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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령 건물로 전락한 문무대왕과학연구소의 속사정[미지답 칼럼]

2026.07.05 14:00

편집자주

'미지답(우리의 미래, 지방에 답이 있다) 포럼'으로 균형발전에 앞장서 온 한국일보 전국 취재기자들이 매주 월요일 날카로운 시선으로 지역 현안을 들여다봅니다.
경북 경주시 감포읍에 들어선 문무대왕과학연구소 연구동 건물. 경주=김정혜기자


지난 2021년 12월 13일, 미국 유력 일간지 ‘뉴욕타임스(NYT)’는 한국의 작은 어촌마을 경북 경주시 감포읍에서 열린 주민설명회를 상세히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주민 50여 명이 참석한 가운데 정부 관계자가 국내 최대 규모의 원자력연구단지가 들어선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미래형 원전으로 꼽히는 '소형모듈원자로(SMR)' 실증 사업을 추진한다고 밝혔다.

NYT는 이 기술이 장기적으로 한국의 핵추진잠수함 개발에 발판이 될 수 있다는 전문가 분석을 덧붙였다. SMR은 원자로와 증기발생기, 냉각 펌프 등 핵심 부품을 단 하나의 용기에 압축해 넣은 일체형 구조의 소형 원자로다. 군함과 잠수함 탑재를 목적으로 개발된 소형 원자로 기술이 발전해 지금의 SMR로 진화했다. 미국과 러시아는 1950년대부터 핵잠과 항공모함 등에 소형 원자로를 탑재해 운용했다.

NYT가 언급한 국내 최대 규모의 원자력연구단지가 지난해 말 들어선 ‘문무대왕과학연구소’다. 한국원자력연구원 제2연구원 격인 이 연구소는 1단계로 27홀 골프장과 맞먹는 114만 ㎡ 부지에 국비 2,453억 원, 지방비 810억 원 등 총 3,263억 원의 사업비가 투입됐다. 현재 폐기물 저장시설을 제외한 6개 동이 건립돼 사용 승인까지 마친 상태다.

그러나 완공 후 6개월이 지난 지금까지 운영은커녕 개소식도 열지 못했다. 당초 인력 수급 계획에 따르면, 개원 첫해 258명으로 시작해 2030년까지 500명 규모로 확대하기로 돼 있다.

한국원자력연구원은 완공 1년 전 정부와 구체적인 운영 계획을 논의해야 했다. 그러나 비상계엄과 탄핵 정국이라는 정치적 격랑 속에 시기를 놓쳤고, 새 정부 출범 후에는 차기 원장 선임마저 지연됐다. 내년 개소마저 불투명하다.

신임 원장이 오더라도 넘어야 할 산이 많다. 대전 본원 연구원들이 정주 여건이 열악한 연구소 발령을 꺼리고 있다. 인구가 5,000명이 안 되는 감포읍은 경주 도심에서 40㎞ 떨어져 있고, KTX역까지 차로 1시간이 걸린다. 교육 시설은 초·중학교 각각 한 곳뿐이고, 유일한 고등학교는 실업계 학교다. 병·의원은 한의원을 포함해도 10곳이 되지 않는다.

한국수력원자력은 지난달 17일, 700㎾급 SMR 1기를 2035년까지 건설하겠다며 부산 기장군을 최종 부지로 발표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해 10월 경주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서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에게 핵잠 개발에 대한 지지를 이끌어냈다. 지난 5월 국방부는 2030년대 중반까지 첫 핵잠을 건조하고 2030년대 후반 실전 배치하겠다는 청사진을 내놨다.

SMR과 핵잠 시계는 긴박하게 움직이고 있다. 정작 그 기반이 될 문무대왕과학연구소는 유령 건물로 방치돼 있다. 이 모순적 상황을 어떻게 바라봐야 할지 난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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