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류는 일부일처제?… 산치커디, 암컷은 더 똑똑한 수컷 나타나면 '바람' 피운다
2026.07.05 05:51
유전적 이득을 위한 능동적 선택 가능성
새들도 지능이 높은 이성에 매력을 느끼는 성향이 확인됐다. 평생 한 마리의 수컷과 짝을 맺는 것으로 알려졌던 암컷 산치커디는 현재의 짝보다 더 똑똑한 수컷이 나타나면 적극적으로 외도를 감행하는 것으로 밝혀졌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에 따르면 캐나다 온타리오주 웨스턴 대학교의 캐리 브랜치 조교수 연구팀은 국제 학술지 '이라이프(eLife)'를 통해 암컷 산치커디가 둥지 안의 수컷보다 인지 능력이 뛰어난 수컷을 찾아 유전자를 남기려 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이 같은 '외도'가 결과적으로 더 똑똑한 자손을 낳아 번식 성공률과 새끼의 생존율을 높이는 데 기여한다고봤다.
북미 서부에 주로 서식하는 작은 명금류인 산치커디는 오랫동안 철저한 일부일처제 조류로 알려져 왔다. 매년 같은 짝과 번식하고 함께 새끼를 기르기 때문이다.
그러나 최근 유전학 연구를 통해 한 둥지 안에서 자라는 새끼들의 친아빠가 서로 다른 경우가 많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기존의 통념이 뒤집혔다. 브랜치 박사는 “새는 오랫동안 일부일처제의 전형으로 여겨졌으나, 유전자 분석 결과는 전혀 달랐다”고 말했다.
동물계에서 암컷은 보통 수컷의 힘이나 크기, 화려한 울음소리 등에 매력을 느낀다. 반면 지능 자체가 암컷을 유혹하는 핵심 조건이 되는 경우는 흔치 않다.
연구진은 산치커디가 지능에 끌려 외도하는지 검증하기 위해 2018년부터 3년간 캘리포니아 시에라 네바다 산맥에 '스마트 먹이통'을 설치하고 실험을 진행했다.
연구진은 산치커디들의 다리에 각기 다른 색상의 띠를 부착하고, 특정 새만 접근할 수 있도록 프로그래밍된 먹이통을 배치했다. 새들이 먹이를 얻으려면 자신이 이용할 수 있는 먹이통의 위치를 정확히 기억해야 한다. 산치커디는 여름과 가을에 서식지 곳곳에 먹이를 저장해 둔 뒤 겨울철에 이를 찾아내 생존하므로, 공간 인지 능력과 기억력이 생존과 직결된다.
실험 기간 태어난 새끼들의 DNA를 분석한 결과, 전체의 약 3분의 1이 '외도'를 통해 태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전체 둥지의 70%에서는 아빠가 다른 이복형제들이 함께 자라고 있었다.
특히 인지 능력 테스트에서 높은 점수를 받은 '똑똑한 수컷'일수록 번식에서 압도적인 우위를 점했다. 기억력이 뛰어난 수컷들은 매년 자신의 둥지 외에도 다른 암컷과의 사이에서 6~7마리의 새끼를 추가로 낳은 반면, 점수가 낮은 수컷들은 1~2마리를 낳는 데 그쳤다.
브랜치 박사는 “암컷들이 자손에게 더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주기 위해 능동적으로 행동한다는 확실한 증거”라며, “특히 기억력이 떨어지는 암컷일수록 자신의 유전적 부족함을 보완하기 위해 더 똑똑한 수컷의 새끼를 가지는 경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암컷들이 수컷들의 지능을 어떻게 구별하는지는 아직 명확히 밝혀지지 않았다. 다만 연구진은 산치커디들이 겨울철에 6~12마리씩 무리를 지어 오랜 시간을 함께 보내기 때문에, 이 과정에서 울음소리나 행동을 통해 어떤 수컷의 공간 인지 능력이 뛰어난지 미리 파악해 두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이번 연구에 참여하지 않은 옥스퍼드 대학교의 애들레이드 아브라함 연구원은 “이 짝짓기 시스템에서 암컷들은 철저히 능동적인 선택을 하고 있다”며 “암컷이 어떤 수컷과 짝짓기를 할지 직접 판단하고 고르는 모습이 매우 인상적”이라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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