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Aview 로고

VIEW

시진핑
시진핑
'쌍핵'과 '양패', 중국이 추구하는 국제질서는 무엇인가[민교협의 시선]

2026.07.04 16:33

[민교협의 새로운 시선] 중국이 인식하는 국제질서: 다극화, 민주화, 다자주의

중국이 현재 세계질서가 다극화되고 있으며, 이러한 추세를 막을 수 없다고 본다는 점은 잘 알려져 있다. 또한 다극화를 소수의 강대국이 아니라 다수의 영향력과 발언권이 확대된다는 의미에서 국제질서의 '민주화'라고 부르면서 다극화 자체에 당위성을 부여하고 있다. 다극화와 민주화보다 자주 사용하는 동의어는 '다자주의'다.

다극화, 민주화, 다자주의라는 세 가지 동의어를 중국은 대상에 따라 선택적으로 사용한다. 미국과 가깝거나 지역 패권국이 아닌 국가와 대화할 때, 다극화는 거의 사용되지 않는다. 상대국의 입장에서 다극화가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부정하기 때문에 부담스럽고, 자신이 속한 지역의 강대국과 관계가 좋지 못하다면 동의하기가 어렵기 때문일 것이다. 민주화도 국내 정치 차원의 민주주의 체제와 혼동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인지 이른바 '서방 민주' 국가에 사용하지 않는다. 실제 공식적인 외교 문서와 발언을 찾아보면, 민주주의 체제이자 남태평양의 패권국이라고 할 수 있는 인도와 대화할 때는 국제질서의 민주화를 제외하고 다극화와 다자주의를 사용한다. 우리에게는 다극화와 민주화를 빼고 다자주의만 언급한다.

다자주의(多邊主義)도 자세히 뜯어보면, 그리 간단치 않다. 다자주의(multilateralism)의 더 보편적 의미는 WTO처럼 국가와 지역 차원을 넘어 광범위한 범위의 협의체를 구성하는 국제협력을 의미하며, 이 경우 양국 차원에서 협상하는 쌍무주의(bilateralism)에 대응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중국이 말하는 국제질서의 다자주의는 미국의 일방주의(單邊主義, unilateralism)에 대응한다. 이 때문에 국제질서의 다자주의는 좀 더 가볍게 수용될 수 있는 국제협력이나 무역 레짐 차원의 다자주의와 종종 혼동을 일으키며, 중국은 이를 의도적으로 방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세 단어의 복잡한 활용법과 다자주의 의미의 교란은 중국의 영악한 외교 방식으로 평가할 수도 있지만, 중국이 입버릇처럼 말하는 '영원히 패권을 추구하지 않는다(永不稱霸)'는 대외 방침을 언술 차원에서라도 실천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볼 여지도 있다.

중·미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와 쌍핵다극

지난 5월 트럼프 대통령의 국빈 방문과 미·중 정상회담에서 시진핑 주석이 '중·미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中美建設性戰略穩定關系)'를 제시하고, 중국은 미국도 여기에 동의했다는 점을 가장 중요한 성과로 내세웠다. 이는 시진핑이 정상회담의 모두 발언에서 제기한 “중·미 양국이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넘어 대국 관계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개척할 수 있는가?”라는 질문에 스스로 내놓은 답안이다. 알다시피 투키디데스의 함정은 고대 그리스의 패권국이었던 스파르타가 급격히 부상하는 아테네가 자신을 추월할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에 펠로폰네소스 전쟁을 벌였고, 그 결과 그리스 문명 전체가 쇠퇴했다는 역사적 사례에서 유래한 개념이다. 기존 패권국과 도전국의 힘이 근접할수록 패권 전쟁이 발생할 위험성이 높아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시진핑의 언급은 오늘날의 혼란을 극복하고 평화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기존 패권국인 미국과 패권을 위협할 만큼 부상한 도전국 중국이 안정적 관계를 유지해야 한다는 의미이다.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는 미·중 관계와 국제질서에 대한 중국의 기존 입장과 미묘한 차이를 보여준다. 중국은 2010년대부터 신형대국관계(新型大國關係)를 제시했는데, 이는 미국을 중심으로 하는 서구 강대국들에 중국의 동등한 강대국 지위를 요구하는 것으로 해석되었다. 비슷한 맥락에서 국제질서의 다극화·민주화·다자주의는 중국뿐만 아니라, 다른 지역 패권국들도 국제질서의 주요한 행위자에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라고 볼 수 있다. 이와 달리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는 미국과 중국의 우선성을 강조하는 것처럼 보인다. 더 과감하게 미국과 중국이 세계를 공동 관리 또는 공동 통치하는 '콘도미니엄(condominium)'을 선언했다고 해석할 수도 있다.

현재 중국의 공식 입장에서 이러한 전환을 확증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흥미롭게도 미·중 정상회담 직후, 국제정치 분야에서 중국학계의 가장 대표적인 학술지라고 할 수 있는 <현대국제관계(現代國際關係)>에 중·미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쌍핵다극(雙核多極)'으로 규정한 논문이 실렸다. 글자 그대로 국제질서가 다극 체제로 전환되었다는 기존 입장을 유지하면서도 쌍핵, 즉 미국과 중국이 '핵심적인 힘(核心力量)'으로 가장 중요하며 특별한 지위를 갖는다는 것이다. 과거 중국은 신형대국관계를 제시하면서 미·중 관계를 최대의 선진국과 최대의 개발도상국의 관계로 규정했었다. 이에 따라 제조와 공급의 역할을 하는 중국과 시장과 수요의 역할을 미국 사이의 상호의존적 관계가 가능했다. 그러나 쌍핵다극은 첨단기술과 공급망을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극한 대립에서 보듯이 상호의존성보다는 양자의 대립을 그대로 인정하고 서로의 독립성을 강조한다. 이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대만 문제가 잘못 처리되면 중·미 관계가 위험해질 수 있다는 시진핑의 발언에서 보듯이, 미국이 세계 제일의 초강대국이라는 사실은 변함이 없을지라도 미국도 이제는 중국의 영역과 권리를 인정해야만 한다는 것이다.

쌍핵과 양패

미국이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를 실제로 수용할지, 이것이 중국이 주장하는 다극화·민주화·다자주의와 질적으로 다른 것인지는 좀 더 지켜봐야만 한다. 그러나 중국학계의 첫 규정이 '쌍핵'이라는 점은 예사롭지 않다. 냉전 시기에 중국은 미국과 소련을 양패(兩霸), 즉 두 개의 패권국으로 비판하면서 자신을 제3세계의 대표로서 내세웠다. 당시 중국은 두 초강대국의 이념적 차이에도 불구하고 양자 모두에게 극심한 위협을 느끼고 협상 대상이 될까 두려워했다. 실제 미국과 소련은 중국의 핵무장 시도에 공동의 대응을 모색하기도 했었다. 중국학자가 미·중 관계 우위의 국제질서를 규정하기 위해 '쌍핵다극'이라는 신조어를 제시할 수밖에 없는 맥락이 여기에 있을 것이다

오늘날 미국과 중국을 제외한 다른 국가들에 쌍핵이 양패와 근본적으로 다를 수 있을까? 우리에게 중·미 건설적 전략 안정 관계와 이에 대한 쌍핵 규정은 미국과 중국의 대립에 따른 진영 대립과 양자택일의 위험성뿐만 아니라, 두 초강대국의 콘도미니엄에 따라 협상 대상으로 전락할 수 있는 가능성도 주의해야만 한다는 점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1일 오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중국공산당 창당 105주년 기념대회에서 시진핑 국가주석이 연설하고 있다. ⓒ연합뉴스
이 글은 서울대 아시아연구소 웹진 아아(Asia&Asias) 2026년 12호에 필자가 기고한 “미·중 정상회담 분석: 미·중 콘도미니엄의 시작?”을 수정·보완한 것이다. 본문에서 언급된 현대국제관계(現代國際關係)의 논문은 達巍·周武華, <探尋建設性戰略穩定: “雙核多極”時代的中美關系(건설적 전략 안정의 모색: '쌍핵다극' 시대의 미·중 관계)>, 2026년 5호, 5-27쪽.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

댓글 (0)

0 / 100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시진핑의 다른 소식

시진핑
시진핑
12시간 전
이란 전쟁의 최대 승자로 등극한 중국
시진핑
시진핑
16시간 전
시진핑, 중국군 최고계급 상장에 2명 승진 임명
시진핑
시진핑
16시간 전
시진핑 덕에 초고속 상장…"中에 다 뺏길 판" 한국 '초비상' [강경주의 테크X]
양해각서
양해각서
17시간 전
軍수장 출신 미얀마 대통령, 라오스와 정상회담…첫 아세안 방문
시진핑
시진핑
18시간 전
[시대&VIEW]시진핑은 왜 군사력 강화와 애국교육에 몰두할까
시진핑
시진핑
19시간 전
시진핑 연설에 숨겨진 불안…안보에 갇힌 경제, 이탈하는 청년[원동욱의 외교광장]
시진핑
시진핑
1일 전
시진핑, 육·공군 장성 2명 대장 승진 발령
시진핑
시진핑
1일 전
[차이나워치] 中, 대만 문제 美에 재경고…민족단결법 논란 확산
시진핑
시진핑
1일 전
유니트리, 상하이 IPO 심사 통과…中 첫 '피지컬 AI주' 눈앞
시진핑
시진핑
1일 전
中휴머노이드 유니트리 상장 승인…신청 넉 달도 안 돼 마무리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