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관학교 통합, 육해공군 대학·전투병과학교 통합 실패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아야”
2026.07.05 09:43
“육·해·공군 대학 및 전투병과학교 통합했다가 원상회복 실패 반복 안돼”
“합동성은 전문성 기초로 형성되며, 전문성 희생한다고 생기는 것 아니다”
| 주은식 한국전략문제연구소장. 한국전략문제연구소 제공 |
최근 국방부가 국방개혁 과제로 급하게 추진 주인 사관학교 통합 논의와 관련해 육··해·공군 사관학교 예비역을 비롯한 학부모, 안보단체, 종교계까지 각계각층 반대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이런 가운데 과거 육·해·공군 대학 및 육군 전투병과학교 통합을 실행했다가 실패한 사례를 반면교사(反面敎師)의 교훈으로 삼아야 한다는 지적이 예비역 장성들로부터 잇따라 제기됐다.
주은식(예비역 준장) 한국전략연구소장은 최근 페이스북에 올린 ‘협동성과 합동성의 실패 사례와 교훈’ 글에서 ‘사관학교 통합은 왜 신중해야 하는가’에 대한 사례로 2가지 사례를 지적했다.
주 소장은 “최근 사관학교 통합 논의는 충분한 연구와 실증적 검토보다 ‘합동성 강화’라는 명분에 의존하고 있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며 “그러나 우리 군은 이미 협동성과 합동성을 높이겠다며 여러 차례 조직을 통합했다가 다시 원상회복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과거의 실패를 외면한 채 같은 실험을 반복하는 것은 바람직한 국방개혁이라 보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 안규백(가운데) 국방부 장관이 지난 5월 27일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를 방문해 주요 직위자 및 교수·훈육관, 생도들과 소통 간담회를 하고 있다. 국방일보 제공 |
첫번째 사례로 든 것이 ‘전투병과학교 통합 실험의 실패’다. 대표적인 사례가 1983년 2월 1일 대통령령11037호에 의거, 광주 상무대에서 실시된 전투병과학교 통합이다. 당시 정부는 보병·기갑·포병·공병·통신 등 각 병과 간 협동성을 높인다는 명분 아래 대통령령에 따라 전투병과학교를 통합했다. 보병학교장을 전투병과학교장으로 임명하고, 각 병과학교장은 학부장 형태로 운영하는 새로운 조직을 만들었다. 주 소장은 “그러나 실제 운영은 기대와 정반대로 흘러갔다. 각 병과학교는 고유한 교육체계와 전통, 전문성을 가지고 있었는데 이를 하나의 지휘체계 아래 편입시키면서 권한과 책임이 불명확해졌다”며 “특히 포병학교장과 공병학교장 등 기존 학교장들은 독자적인 학교장이 아니라 학부장으로 편제되면서 조직 내부의 갈등이 심화됐다”고 분석했다. 이어 “장비를 운영하고 교육하는 포병,기갑, 공병학교장의 특별 상황을 이해하지 못한 보병학교장이 겸무한 전투병과학교장은 동일 계급의 같은 교장의 통제하에 영이 제대로 서지 않았다”며 “근무지원부대까지 전투병과학교장의 행정통제를 받는 구조가 되면서 행정은 더욱 복잡해졌고, 협동성은 높아지기보다 오히려 학교 간 갈등과 반목이 증대됐다”고 지적했다.
결국 이 제도는 약 6년 만에 폐지됐고 각 병과학교는 다시 독립학교 체제로 환원됐다. 주 소장은 “이는 협동성이 조직을 물리적으로 통합한다고 자동으로 생기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대표적인 사례”라고 분석했다.
군사교육 분야에서 각군 대학 통합 역시 오래가지 못했다. 국방부는 2011년 12월 육군대학, 해군대학, 공군대학을 통합하는 조직 개편을 추진했다. 당시 김관진 국방장관은 독일군의 자휘참모대학 연합 및 합동참모과정이 통합과정이고 유학 경험에 착안해 우리 군의 합동성을 강화한다는 것을 명분으로 각군 대학을 통합했다.
하지만 독일군 지휘참모대학은 장군참모과정이 2년이고 단기과정도 최소 1년을 교육한다. 독일군은 우리의 국방대학교 같은 대령급 장교를 교육하는 곳이 없고 지휘참모대학에서 통합교육한다. 연방군 군사대학은 장교학교를 수료한 소위급 장교가 학위교육을 위해 다니는 학교로 양국 간 교육제도의 차이가 발생했다.
주 소장은 “우리 군 합동군사대학은 실제 교육과정에서는 각 군이 요구하는 전문성이 서로 달랐고, 교육목표 역시 차이가 컸다”며 “결국 시간이 지나면서 각 군의 전문교육 기능은 다시 독립적으로 운영되는 방향으로 조정됐고, 합동교육 기능만 별도로 유지하는 현재의 형태로 2020년 해체돼 재개편됐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 역시 합동성은 필요한 분야에서 강화하되, 전문성까지 하나의 조직으로 통합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한계가 있다는 사실을 보여준다”며 “합동성은 전문성을 기초로 형성되는 것이지 전문성을 희생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고 분석했다.
주 소장은 “사관학교는 일반 대학이 아니다. 사관학교는 단순히 교양교육을 실시하는 대학이 아니다”며 “사관학교의 핵심은 4년 동안 하나의 공동체 속에서 생활하며 전통과 명예, 리더십, 지휘체계를 체득하는 과정에 있다. 의식행사와 생도자치, 명예제도, 선후배 문화, 연대감은 모두 4개 학년이 함께 생활할 때 비로소 형성된다”고 지적했다. 이어 “만약 저학년은 한 지역에서, 고학년은 다시 육군·해군·공군으로 분리한다면 사관학교 교육의 본질은 크게 약화될 수밖에 없다”고 사관학교 통폐합의 문제를 제기했다.
주 소장은 “이 경우 저학년 과정은 교양교육 중심의 공통교육기관으로 전락하고, 각 군 사관학교는 사실상 2년 과정의 전문대학 수준의 교육기관으로 축소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며 “그 결과 각 군의 고유한 정체성과 전통, 조직문화 역시 크게 약화될 수 있다”고 우려를 표시했다.
주 소장은 “국방개혁은 새로운 제도를 만들어 현재의 육사를 쫓아내어 지방으로 몰아내는 것이 목적이 돼서는 안된다”며 “과거 실패한 제도를 왜 실패했는지 먼저 분석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것이 진정한 개혁”이라고 조언했다.
그는 “협동성과 합동성은 조직을 물리적으로 합친다고 생기는 것이 아니다. 각 군과 각 병과가 전문성을 충분히 갖춘 뒤 공동훈련과 합동교육, 연합작전 경험을 통해 자연스럽게 형성되는 능력”이라고 덧붙였다.
주 소장은 “우리 군은 이미 전투병과학교 통합과 각 군 대학 통합이라는 두 차례의 실험을 경험했다. 그 결과는 조직 통합 자체가 협동성과 합동성을 보장하지 않는다는 교훈이었다”며 “국방부가 이 교훈을 외면한 채 사관학교 통합을 졸속으로 추진한다면, 훗날 또 다른 원상복귀라는 값비싼 대가를 치를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그는 “국방개혁은 정치적 성과를 위한 속도전이 아니라, 전투력 향상이라는 분명한 목표 아래 역사적 경험과 객관적 검증을 토대로 신중하게 추진돼야 한다”며 “그렇게 하는 것이 대한민국 국방을 위한 올바른 길”이라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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