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범 "AI시대 국가역할 커져 … 초과이윤 다음세대로 연결을"
2026.07.05 18:05
"좋은 분배가 더큰 생산 만들어
국가는 선순환 설계하는 역할"
나라 전체를 생산 플랫폼으로
전력망 만들고 공급망 조직
혁신주도 강조한 마추카토의
'기업가형 국가론'과 일맥상통
김용범 청와대 정책실장이 5일 인공지능(AI) 시대를 맞아 국가의 역할이 확장되고 있다며 전력·용수·송전망 등으로 대표되는 AI 산업 인프라스트럭처 공급은 물론 AI 산업의 과실인 기업 초과 이윤을 놓고도 국가가 적극적인 역할을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AI 산업 시대의 국가는 대규모 인프라를 기업에 제공하는 공동 투자자 겸 혁신의 공동 주체인 만큼, 기업이 혁신과 생산성 향상에 따른 이익을 독점해온 기존 구조에 변화가 불가피하다는 선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김 실장은 이날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AI는 생산성을 높이지만 시장은 그 과실을 자동으로 나누지 않는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복지는 생산의 반대편에 서 있는 제도가 아니다"며 "(복지는) 생산혁명이 만들어낸 초과 이윤을 다음 세대의 생산능력과 사회적 신뢰로 연결하는 투자"라고 했다.
◆ AI시대 국가 역할 재정의
앞서 김 실장은 지난 5월 AI 산업 호황으로 정부가 거두게 될 초과 세수의 분배 필요성을 제시하며 '국민배당금제' 도입을 주장했는데,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기업의 초과 이윤을 어떻게 활용할지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밝힌 것이다. 김 실장은 이와 관련해 "생산은 분배의 전제이고, 좋은 분배는 다시 더 큰 생산을 가능하게 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국가는 바로 그 선순환을 설계하는 존재"라고 강조했다. 이는 정부를 규제자, 보조금 지급자, 시장 실패를 보정하는 존재로 규정하는 기존 경제학적 관점에서 탈피해 AI 산업의 공동 주체로 바라봐야 한다는 주장으로 보인다.
실제 김 실장은 "AI발 생산혁명이 국가의 성격까지 다시 정의한다"며 "AI 시대에 국가의 역할은 더욱 커진다. 국가는 더 이상 시장의 규제자가 아니다"고 강조했다. 김 실장은 이날 글에서 국가가 AI 산업 과실에 대한 권리 주장을 할 수 있는 공동 주체의 자격이 충분하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 AI시대 승자는 생산체계 가진 국가
그는 "AI 시대 승자는 생산 체계를 가진 국가가 될 가능성이 크다"며 "(국가는) 전력망을 구축하고, 산업 용지를 조성하며, 공급망을 조직하는 생산 플랫폼"이라고 정의했다. 이어 "전력망을 만들고, 산업 용지를 조성하며, 공급망을 조직하는 것이 국가의 일"이라면서 "생산혁명 시대에 산업 정책은 국가 전체를 하나의 생산 플랫폼으로 조직하는 일"이라고 했다. 또 "데이터센터는 전력 없이 존재할 수 없고, 반도체는 용수 없이 생산할 수 없으며, 피지컬 AI는 제조와 물류·도시 인프라 없이 움직일 수 없다"고 설명했다.
학계에서는 김 실장의 주장에 대해 '기업가적 국가론자'로 꼽히는 마리아나 마추카토 영국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교수의 이론과 맥을 같이한다는 평가가 나온다. 마추카토 교수는 '기업가형 국가' 등의 저서에서 국가가 혁신을 이끌고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주체라는 주장을 펼쳐왔다. 특히 "혁신은 기업 혼자 만든 것이 아니라 공공 투자·시장 제도가 같이 만든 결과이므로 보상과 책임도 함께 나눠야 한다"며 국가가 위험을 떠안고, 기업은 성공 후 이익을 독점하는 구조를 비판해왔다. 특히 공공 투자가 들어간 혁신 분야에서 정부가 성과를 공유받는 투자자가 돼야 한다고 주장해왔다.
올해 나온 저서 '공공선 경제'에선 "정부와 기업이 목적 있는 경제 관계를 만들고, 공동 목표 달성 과정에서 참여와 책임을 중시해야 한다"고 했다. 최근 정부가 기업과 함께 첨단 산업 대규모 투자 계획을 발표하면서 민관 원팀을 강조한 것과 같은 맥락이다. 정부 경제팀에선 마추카토 교수의 저서에 대한 독서와 토론이 활발한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은 지난달 소셜미디어에 마추카토 교수의 저서를 읽는 사진을 올리기도 했다.
[오수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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