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실서도 지하철 안내 녹음"…'짱구 엄마' 성우 강희선 별세, 향년 66세
2026.07.04 09:37
성우 고 강희선. tvN ‘유 퀴즈 온더 블럭’ 캡처
대중의 일상에 가장 친숙한 목소리로 오랜 시간 함께해 온 성우 강희선이 4일 별세했다. 향년 66세.
연합뉴스에 따르면 고인은 이날 오전 2시 10분께 인제대 상계백병원에서 지병으로 세상을 떠났다.
고인은 2021년 대장암 간 전이 진단과 함께 시한부 판정을 받았다. 간 전이만 17개에 달해 47번의 험난한 항암 치료를 견뎌야 했다. 하지만 투병 중에도 마이크를 향한 집념은 꺾이지 않았다. 특히 26년을 함께한 ‘짱구는 못말려’의 짱구 엄마, 봉미선 역은 그가 투병을 버텨낸 삶의 든든한 원동력이자 버팀목이었다.
tvN ‘유 퀴즈 온더 블럭’
당시 고인은 “극장판은 4시간 녹음하고 와서 나흘을 못 일어났다”라며 극한의 체력 소모를 겪었음을 고백했다. 그럼에도 다시 마이크 앞에 섰던 이유에 대해 “만약에 내가 이렇게 아픈데 이것마저 없었으면 내가 뭘로 버틸 수 있었을까. 내 직업을, 내가 또 짱구 엄마를 너무 사랑했고 가능했던 거 같다. 내 의지가 있었으니까. 사명감도 있고 버팀목이 돼 준 거다”라고 말해 먹먹함을 안겼다.
또한 자신이 연기한 짱구 엄마에게 남기는 영상 편지에서 “봉미선 너 너무 힘들게 살지 마. 그냥 띄엄띄엄 살고 너 자신을 사랑해. 마치 봉미선의 삶이 제 삶 같아요”라며 캐릭터를 향한 각별한 애정과 동질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애니메이션뿐만 아니라 고인은 1996년부터 서울 1~8호선, 부산 1~4호선 지하철 안내방송을 맡아 ‘국민의 목소리’로 활약했다. 고인은 “지하철 녹음 병실에서 녹음해 준 적도 있다. 휴대폰으로 녹음해 보냈다가 나중에 다시 녹음실에서 또 녹음했다”라며 병상 투혼을 전했다. 일부 코레일 구간이 AI 기계음으로 바뀐 것에 대해서는 “사람의 정서가 없더라. 저는 감사합니다 고맙습니다 이런 거 할 때 진짜 온 힘을 다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한다”라며 성우로서의 짙은 장인 정신을 내비쳤다.
1979년 TBC 성우극회 10기로 입사한 고인은 1980년 방송 통폐합에 따라 KBS 성우 15기로 본격적인 활동을 시작했다. 샤론 스톤, 미셸 파이퍼, 줄리아 로버츠 등 할리우드 톱스타들의 목소리를 전담하며 외화 더빙 전성시대를 이끌었다.
한국성우협회 수석 부이사장과 KBS 성우극회장을 역임한 고인은 이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 KBS 성우연기대상 최우수외화연기상, 2005년 최우수연기상을 받았으며, 2018년 대중문화예술상 국무총리 표창을 수상했다.
장남인 안은석 독립영화 투자제작사 본필름 대표는 “항상 성우 일에 신념을 가지고 있었고 사랑하신 분이었다”고 회고했다.
유족으로는 아들 안은석 씨, 딸 안지선(화가) 씨가 있다. 빈소는 서울성모병원 장례식장 31호실에 마련됐으며 발인은 6일 오전 7시 40분, 장지는 용인공원 아너스톤이다.
강주일 기자 joo1020@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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