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보베르데 수장의 헌신·메시의 존중·비엘사의 책임...한국엔 없는 '축구의 품격'
2026.07.05 17:01
골키퍼 보지냐도 동료들 '원팀' 이끌어
"멋지게 패배했고, 당당히 고개 들고 떠나"
메시 "치열함, 월드컵 특별하게 만든 이유"
우루과이 감독, 기자회견서 2시간 해명...
실패의 원인, 회피 않고 책임 있게
책임과 반성 없는 韓 축협·감독과 달라
아르헨티나와 카보베르데의 2026 북중미 월드컵 32강전이 끝난 4일(한국시간) 미국 마이애미 스타디움 기자회견장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왔다. 그것도 승장 아닌 '패장' 부비스타(56) 카보베르데 감독에게 쏟아진 이례적인 찬사였다.
카보베르데는 이날 '디펜딩 챔피언' 아르헨티나를 맞아 이번 대회 가장 눈부신 경기력을 선보이며 아름다운 퇴장을 했다. 선수들의 투지와 지치지 않는 열정, 승리를 향한 정신력은 '축구의 신' 리오넬 메시(39·인터 마이애미)가 이끄는 아르헨티나를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연장 120분의 혈투 끝에 2-3으로 패했지만, 조직력을 바탕으로, 실점 직후 득점하는 선수들의 놀라운 투혼은 전 세계 축구팬들을 감동시켰다. 만약 승부차기까지 갔다면 결과는 달라졌을 수도 있었다.
특히 어린 선수들을 끝까지 차분하게 이끈 부비스타 감독의 리더십은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경기 중 큰소리를 치거나, 과도한 항의를 자제하며 선수들이 흥분하지 않도록 다잡았다. 또 아프리카 특유의 피지컬을 앞세운 거친 축구가 아닌, 탄탄한 포지셔닝과 조직력이 돋보이는 전술 축구로 '우승 후보' 스페인(조별리그 0-0 무), 아르헨티나를 상대했다.
이번 대회 최약체로 평가받았으나, 사상 첫 월드컵 본선에 올라 조별리그를 2위(3무·승점 3)로 통과한 저력은 결코 운이 아니었다. 부비스타 감독은 "우리 선수들에게 자신의 경기력을 자랑스러워해야 한다고 했다. 우리는 조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을 보여줬다"며 "일부 선수는 눈물을 보이기도 했지만, 이것도 성장의 한 과정이다. 팀에 영혼이 있다는 걸 보여줬고, 그것이 우리를 자랑스럽게 만들었다"고 말했다.
주장 보지냐(40·차베스)의 헌신도 빠질 수 없다. 조별리그 3경기에서는 50개가 넘는 슈팅을 막아내며 우루과이전 2실점만 허용했다. 이날도 메시의 전반 선제골을 제외하면, 환상적인 프리킥 등 상대의 결정적인 슈팅을 연달아 차단했다. 그의 신들린 선방 능력과 승리를 향한 의지는 어린 선수들에게 동기부여로 작용했고, 경기를 치를수록 팀을 더 단단한 '원팀'으로 묶었다.
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팔로어가 대회 전 5만 명에서 이날 경기 후 2,500만 명으로 폭등한 이유다. 보지냐는 "메시가 다가와 나를 안아주며 '정말 훌륭한 골키퍼다. 국민이 정말 자랑스러워할 것'이라고 말했다"면서 "우리가 보여준 경기력과 이번 월드컵에서 걸어온 모든 여정에 대해 만족하고 자랑스럽다. 우리는 멋지게 패배를 맞이했고, 고개를 당당히 들고 이 대회를 떠난다"고 밝혔다.
메시도 카보베르데의 투혼에 경의를 표했다. 그는 이날 월드컵 통산 20호 골로 새 역사를 썼지만, 스포트라이트는 카보베르데에 양보했다. 메시는 "사람들은 팀의 이름값만 보고 판단할지 몰라도, 우리는 결코 만만한 경기가 되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었다"며 "치열함, 바로 그 점이 이번 월드컵을 특별하게 만드는 이유"라고 했다.
같은 날 우루과이에선 또 하나의 의미 있는 기자회견이 열렸다. 대표팀 사퇴 의사를 밝힌 마르셀로 비엘사(71·아르헨티나) 감독이 실패의 원인을 직접 설명하는 자리였다. 우루과이는 2022 카타르 대회에 이어 2회 연속 월드컵 조별리그 탈락으로 충격에 빠졌고, 비엘사 감독은 거센 비난을 정면 돌파하는 리더십을 발휘했다. 서류 뭉치를 들고 마이크 앞에 앉은 그는 졸전과 선수단 불화설 등 취재진의 질문에 2시간 가까이 설명하며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
이들의 모습은 한국 축구에 시사하는 바가 크다. 한국 대표팀은 이번 월드컵에서 '원팀'이 되지 못했고, 최선을 다하는 투혼을 발휘하지도 않았다. 한국 축구의 비참한 민낯을 드러낸 대한축구협회는 책임과 반성 없이 달랑 온라인 사과문만 게재했을 뿐이고, 홍명보 감독은 돌연 미국으로 떠나 의혹만 더 키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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