묵인희 교수가 알려주는 치매 조기진단 이후의 최신 치료 로드맵최초의 원인 치료제 '레켐비', 인지 개선 30%에 그쳐…고비용과 부작용 등 한계 존재
현재 임상 단계 150여 개, 3상 50여 개 후보 물질 포진…5년 내 기전별 치매 치료 가능성 볼 수도
비만 치료제(GLP-1)의 치매 임상 3상은 실패했으나, 임상 프로토콜의 정밀화라는 의학적 자산 남겨
'장-뇌 축' 및 미주신경 경로 규명으로, 뇌혈관장벽(BBB)을 우회하는 신약 개발도 희망적
치매의 70% 이상을 차지하는 알츠하이머병은 오랜 기간 인류에게 난공불락의 불치병으로 여겨졌다. 그러나 최근 의학계는 원인 물질을 직접 제거하는 유효 신약들을 잇달아 세상에 내놓으며 '치매 완치'를 향한 위대한 발걸음을 내딛고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치매융합연구센터장 묵인희 교수는 CBS 경제연구실 <건강비책>에 출연해 현재 임상 현장에서 처방 중인 치매 치료제의 냉정한 한계와 효능을 짚는 한편, 향후 5년 내에 도래할 다각적 치매 치료 패러다임의 대전환을 예고했다. 묵 교수는 "막연한 공포에 갇히기보다 조기 진단 이후 대거 쏟아질 혁신 신약들을 맞이할 준비를 해야 한다"며 치매 해방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레켐비의 명과 암, 그리고 치료 보조제로서의 '디지털 헬스케어'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묵인희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지난 2023년, 알츠하이머병의 핵심 원인 물질인 '베타 아밀로이드'를 직접 제거하는 최초의 항체 치료제 '레켐비(Leqembi)'가 등장하면서 치매 치료는 단순 증상 완화에서 원인 치료의 시대로 진입했다. 하지만 현재 임상 현장에서 마주한 일차적 성적표에는 명확한 한계가 공존한다. 레켐비는 뇌 속 베타 아밀로이드를 무려 80% 가량 청소해 주지만, 실제 환자가 체감하는 인지 기능 개선 효과는 30% 수준에 머문다. 게다가 1년에 약 3,000만 원에 달하는 고액의 치료 비용이 발생하고, 뇌부종이나 뇌출혈 같은 심각한 부작용 위험이 있어 정기적인 MRI 추적 관찰이 필수적이다. 더욱이 이 약물은 신경 세포가 이미 대거 파괴된 중기나 말기 환자에게는 효과가 없어, 아주 극초기의 조기 진단 환자에게만 제한적으로 처방된다는 장벽이 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묵인희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
이러한 항체 치료제의 효능을 극대화하고 환자의 인지 기능을 끌어올리기 위해 최근 도입된 혁신 기술이 바로 '디지털 치료제(DTx)'다. 디지털 치료제는 단독 사용으로 치매를 완치하진 못하지만, 약물과 병용했을 때 뇌의 신경 네트워크를 활성화하는 강력한 보조제 역할을 수행한다. 일례로 환자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기억을 소환하는 개인 맞춤형 회상 영상(메모리 등)을 시청하게 함으로써 뇌 내 행복 호르몬 분비를 촉진하고 약물의 흡수율을 높이는 방식이 있다. 최근 식품의약품안전처(KFDA) 인증을 받은 최신 앱들은 과거의 지루한 훈련 방식에서 벗어나 게이밍 요소(도토리 보상, 타인과의 경쟁)와 미이행 시 가족에게 알람이 가는 인터넷 연동 시스템을 도입하여 환자들의 지속적인 인지 강화 훈련과 실질적인 예방 관리를 돕고 있다.
5년 뒤 열리는 맞춤형 치료 시대… GLP-1의 실패가 남긴 자산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묵인희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묵 교수는 향후 5년이 치매 치료의 역사에서 가장 역동적인 시기가 될 것이라 단언했다. 신약이 최종 상용화되기까지는 통상 10년의 세월이 소요되는데, 현재 글로벌 임상 1상부터 3상 단계에 진입해 있는 치매 치료제 후보 물질만 무려 150여 개에 달하기 때문이다. 특히 최종 관문인 임상 3상에 포진한 물질만 50가지가 넘어, 이 중 10분의 1만 성공하더라도 5년 내에 5개 이상의 새로운 원인 치료제가 등장한다. 흥미로운 점은 이 차세대 후보 물질들이 기존의 베타 아밀로이드 타깃을 넘어 완전히 다각화된 기전을 보인다는 사실이다. 뇌세포 내부를 파괴하는 '타우 단백질' 제거 신약은 물론, 매번 병원에서 맞아야 했던 정맥 주사 방식을 탈피한 '먹는 치매 알약'과 '자가 피하 주사제'가 상용화를 앞두고 있다. 아울러 전신 염증이 뇌로 전이되어 치매를 가속화하는 것을 차단하는 '염증 타깃 치료제'와 면역력 약화를 막는 '면역 치료제'까지 3상 궤도에서 순항 중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묵인희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한편, 최근 전 세계 비만 시장을 뒤흔든 'GLP-1' 계열 물질이 치매에도 탁월한 신경 보호 효과를 보일 것이라는 기대감 속에 진행된 글로벌 임상 3상 결과는 우연히도 제조사 본사가 위치한 덴마크 코펜하겐 AD/PD 2026 학회 직전 '실패'로 공식 발표되며 의학계에 큰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묵 교수는 이번 실패가 단순한 좌절이 아닌 의학계의 거대한 자산이 되었다고 평가했다. GLP-1의 성공 가능성을 높게 점쳤던 글로벌 연구진들이 임상시험 설계(디자인) 단계에서부터 인간의 인지 변화와 생체 지표를 추적하는 극도로 정밀하고 꼼꼼한 프로토콜을 구축해 놓았기 때문이다. 비록 해당 물질 자체는 고배를 마셨지만, 이때 정립된 고도화된 임상시험 기준은 향후 150여 개 후보 물질들의 성공 확률을 획기적으로 높이는 새로운 이정표가 되었다.
뇌혈관장벽(BBB)을 우회하는 패러다임, '장-뇌 축(Gut-Brain Axis)'의 발견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묵인희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최근 치매 연구 업계에서 가장 뜨거운 화두이자 묵 교수가 주력하고 있는 분야는 장과 뇌가 긴밀하게 소통한다는 '장-뇌 축(Gut-Brain Axis)' 이론이다. 기원전 400년 히포크라테스가 "모든 질병은 장에서 시작된다"고 말한 통찰이 현대 분자생물학을 통해 증명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자폐증과 파킨슨병 환자의 장 속 독성 물질(알파시누클린)이 미주신경을 타고 뇌로 올라가 병변을 일으킨다는 사실이 규명된 데 이어, 최근 알츠하이머병에서도 장 환경의 악화와 장내 염증 물질이 치매 발병의 직접적인 도화선이 된다는 사실이 실험적으로 확인되었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묵인희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이 장-뇌 축 유기적 연결의 규명은 향후 치매 신약 개발의 거대한 기술적 돌파구를 제공한다. 그동안 뇌 질환 치료제 개발의 가장 큰 걸림돌은 외부 물질이 뇌 조직으로 들어오지 못하도록 철저하게 방어하는 '뇌혈관장벽(BBB·Blood-Brain Barrier)'이었다. 수많은 혁신 약물들이 이 장벽을 뚫지 못해 사장되었으나, 장내 미생물과 염증 환경을 조절하는 치료제는 장과 뇌를 잇는 '미주신경 고속도로'를 타고 이동하기 때문에 까다로운 뇌혈관장벽을 완벽하게 우회할 수 있다. 약물을 뇌 속으로 직접 전달하지 않고도 장 건강을 다스리는 것만으로 뇌의 퇴화를 막을 수 있는 전기를 마련한 것이다.
'비약물적 일상 관리'와 '치매 해방'의 희망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묵인희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신약의 비약적인 발전 속도에 발맞춰 환자와 예방 카테고리의 일반 대중이 당장 실천해야 할 영역은 '비약물적 일상 관리'다. 거창한 기술이 아니라 동네 복지관이나 보건소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미술 치료, 손가락 세포를 자극해 뇌 신경을 활성화하는 음악 치료(피아노 등), 댄스 치료 등이 이에 해당한다. 묵 교수는 역세권처럼 나이가 들수록 복지관이 가까운 곳에 거주하며 적극적으로 소통해야 한다는 의미의 '복세권(복지관+역세권)' 개념을 주창했다. 복지관에 나가 서예, 합창, 운동 등을 즐기며 타인과 사회적으로 연결되는 행위 자체가 뇌의 퇴화를 막는 강력한 천연 방어벽이기 때문이다. 새로운 취미를 배울 때는 진입 장벽이 너무 높은 악기보다는, 어린 시절 경험해 보았으나 아쉽게 중단했던 영역을 다시 찾아 점진적으로 숙련도를 높여가는 것이 중도 포기를 막고 뇌세포를 깨우는 데 훨씬 효과적이다.
서울대학교 의과대학 묵인희 교수 편 '건강비책' 유튜브 캡처치매는 대한민국 50대 이상 성인이 가장 두려워하는 질병 1위로 꼽히지만, 이제는 무력하게 두려워만 할 단계를 지났다. 조기 진단 시스템의 발전으로 뇌 속 독성 물질의 축적 여부를 미리 파악할 수 있게 되었고, 일상의 과학적인 방어 수칙과 더불어 수년 내에 처방될 든든한 신약 부대들이 후방에 대기하고 있기 때문이다. 치매의 실체를 올바르게 인지하는 것부터 시작해 오늘부터 당장 두뇌 자극 활동을 일상화하는 능동적인 행동력이 뒤따른다면, 우리 사회는 치매라는 거대한 공포를 극복하고 진정한 '치매 해방의 시대'에 한발 더 다가서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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