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청래 저격수 송영길…페이스메이커인가, 플레이어인가
2026.07.05 06:00
8·17 전국당원대회를 앞두고 더불어민주당의 '적통 논쟁'이 뜨겁다. 호남과 친노(親노무현) 내지 친문(親문재인)으로 이어지는 전통적 민주당 주류의 지지를 받는 정청래 전 대표를 향해 김민석 전 국무총리와 송영길 의원이 일종의 역할 분담을 통해 지지기반을 흔드는 모양새가 이어지고 있기 때문이다. 김 전 총리는 호남 반도체 클러스터를 주도한 정부의 첫 총리라는 점을 내세워 호남 민심을 파고들고 있고, 송 의원은 정 전 대표의 정통성을 공격하며 오랜 민주당 지지층에게 의문부호를 던지고 있다.
지난 6월 30일 이임식을 마치고 본격 전당대회 준비에 뛰어든 김 전 총리는 국정경험과 포용을 내세우면서 두 경쟁 주자에 비해 상대적으로 약한 당내 지지 기반 확대에 공을 들이고 있다. 특히 김 전 총리는 퇴임 전 "검찰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이를 두고 보완수사권의 정쟁화는 막았지만, 정 전 대표 등 민주당 강성 지지층의 이슈몰이 앞에 '한 수' 접고 들어간 것 아니냐는 해석이 따른다.
한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김 전 총리가) 갑자기 그렇게 나오면 그동안 청와대와 정부에서 (보완수사권 조정 검토)하던 것들은 다 뭐가 되나"라면서 "지방선거 책임론으로 수세에 몰린 정 전 대표가 (보완수사권 폐지로) 이슈를 띄운 게 먹히고, 김 전 총리가 페이스에 말려 끌려가는 형국"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어쨌든 전당대회는 선명성 경쟁으로 갈 텐데 40~50대 민주당 핵심 지지층에서 김 전 총리를 '사쿠라(변절자)'라고 반대하는 의견도 많다"고 덧붙였다. 김 전 총리는 일단 민주당 주류의 한 축인 호남 공략부터 나서고 있다. 총리를 그만두기 전부터 호남에 여러 차례 방문하면서 공을 들였던 그에게는, 최근 이재명 대통령이 추진하는 호남 반도체 공장 설립 소식이 천군만마나 다름 없다.
김 전 총리의 행보야 예상된 것이지만 송 의원의 행보는 다소 파격적이라는 점에서 주목을 끈다. 송 의원은 '정청래 저격수' 모드로 전당대회에 임하고 있다. 정 전 대표가 이번 전당대회에 출마하면 자신도 차기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입장인 송 의원은 최근 정 전 대표를 겨냥해 "노무현 전 대통령 장례식장도 못 갔다"며 정통성 논란에 불을 지폈다. 노무현 키즈를 자처한 정 전 대표 입장에서는 불쾌할 만한 상황. 정 전 대표는 "100% 허위사실 유포"라고 맞받으며 사과를 요구했다. 이내 송 의원이 "발언을 정정하겠다"면서 사과했지만, 일부 당원들의 고발로 번지면서 경찰 수사로 이어지게 됐다.
정 전 대표는 민주당 구(舊) 주류에 대한 일종의 집토끼 잡기에 애를 쓰는 모양새다. 연임 도전을 위해 지난 6월 24일 당대표직을 내려놓은 정 전 대표는 당일 첫 행보로 서울 강남구 코엑스에서 열린 서울국제도서전을 찾아 문 전 대통령과 만남 장면을 연출했다. 정 전 대표는 같은 날 친노·친문 성향 당원들과 지지자들이 주로 찾는 친여 유튜버 김어준씨의 딴지일보 자유게시판에 당대표 사퇴문을 올리고 사실상 자신에 대한 지지를 호소했다. 그는 지난 6월 24일 당대표 사퇴 선언 시점부터 현재(7월 2일 오전 9시 기준)까지 약 8일간 페이스북에 총 33개의 게시글과 사진을 집중적으로 올리며 정치적 메시지 전달과 여론전에 공들이고 있다.
송 의원의 '정청래 때리기'가 계속되면서 그가 김 전 총리의 페이스메이커가 아닌 더 큰 꿈을 꾸고 있는 것 아니냐는 시선이 당내에서 나오고 있다. 한 민주당 지도부 관계자는 "'내가 적자고 민주당 주류의 후원을 받는다'는 게 정 전 대표가 가지고 있는 자신감의 근원이란 점에서 (노무현 장례식 참석 논란은) 송 의원이 (정 전 대표를) 직격한 기 싸움"이라며 "송 의원이 당대표도 한 번 하고 정치적 체급이 크니까 단순히 (김 전 총리의) 페이스메이커로 자리매김할지는 미지수"라고 봤다. 그러면서 "김 전 총리가 긴 야인 생활로 (입지가 약해) 혹시 (전당대회에서) 낙마하면 본인(송 의원)이 완주하면서 당권을 가질 수 있다는 판단이 깔려 있다는 말도 있다"며 "혹은 입각 가능성 얘기도 도는 등 (송 의원의) '다중 포석'이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앞서 언급했던 민주당 원내지도부 관계자는 "캐스팅보트를 자처한 송 의원의 지지율이 만만치 않고 대통령을 상대로 무언가 얻어낼 수 있는 카드도 있어 오히려 '왜그 더 도그(wag the dog·꼬리가 몸통을 흔드는 것)'가 될 수도 있다"고 내다봤다.
첫 1인1표제에 가중치·결선투표 관건
이번 전당대회는 정 전 대표가 추진한 '권리당원 1인 1표제'가 처음 적용되는 선거다. 기존 약 17 대 1이었던 대의원과 권리당원의 표 가치가 1 대 1로 동일하게 반영된다. 관건은 제도 보완을 위해 일부 지역·연령을 대상으로 대의원에 가중치를 부여하는지 여부다. 민주당 전략기획위원장이자 전당대회준비위원회 위원 겸 대변인인 이연희 의원은 지난 7월 1일 주간조선과 만나 "1인 1표제가 처음 적용되는 전당대회"라며 "전당대회 예비경선 관련 당선인 수나 투표 방식, 선거인단 반영 비율에 가중치를 두기로 한 부분 등을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주당 전준위는 지난 7월 2일 국회에서 2차 전체회의를 열고 전국 대의원 배분의 건에 대해 의결했다. 다만 지역별 가중치와 후보자 결선투표 등 논의는 이날 이뤄지지 않았다. 이 의원은 회의 후 기자들과 만나 "(가중치는) 처음 검토해보는 안이라 지역을 어떤 기준으로 상정할지 여러 논쟁 지점들이 있어서 충분히 숙의해봐야 한다"고 전했다.
민주당 전준위는 지난 6월 30일 첫 회의에서 선거인단 반영 비율을 대의원·권리당원 투표 70%, 국민 여론조사 30%로 확정했다. 전당대회 준비 관련 당대표와 최고위원 후보자 등록은 오는 16~17일 진행되며, 예비경선은 7월 21일 실시된다. 지역위원회 개편을 위한 지역 당원대회는 7월 19일까지 마무리하기로 했다. 지역위원회에서 선출하는 전국 대의원은 총 1만52명이며, 이 가운데 선출직 대의원은 7620명이다.
시·도당 순회 경선은 8월 1일 충남·충북·대전·세종을 시작으로 2일 울산·부산·경남, 8일 제주·인천, 9일 강원·대구·경북, 15일 전북·전남·광주, 16일 경기·서울 순으로 열린다. 이후 8월 17일 대전컨벤션센터에서 전당대회를 열어 최종 당선자를 확정한다. 송옥주 전준위 부위원장은 "이번 전당대회는 갈등이 아니라 통합으로, 분열이 아니라 혁신으로 나아가는 출발점이 돼야 한다"며 "계파를 넘어 당원 주권을 실질적으로 구현하는 전당대회를 만들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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