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원강 대표 “화재 발생하면 정작 소방시설이 멈추나”
2026.07.04 12:18
‘사람은 왜 살고 죽는가’ ‘우주는 누가 만들었는가’ 등 끊임없는 질문의 연속 속에 마침내 기술분야에 종사하면서 이 질문들은 한 가지 새로운 의문으로 이어진다.
‘왜 화재가 발생하면 정작 소방시설이 멈추는가’로, 그리고 이 질문은 마침내 대한민국 소방안전 체계의 패러다임을 바꾸는 세계 최초의 기술 개발로 결실을 맺었다.
최근 대통령표창을 받은 청우이엔지 이원강 대표 얘기다.
40여 년 동안 소방 설계와 감리 현장을 누벼 온 이 대표는 하나의 이상한 현상에 주목했다. 화재가 발생했을 때 생명을 지켜야 할 비상발전기가 정작 과부하로 정지할 수 있는 구조적 위험이 있었다.
그는 “평상시 사용되지 않는 특성 탓에 문제가 쉽게 드러나지 않았고, 관심 밖에 머물러 있었다. 이를 근본적으로 규명하거나 해결하려는 시도도 없었다”고 지적하며 “모두 원래 그런 것이라고 생각했지만 저는 왜 그런지와 해결 방법이 무엇인지 끝까지 알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 대표는 만학도로 50대 초반 서울시립대 방재공학 석사 논문을 작성하며 연구를 거듭한 끝에 비상전원 체계가 구조적으로 ‘Fail-to-Run(가동불능)’ 위험을 내포하고 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규명했다.
마침내 이 대표는 이를 토대로 오보가 빈번한 화재감지기에 화재 상태 감지에 의존하지 않고 소방시설 전원을 최우선으로 보호하는 ‘소방전원 보존형 기술’을 개발해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한 것이다.
그는 당시를 회상하며 “특허보다 안전을 위한 국가 기준이 더 중요했다”며 “이 기술은 미국, 일본, 중국, 인도 등 국내외에 특허로 등록되었으나, 기술 개발보다 더 어려웠던 과제는 이를 실제 현장에서 활용할 수 있도록 국가 기준에 반영하고 표준화하는 일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개발한 기술을 특정 기업의 고유 기술로 머물게 하지 않았다. 오히려 국가 화재안전기준(NFTC 103)에 반영되도록 추진하고, 중소기업중앙회의 지원사업을 통해 ‘소방용 자가발전설비 제어장치’ 단체표준 제정을 주도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 대표는 “고도의 전문성이 요구되는 비상발전기 제어장치에 대해 공인시험을 기반으로 한 성능검증 체계를 단체 표준으로 확립하고, 이를 화재 안전기준에 규정된 대로 준용하도록 함으로써 성능이 검증된 제품만 현장에 공급될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을 마련했다”며 “좋은 기술은 특허로 끝나는 것이 아니라, 산업계가 함께 활용할 수 있는 제도가 마련될 때 비로소 완성된다”고 강조했다.
이 대표에 따르면 안전 기준 확립에 따른 기술 적용하면서 운영비 절감 외에도 연간 시공비에서 약 1200억원 규모의 국가 재정과 사회적 비용을 절감하는 탁월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이는 공동주택의 경우 20%, 오피스텔과 주상복합의 경우 30%에서 35%의 용량 절감을 달성한 데 따른 것이다. 또 안전성 대비 발전기 용량이 합리화됨에 따라 정기적인 시운전 관리 과정에서 발생하는 연료 소비와 소음이 크게 줄었다. 이는 공동주택 등의 관리비 절감과 주거환경 개선으로 이어지며, 매연가스 저감을 통해 탄소중립 정책에도 적극 기여하고 있다.
이 대표는 이처럼 일반 건축물에 머물지 않고 국내 최초로 원자력발전소(울진 5·6호기) 소방감리를 수행하며 국가 핵심 기반시설의 화재안전 모델을 정립했고, 이후 신고리 원전 감리를 통해 기술계 전문가들의 도움으로 기존 원전의 성능위주 설계와 국내의 화재안전기준간의 괴리를 분석하고 이를 일치시킬 수 있는 기반을 다졌다.
이와 함께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공공기관의 기술 심의위원으로 활동하며 국가 주요 시설의 안전설계와 기술기준 마련에 참여했고, 각 단체의 임원, 분야 책임자, 교육 강사 등으로 기술 발전을 위해 봉사해오고 있다.
이 대표는 기술 개발만큼이나 인재 양성과 기술 보급을 중요하게 여긴다. 정부의 소방분야 국가직무능력표준(NCS) 개발을 총괄하고 교육부 학습모듈 집필을 이끌었으며, ‘방화공학 핸드북’ 공동 저술과 한국전기기술인협회 법정 보수교육 교재 집필 등 기술 저변 확대에 힘써왔다.
대한민국 안전대상 등 수 많은 상을 받은 이 대표에게 지난 3일 서울 강남구 청우이엔지 사무실에서 만나 이번 대통령표창 소감을 묻자, 잠시 생각에 잠긴 뒤 이렇게 답했다.
“이번 표창은 저 개인의 상이라기보다, 함께한 임직원들과 소방 주무기관 및 관련 기관의 기술인들이 다 함께 받은 상이라고 생각합니다”라며 “저는 아직도 기술을 연구하는 것이 즐겁습니다. 앞으로도 국민의 생명을 더 안전하게 지킬 수 있는 기술을 계속해서 연구하고 싶습니다. 저의 꿈은 개인의 성공을 넘어, 우리 사회에 오래도록 기여할 제도와 기술을 확고히 남기는 것입니다”
이 대표는 경북 안동시 도산면의 작은 산골 마을에서 태어나 열 살 무렵 할머니의 죽음을 보며 사람은 죽어서 어디로 가는지 궁금했고, 봄마다 돋아나는 새싹을 보며 신비한 생명의 근원을 생각했다. 밤하늘을 수놓은 별들의 깜박임이 무슨 속삭임인지 궁금했고, 우주의 질서와 창조의 의미를 고민했다.
그는 “답을 찾을 때까지 결코 포기하지 않는 성격이었다”고 회상하며 “이러한 탐구 성향은 기술자의 삶으로 그대로 이어졌다”고 했다.
고등학교 진학에 어려움을 겪었던 그는 어린 나이에 가족을 떠나 서울로 상경해 전파사에서 기술을 배우며 가전제품 수리와 전기공사 업무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낯선 객지 생활의 외로움은 그를 깊은 사유로 이끌며 철학도로 만들었고, 어린 시절부터 가슴에 품어왔던 존재와 생명의 근원에 대한 질문들은 자연스럽게 종교적 탐구로 이어졌다.
군 입대는 이 대표의 인생의 새로운 큰 전환점으로, 이때부터 본격적으로 자격증 공부에 매진하기 시작해 에너지관리산업기사와 환경산업기사, 보일러·배관기사 자격을 취득하는 결실을 맺었다.
그는 “당시 기사 자격은 공과대학 졸업자 수준의 전문지식과 응시 자격이 요구되는 국가기술자격으로, 중졸 학력자가 두 종목의 기사 자격을 취득한 것은 극히 드문 사례였다”며 “제대 후에는 에너지 및 환경관리 분야에서 일하며 검정고시를 거쳐 한양대학교 기계공학과에 진학했고, 직장생활을 병행하며 학업을 이어갔다”고 했다. 이어 “이후 실무에 부단히 종사하면서 끊임없는 노력 끝에 기술사 자격을 취득했고, 나아가 공학박사 학위까지 취득하며 현장 경험과 학문적 깊이를 함께 완성해 나갔다”고 덧붙였다.
이 대표는 “현장은 최고의 학교였다”며 “책에서 배우지 못하는 것은 결국 현장이 가르쳐 줬다”고 확언했다.
현재 그는 비영리 공익법인 헬핑핸즈코리아 이사로서 다양한 봉사활동에 참여하고 있다. 또 한국전쟁 미군 참전 및 가평전투 기념행사 개최에 매년 기여하며 사회적 책임을 실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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