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물상] “그따위로 축구하려면”
2026.07.03 20:14
“그따위로 축구하려면/그따위로 축구하려면/나가 ××라/나가 ××라.” 팬 수백 명이 경기가 끝난 축구장에서 저주에 가까운 노래를 반복해 부른다. 도열한 선수들이 고개를 들지 못한다. 앞에 선 감독은 엉엉 울고 있다. “정말로 죄송합니다.” 구단 대표가 마이크를 들고 계속 사과하지만 팬들의 분노가 진정되지 않는다. 욕설이 끊이지 않는다. 경찰 호위 속에 선수들이 경기장을 떠난다. 남은 팬들은 오열한다.
▶프로축구단 수원삼성블루윙즈가 2부 리그로 강등됐을 때 ‘빅버드’로 불리는 수원월드컵경기장의 모습이다. 메이저 대회에서 24회나 우승한 명문 구단, 명장 김호와 차범근이 일군 전설의 ‘레알수원’. 2023년 극심한 부진으로 강등이 결정됐을 때 팬들은 살벌했다. 경기장 난입과 선수 폭력 사태까지 우려됐다. 그래도 구단 대표와 감독 이하 모두가 그들 앞에 섰다. 죄인이 따로 없었다.
▶다큐멘터리 ‘로드 투 원’은 추락한 수원삼성이 1부 리그 복귀를 위해 몸부림치는 과정을 담고 있다. 그날 치욕의 장면에서 다큐가 시작된다. 아직도 진행형이다. 월드컵 직전 공개된 시즌2에서도 작년 1부 승격에 실패한 감독이 “×× 새끼” 소리를 들으면서 옷을 벗는 것으로 끝난다. 감독은 그런 팬들 앞에서 “하루하루 진심이 아니었던 적이 없었지만 부족했다”며 눈물로 사과했다. 욕설이 잦아든다. “수고했다”는 격려가 들린다. 스포츠의 숭고함이 느껴지는 장면이다.
▶축구는 감독이 주인공이라고 한다. 팀플레이가 중요한 축구에선 감독의 전술이 스타의 기량을 압도하기 때문이다. 막중한 권한엔 그만한 책임이 따른다. “다 내 책임”이라며 툭 털고 떠나면 끝이 아니다. 선수 몫까지 치욕을 감당해야 한다. 패인을 설명할 사람도 감독밖에 없다. 그것이 진심을 다한 팬들, 팬들과의 연대가 필요한 팀에 대한 예의다. 국가대표 감독이라면 그것은 국민과 국가에 대한 의무가 된다. 이 모든 과정이 ‘축구’다.
▶‘패장의 품격’이란 게 있다. 자존심 접고 욕받이를 자처하면서 책임을 다해야 겨우 유지되는 것이다. ‘북중미 월드컵의 패장’ 홍명보 감독의 형편없는 태도에 실망하는 사람이 많다. 경기보다 더 형편없다고 한다. 패배 후 그는 자신의 입장문만 읽고 질문을 받지 않았다. 선수 탓도 했다. 주머니에 손을 찌른 채 회견장에서 퇴장했고, 귀국길에도 설명 없이 사라졌다. 청문회 얘기가 나오자 가족을 찾아 해외로 떠났다고 한다. 동네 축구 감독도 ‘그따위로’ 하지는 않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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