을 만드는 도구였다. 전통은 그곳에서 멈춰 있지 않았다. 현대식 스테인리스 탱크 옆에서, 별도의 숙성 공간 안에서, 햇볕이 내려앉는 안뜰에서 다시 움직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보며 자연스럽게 한국의 장독대를 떠올렸다.

장독을 지키는 일보다 어려운 건 장독을 해석하는 일

 스페인 바야돌리드(Valladolid)의 라 파리야 데 산 로렌소(La Parrilla de San Lorenzo) 입구 앞에서 송연실 진아에프앤씨 대표와 마리아노 데 후안(Mariano De Juan) 부부와 함께 기념사진을 찍었다. 오래된 석조 벽과 ‘Restaurante’, ‘Bar’ 간판, 식당 입구의 따뜻한 불빛은 와인이 병 안에만 머물지 않고 식탁의 문화로 이어지는 순간을 예고하고 있었다.
ⓒ 이찬재

우리에게도 장독이라는 오래된 발효 용기가 있다. 흙을 빚고 구워 만든 다공성 그릇, 계절의 온도 변화를 품고, 햇볕과 바람 속에서 장과 액젓을 천천히 익혀온 그릇이다. 그러나 루에다의 와이너리들을 보고 있자니 부러움과 함께 작은 부끄러움도 밀려왔다. 우리는 장독을 지켜왔다고 말해왔지만, 장독을 발효의 기술로 충분히 해석해왔는지는 자신 있게 말하기 어려웠다.

한국의 장류와 액젓 산업도 용기는 바뀌었다. 장독을 고수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 장독에서 1톤 규모의 PE(폴리에틸렌) 발효통으로, 작은 플라스틱 통과 비닐 내포장으로, 시멘트 탱크와 스테인리스 설비로 이동했다. 그것은 대량 생산과 위생, 관리 효율을 위한 변화였다. 물론 그런 선택을 무조건 낮게 볼 수는 없다. 스페인의 멸치 가공업체들도 PE 탱크를 사용한다. 산업이 커지면 일정한 용량과 관리 편의, 세척성과 비용을 따질 수밖에 없다.

왕신은 그 흐름 속에서도 오래된 장독 발효 방식을 지켜오고 있다. 그러나 루에다의 와이너리들을 보고 나니, 지킨다는 말만으로는 부족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장독을 고수하는 일과 장독을 깊이 해석하는 일은 다르다. 장독이 발효액의 온도와 산소, 미생물의 흐름과 감칠맛에 어떤 변화를 만드는지 설명할 수 있을 때, 비로소 전통은 단순한 방식이 아니라 살아 있는 기술이 된다. 어쩌면 이것이야말로 오늘의 푸드테크가 오래된 발효 앞에서 해야 할 일인지도 모른다. 전통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전통이 품고 있던 원리를 새롭게 읽어내는 기술 말이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용기가 바뀌는 동안, 우리는 그 용기가 발효의 맛을 어떻게 바꾸는지 충분히 물었을까. PE 통은 온도를 어떻게 머금는가. 비닐로 봉한 발효는 산소와 미생물의 흐름을 어떻게 바꾸는가. 시멘트 탱크와 장독은 같은 멸치와 소금을 전혀 다른 속도로 익히지 않을까. 스테인리스는 위생적이지만, 장기 숙성의 깊이와는 어떤 관계를 맺을까. 이런 질문들이 산업의 중심에 충분히 놓였는지 돌아보게 된다.

루에다에서 본 와인 용기의 변화는 "더 많이, 더 쉽게, 더 싸게" 만들기 위한 변화만은 아니었다. 오히려 "더 다르게, 더 깊게, 더 설득력 있게" 만들기 위한 변화에 가까웠다. 스테인리스는 신선함을 맡고, 오크와 푸드르는 시간과 구조를 맡고, 콘크리트 에그는 질감을 맡고, 다마후아나는 태양과 산화를 맡고, 티나하는 흙의 숨결을 맡았다. 용기는 단순한 그릇이 아니라 차별화의 언어가 되어 있었다.

그에 비해 한국의 장독은 오랫동안 전통의 상징으로 머물렀다. 전라도 항아리의 넉넉한 배, 경상도 항아리의 계란 같은 곡선은 아름답다. 그러나 그 아름다움이 발효 온도와 산소 이동, 미생물 생태와 감칠맛에 어떤 차이를 만드는지 우리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다. 어떤 흙으로 빚었는지, 어떤 온도에서 구웠는지, 벽은 얼마나 두꺼운지, 기공은 어느 정도인지, 햇볕과 바람은 어떻게 닿는지, 그런 조건들이 장맛과 액젓의 향을 어떻게 바꾸는지 더 깊이 파고들어야 했다.

장독은 과거의 풍경이 아니라, 아직 충분히 연구되지 않은 미래의 발효 용기일 수 있다. 이제는 "장독에 담갔다"는 말만으로 충분하지 않다. 어떤 장독인가를 물어야 한다. 장독을 지키려면 장독을 더 깊이 해석해야 한다. 전통을 지키는 일과 전통 안에 머무는 일은 다르기 때문이다.

오래된 그릇이 미래의 기술이 될 때

 스페인 카스티야 이 레온주의 와인 산지 루에다(Rueda) 입구에서 찍은 기념 사진. ‘RUEDA’ 조형물 아래에는 “가능성의 포도송이(Un racimo de posibilidades)”라는 문구가 새겨져 있었다. 이 간판 앞에서 루에다는 지도 위의 단순한 지명이 아니라, 발효와 용기, 식탁과 문화의 가능성을 품은 여행지가 되었다
ⓒ 이찬재

루에다에서 나는 와인보다 발효 산업의 자세를 보았다. 전통을 사랑하되, 전통에 갇히지 않는 태도. 오래된 용기를 존중하되, 그것을 현대의 맛과 시장, 연구와 기술 안에서 다시 움직이게 만드는 태도. 그것이야말로 법고창신이었다.

그날 루에다에서 만난 용기들은 모두 다른 방식으로 말하고 있었다. 발효는 완전히 통제하는 기술이 아니라, 자연이 가진 힘을 읽고 조율하는 일이라고. 좋은 용기는 원료를 지배하지 않는다. 원료가 시간과 만날 수 있도록 자리를 내어준다.

용기가 다르면 시간이 달라진다.
시간이 달라지면 맛이 달라진다.
그리고 맛이 달라지면, 한 지역의 문화도 달라진다.

루에다에서 우리는 그것을 보았다. 포도즙은 스테인리스 안에서 신선함을 얻고, 콘크리트 안에서 질감을 얻고, 유리병 안에서 태양의 산화를 얻고, 진흙 항아리 안에서 흙의 숨결을 얻는다. 그리고 그 모든 장면은 한국의 장독 발효가 앞으로 어디로 가야 하는지 묻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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