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정부, 반도체 초격차에 에너지전환 포기?…원전, 화력 등 총동원령[세종백블]
2026.07.05 19:55
기후부‘에서 ’전력부‘로?…반도체 속도전에 흔들리는 에너지 로드맵
[헤럴드경제=배문숙 기자]800조원 규모의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의 주요 전제조건이 원활한 전력 수급으로 지목되면서 이재명 정부가 내세웠던 재생에너지 중심의 에너지전환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냐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해 10월 에너지정책의 초점을 산업보다는 기후대응에 맞추기 위해서 태양광과 풍력 같은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핵심 가치로 내걸고 기후에너지환경부를 출범시켰다.
그러나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사업의 안정적인 전력 공급을 위해 ’화력발전까지 동원하겠다고 밝히면서 환경부가 확대된 기후에너지환경부 출범 무효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5일 관가에 따르면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에 팹 4개가 들어서면 6.3기가와트(GW)의 전기가 필요하다. 이는 대형 원전 4.5기 설비용량과 맞먹는다
앞서 김성환 기후부 장관은 지난 3일 MBC 라디오에 출연해 “반도체는 24시간 전기를 안정적으로 공급해야 하는데 재생에너지가 늘어나는 양만으로 감당하기가 만만치 않다”며 “원전을 추가로 지어야 할지 여부를 빨리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부지를 만들지 않더라도 전남 영광 한빛원전에 2기, 울산 울주 새울원전에 2기 등 총 4기를 더 지을 수 있는 땅이 있다”며 “의사결정을 마냥 미룰 수 없다”고 했다.
서남권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을 포함한 ‘메가 프로젝트’ 발표 이후 청와대와 정부에서 원전 확대 메시지가 동시다발로 나오고 있다.
이재명 대통령은 3일 경남 진주에서 열린 ‘영남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SMR(소형모듈원자로) 분야도 과감하고 적극적인 투자가 이뤄지게 될 것”이라고 말했다. 구윤철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 장관도 이날 “SMR 국가전략기술 선정을 검토하고 있다”고 했다.
이는 정부가 ‘서남권 반도체 속도전’의 성패를 가를 조건으로 추가 원전건설여부를 우선시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이재명 정부 출범 초기에는 ‘지을 곳이 없다’는 ‘현실적인 이유’를 들어 원전 건설에 신중했지만 ‘반도체와 AI 등 첨단산업에 전기가 필요하다’는 다른 현실적인 이유를 내세워 전 정부 때 계획된 원전 건설 계획을 확정하며 스스로 빗장을 풀더니, 같은 이유로 더 나아가려는 모양새다.
반도체 팹은 미세공정이 24시간 가동되기 때문에 순간 정전이나 전압 변동만으로도 치명적인 생산 차질이 발생한다. 따라서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는 날씨와 시간대에 따라 발전량이 출렁이는 ‘간헐성’의 한계가 뚜렷하다는 점에서 원전과 LNG가 백업 전원으로 주목받고 있는 것이다.
특히 원전을 짓는데 긴 시간이 걸리는 만큼 현재로선 필요할 때 즉각 출력을 높일 수 있는 유연성을 갖춘 전원은 사실상 LNG 발전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그러나 LNG 발전은 채굴, 정제, 액화, 수송, 기화에 이르는 전 과정에서 이산화탄소보다 온실효과를 80배 더 일으키는 메탄을 배출한다. 화력발전에 비해 탄소 배출이 적다는 장점이 있으나 연소 과정에서 초미세먼지를 유발하는 질소산화물(NOx)과 대기오염물질을 배출해 환경단체들은 추가 발전시설 건립을 반대하고 있다.
이에 따라 ‘지구지키미’를 자처하는 김성환 장관에게는 LNG는 최대한 언급을 자제해야하는 단어들 중 하나였지만 서남권 반도체 구축사업으로 분위기가 달라지고 있는 것이다.
기후부는 2030년까지 재생에너지 100GW 보급을 목표로 내걸었을 뿐, LNG 관련 제도를 만다는 것에는 소극적인 행보를 보여왔다. 지난 5월 통과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데이터센터 특별법’ 논의 과정에서 비수도권 데이터센터가 LNG 전력을 직접 구매할 수 있도록 하는 특례 조항이 검토됐으나, 기후부의 반대에 부딪혀 최종 단계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진다.
세종관가 한 관계자는 “반도체 초격차 경쟁력을 위해서 하루 24시간 안정적인 전력 공급이 필요해지면서 이재명 정부 초기 금기어였던 원전, LNG , 화력 등 모든 발전원들이 총동원될 것으로 알려진다”면서 “결국 에너지정책을 산업중심에서 기후대응으로 전환하겠다고 출범한 기후부 본질이 흔들리는 셈”이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기후에너지환경부보다는 현재는 기후에너지전력부라고 지칭하는 것이 맞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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