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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물 간 독일차…‘비싼 인건비·저조한 판매’ 못 견뎌 구조조정[딥다이브]

2026.07.04 10:01

“폴크스바겐 10만명 감원-공장 4곳 폐쇄”
최대 시장 중국서도 BYD 등에 판매 밀려
BMW도 실적 전망 낮춰…비용 절감 예고
벤츠, 7월 주려던 특별수당 지급도 미뤄
보너스 삭감, 인력 감축, 공장 폐쇄. 요즘 독일 자동차 업계에서 나오는 소식은 우울하기 짝이었습니다. 폭스바겐 그룹은 물론 메르세데스 벤츠와 BMW까지 실적이 곤두박질치면서 생존을 위한 구조조정에 나섰는데요.

‘자동차의 나라’ 독일의 영광은 이렇게 저물어가는 건가요. 독일에서 만들어 세계로 수출하는 ‘메이드 인 저머니(Made in Germany)’ 모델의 종말인가요. 위기의 독일 자동차 산업을 들여다보겠습니다.

독일 자동차 산업의 엔진이 멈출 위기에 처했다. AP 뉴시스
*이 기사는 7월 3일(금요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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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대 10만명 감원하나
‘최대 10만명의 직원을 감축하고, 독일 공장 네 곳을 폐쇄한다.’

6월 26일 독일 매체 매니저매거진이 보도한 폭스바겐 그룹의 구조조정 계획으로 독일이 충격에 빠졌습니다. 지난해 노조와 합의한 것보다 인력 감축 규모가 두 배로 늘어날 거란 뜻이죠. 약 30만명인 독일 근무 직원 3명 중 1명이 일자리를 잃게 된단 얘기이고요. 이 계획대로라면 세계 자동차 산업 역사상 최대 규모의 감원이 될 겁니다.

당연히 노조는 거세게 반발합니다. 폭스바겐 노조협의회와 독일 금속노조 IG메탈은 “만약 이 계획이 강행된다면 이를 막기 위해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고 강경대응을 선언했어요. 구조조정안은 7월 9일 폭스바겐 감독이사회에서 논의 후 확정되는데요. 경영진과 노조, 그리고 거부권(지분 20%)을 가진 니더작센주 정부의 한바탕 충돌이 불가피한 상황입니다.

폭스바겐의 독일 츠비카우 공장에서 근로자들이 전기차 ID.3 차체를 완성하고 있다. 츠비카우 공장은 경영진이 폐쇄 대상으로 꼽은 독일 공장 4곳 중 하나다. AP 뉴시스
폭스바겐 그룹 올리버 블루메 회장은 2024년에도 독일 내 공장 3곳 폐쇄 카드를 꺼내든 적 있죠. 하지만 노조가 대규모 파업으로 맞서면서 이를 관철시키진 못했고요. 결국 공장 폐쇄 대신 생산량만 줄이고, 자연 감소 방식으로 5만명 인력을 감축하는 절충안에 합의했었는데요.

그 진통을 겪은 지 2년도 안 돼 다시, 그것도 훨씬 더 센 구조조정 카드를 꺼내 들었습니다. 그동안 상황이 더 심각해졌기 때문이죠.

2025년 폭스바겐 그룹의 연간 영업이익(89억 유로)은 전년보다 53%나 급감했고요. 영업이익률도 1년 만에 반토막(5.9%→2.8%) 나서 디젤 스캔들(2015년) 이후 10년 만에 최저입니다. 겉보기에 매출은 유지되지만, 이제 차를 팔아도 남는 게 없는 수준이에요. 주가는 16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곤두박질쳤고요.

이번엔 스캔들이나 대규모 충당금 적립 같은 일회성 요인이 전혀 없었다는 걸 감안하면 충격적이죠. 전 세계 자동차 시장이 위축되는 조짐도 없고요. 글로벌 자동차 판매량은 동남아시아·인도·남아메리카의 강력한 수요 덕분에 성장세를 유지 중이니까요. 즉, 폭스바겐의 처참한 수익성이 말해주는 진실은 이겁니다. 결국 문제는 비용이다.

문제는 비용이다
“(폭스바겐이) 할 수 있는 유일한 일은 비용을 절감하는 것이다. 전 세계에서 가장 비싼 생산능력은 단연 독일에 있다.”(씨티은행 애널리스트 하랄드 헨드릭세)

독일 자동차 공장의 생산비용이 높다는 건 다 아는 이야기일 겁니다. 토마스 셰퍼 폭스바겐 승용차 브랜드 부문 CEO는 2024년에 “독일 공장의 생산비용이 목표치보다 25~50% 더 높다. 일부 공장은 경쟁사보다 두 배나 비싸다”라고 직격탄을 날렸었죠.

독일은 단순히 노동자의 시간당 임금만 높은 게 아니고요. 공장에서 차 한 대를 조립해서 완성하는 데 드는 시간도 더 깁니다. 노조와 갈등을 빚었던 헤르베르트 디스 전 회장(2018~2022년 재임)은 차 한 대 만드는 데 테슬라는 10시간, 폭스바겐 츠비카우 공장은 30시간이 걸린다고 대놓고 비판한 적 있어요.

2024년 12월 독일 볼프스부르크에서 열린 파업 집회에 참석한 폭스바겐 노동자들이 “정중하게 말하자면, 경영진의 실수는 우리 탓이 아니다. 제발 제 몫을 다해라!”라는 문구가 적힌 피켓을 들고 있다. AP 뉴시스
하지만 노조도 할 말은 있습니다. 독일의 임금 수준이 높은 거야 어제오늘 얘기가 아니잖아요. 비용 경쟁력이 떨어진 게 과연 노동자 탓이기만 할까요?

사실 지난 수십 년 동안 폭스바겐을 포함한 독일 제조업의 경쟁력 중 하나는 이거였습니다. 저렴하고 안정적인 에너지. 독일은 1970년대 냉전 시절부터 파이프 통해 값싼 러시아산 천연가스를 들여왔고요. 2021년엔 전체 천연가스 수입량의 55%를 러시아산이 차지했을 정도였는데요.

2022년 우크라이나 전쟁 발발과 함께 러시아산 천연가스 공급은 끊겼습니다. 그런데도 독일 정부는 탈원전을 강행해 2023년 원자력 발전소를 완전히 폐쇄했고요. 그리고 그 결과는? JP모건 분석에 따르면 탈원전 효과는 독일의 전기요금을 25%나 끌어올렸고요. 이제 독일의 산업용 전기요금은 유럽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고, 미국이나 중국의 2배 수준이 됐어요. 당연히 제조업 경쟁력이 떨어질 수밖에요.

위기의 진앙지 된 중국 시장
1980년대 해외 자동차 브랜드 중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했던 폭스바겐. 선견지명은 들어맞았고, 수십 년 동안 중국 시장은 폭스바겐 성장의 핵심 동력이었죠.

하지만 이제 중국 시장이 폭스바겐 위기의 진원지가 되고 있습니다. 2019년 423만대에서 2025년 257만대. 폭스바겐 브랜드의 중국 판매량은 쪼그라들었고요. 판매 순위에서도 이제 BYD와 지리에 밀린 3위에 그칩니다. 심지어 폭스바겐 그룹의 ‘황금 거위’로 통하던 포르셰 브랜드조차 중국 판매 위축으로 휘청거립니다. 지난해 포르셰 영업이익은 전년보다 무려 98% 급감했죠(53억 유로→9000만 유로).

왜 그런지는 다들 아실 겁니다. 전기차 전환 실패. 중국 소비자에게 어필할 만한 소프트웨어를 갖춘 제대로 된 전기차를 만들지 못하는 게 문제란 지적은 이미 수도 없이 나왔는데요.

폭스바겐은 전기차 경쟁력에서 중국차에 밀리면서 가라앉고 있다. 막대한 돈을 쏟아붓고도 소프트웨어 독자개발에 실패했던 게 가장 큰 패인으로 꼽힌다. AP 뉴시스
폭스바겐이 전기차와 소프트웨어에 투자를 안 했던 게 아니죠. 오히려 2020년 소프트웨어 자회사 ‘카리아드’를 설립해 돈을 쏟아부으며 소프트웨어 개발에 열을 올렸어요. 하지만 결과는 처참했습니다. 결함투성이 소프트웨어와 11조원 넘는 누적 손실을 남겼죠. 하드웨어 중심의 관료주의적 조직 문화에선 혁신이 불가능하단 교훈도 함께요. 결국 폭스바겐은 독자 개발의 실패를 인정하지 않을 수 없었고요. 미국 전기차 스타트업 리비안, 중국 전기차 기업 샤오펑, 중국 자율주행 기업 호라이즌 로보틱스와 줄줄이 손잡고 소프트웨어 공동 개발에 나섰습니다. 세계 최고라는 ‘독일 엔지니어링의 자부심’ 따위는 접어둔 거죠.

그럼, 전기차 전환을 둘러싼 수년간의 시행착오와 실패를 통해 알 수 있는 건 무엇일까요. 노조와 경영진의 해석이 180도 다른데요. 다니엘라 카발로 폭스바겐 노조위원장은 이렇게 말하죠. “폭스바겐 문제는 독일 공장이나 인건비 때문이 아닙니다. 모든 것은 경영진 책임입니다.” 잘못된 판단을 했던 경영진이 문제이니, 괜히 노동자 탓하지 말고 이제라도 미래 기술 개발에 집중해 위기를 정면 돌파하란 주장입니다.

하지만 올리버 블루메 폭스바겐 회장은 전혀 다른 결론에 이른 듯합니다. 그는 6월 연례 주주회의에서 이렇게 공식적으로 선언했어요 “독일에서 세계적인 자동차를 개발하고, 유럽에서 생산하여, 전 세계에 판매하는 것. 수십 년간 성공적이었던 우리의 사업 모델은 오늘날 더 이상 통하지 않습니다.

독일에서 개발·생산해 수출하는 모델이 끝났다? 이거 상당히 충격적인 선언이 아닐 수 없는데요. 이 말은 결국 이렇게밖에 해석할 수 없기 때문이죠. ‘이젠 중국에서 생산해 전 세계로 보내겠다.’

관세가 답이다?
독일 자동차의 위기는 폭스바겐만의 이야기가 아닙니다. 중국 판매 부진으로 타격을 입은 메르세데스 벤츠 얼마 전 직원들에게 7월에 주기로 했던 특별지급 수당을 연기한다고 통보했어요. 동시에 현재 35시간인 주당 근무시간을 40시간으로 늘리자고 요구했죠. 당연히 임금은 그대로 두고요. 독일의 생산비용이 너무 높기 때문에 “제품 가격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최대한 빨리 비용을 절감해야 한다”는 게 이사회 측 주장입니다.

역시 중국 판매 급감으로 올해 연간 실적 전망치를 대폭 낮춰잡아서 투자자들을 놀라게 한 BMW. 신임 밀란 네델코비치 CEO는 비용 절감 노력을 “상당히 강화하고 가속화해야 한다”고 말했고요. 올해 초 최대 5%(7700명)로 발표했던 인력 감축 규모가 1만명까지 늘어날 거란 관측이 나옵니다.

독일 자동차 3사의 동반 추락. 블루메 폭스바겐 회장 말대로 독일 기반 수출 모델은 정말 수명을 다해가는 걸까요. 이건 어쩔 수 없는 시대 흐름이니 받아들여야 할까요. 이미 “독일 자동차 산업의 위축은 지속적, 영구적 추세”라는 전문가 지적(헬레나 비스베르트 오스트팔리아 응용과학대학교 교수)마저 나오는데요.

잘 나가던 BMW와 메르세데스 벤츠마저 이제 중국시장 판매 급감으로 타격을 입었다. 전통의 프리미엄 브랜드가 아닌 소프트웨어 기술력으로 승부해야 하는 시장으로 바뀌었기 때문이다. 사진은 2026년 4월 베이징 모터쇼에 전시된 BMW 전기차. AP 뉴시스
하지만 이와는 정반대 목소리도 힘을 얻고 있습니다. 이제라도 이 흐름을 되돌려놓기 위한 총력전에 나서야 한다는 주장이죠. 최근 유럽개혁센터가 발표한 ‘차이나 쇼크 2.0: 독일의 안일함의 대가’라는 보고서가 화제였는데요. 이 보고서에서 샌더 토르두아르 박사는 “유럽판 슈퍼 301조로 중국에 대응하자”는 다소 과격한(?) 주장을 펼칩니다. “보호 조치가 없다면 독일은 슘페터식 ‘창조적 파괴’가 아닌 단순한 탈산업화를 겪게 됩니다. 공장은 문을 닫고, 역량은 사라지며, 이를 대체할 산업은 결코 나타나지 않을 겁니다. 중국발 충격에 대응하지 않고 내버려두는 것은 매우 무책임한 일입니다.”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폴 크루그먼의 최근 블룸버그 인터뷰 내용도 눈에 띕니다. 그는 “유럽의 자동차 산업이 완전히 텅 비게 될 수 있다. 이는 국가안보와 시장 교란 문제”라며 중국 자동차에 대한 “조건부 관세”를 주장했어요. 이렇게 덧붙이면서요. “저는 충격받았어요. 단순히 제 생각이 바뀌었을 뿐 아니라, 세계화와 자유무역을 오랫동안 옹호해 온 동료들까지 이렇게 말하죠. ‘좋아, 유럽도 뭔가 조치를 취해야 해.’”

과연 보호무역주의가 독일 자동차 산업을 구할 해답이 될 수 있을까요. 아니면 그러기엔 이미 늦은 걸까요. By.딥다이브

*이 기사는 7월 3일(금요일) 발행한 딥다이브 뉴스레터의 온라인 기사 버전입니다. ‘읽다 보면 빠져드는 경제뉴스’ 딥다이브를 뉴스레터로 구독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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