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하 체온으로 8개월 버티는 북극땅다람쥐
2026.07.05 18:01
북극땅다람쥐는 포유류 가운데 가장 낮은 체온에서 생존하는 동물이다. 겨울잠에 들어가면 뇌 온도는 0도, 복부는 영하 2도, 뒷다리는 영하 2.9도까지 낮아진다. 심장 박동과 호흡도 분당 몇 차례 수준으로 줄어든 채 약 8개월 동안 음식과 물 없이 생존한다.
영국 'BBC'의 4일(현지시간) 보도에 따르면 북극땅다람쥐의 독특한 생리 특성은 겨울잠의 생물학적 원리를 밝히기 위한 주요 연구 대상이다. 연구자들은 단순히 겨울잠의 원리를 규명하는 데 그치지 않고 이를 언젠가 인간에게 적용하는 것을 목표로 연구를 진행 중이다.
미국 페어뱅크스 알래스카대 연구팀은 50년 넘게 북극땅다람쥐를 연구하며 극단적인 대사 저하 메커니즘을 분석하고 있다. 현재 심근경색이나 뇌졸중 환자에게는 얼음이나 약물을 이용해 체온을 낮추는 치료가 쓰이지만 인체가 떨림을 통해 체온을 다시 올리려 하기 때문에 효과가 제한적이다.
연구팀은 체온을 강제로 낮추는 대신 대사 자체를 먼저 늦추면 인체가 자연스럽게 냉각돼 장기 보호 효과가 커질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사 속도를 늦추는 기술은 몸 밖으로 나온 이식용 장기를 더 오래 보존하는 데도 도움이 될 수 있다. 병원에서 멀리 떨어진 곳에 있는 뇌졸중 환자나 전장에서 다친 군인처럼 즉각적인 치료가 어려운 응급환자에게 시간을 벌어주는 기술이 될 수 있다는 기대도 나온다. 미 육군연구소와 미 국방부가 북극땅다람쥐 연구를 지원하는 이유다.
연구팀은 겨울잠을 유도하는 핵심 물질 가운데 하나로 ‘아데노신’에 주목했다. 2011년 알래스카대 연구팀은 아데노신과 구조가 비슷한 물질인 ‘CHA’를 북극땅다람쥐 뇌에 투여해 겨울잠과 유사한 상태를 유도하는 데 성공하고 연구결과를 국제학술지 '신경과학저널'에 발표했다.
2013년 미국 오리건보건과학대 연구팀은 겨울잠을 자지 않는 일반 쥐에 'CHA'를 투여하자 겨울잠과 비슷한 현상이 나타나는 것을 확인한 연구결과를 같은 학술지에 발표했다. CHA를 투여한 쥐의 체온은 약 38도에서 28도까지 떨어졌고 심장 박동과 뇌 전기활동도 겨울잠 동물과 유사한 양상을 보였다.
사람에게 그대로 적용하기에는 아직 한계가 있다. 현재 방식은 뇌에 직접 약물을 투여해야 해 응급환자에게 적용하기 어렵고 혈액으로 투여할 경우 혈당 이상이나 심부전 같은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연구팀은 시상하부의 체온 조절 신경회로를 조절해 안전하게 겨울잠과 유사한 상태를 유도하는 방법을 연구 중이다.
장기적으로는 우주비행사를 일종의 ‘동면’ 상태에 두고 장거리 우주비행을 견디게 하는 기술로 이어질 가능성도 거론된다. 켈리 드루 미국 알래스카대 페어뱅크스 교수는 "동면 상태는 장거리 우주비행에서 식량과 자원 소비를 줄일 뿐 아니라 좁은 우주선에서 장기간 생활하는 심리적 부담도 덜어줄 수 있다"고 말했다. 현재 미국 항공우주국(NASA)은 관련 연구 일부를 지원하고 있다.
<참고 자료>
doi.org/10.1016/j.cub.2022.02.015
doi.org/10.1111/nyas.70013
doi.org/10.3390/biology5010011
doi.org/10.1523/JNEUROSCI.1240-11.2011
doi.org/10.1523/JNEUROSCI.1980-13.2013
doi.org/10.1093/procel/pwag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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