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살리는 병원서 간호사 또 사망…“죽을 때까지 태우겠다” ‘태움’ 반복되는 이유는
2026.07.04 09:15
“죽을 때까지 태울 수 있다”…추가 피해 증언까지
경기 광주의 한 병원에서 근무하던 27세 간호사 고(故) 강수빈 씨가 주로 간호사 조직에서 발생하는 직장 내 괴롭힘, ‘영혼이 재가 되도록 태운다’는 뜻을 담은 이른바 ‘태움’을 겪은 뒤 스스로 생을 마감한 사실이 알려졌다. 같은 병원에서 유사한 피해를 겪었다는 전직 간호사의 증언까지 나오면서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대한간호협회는 2일 입장문을 내고 “더 이상 간호 현장에서 같은 비극이 반복되지 않도록 근무환경 개선과 재발 방지를 위한 강력한 대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사건은 MBC 보도로 처음 알려졌다. 보도에 따르면 강 씨는 재직 당시 선배 간호사들의 지속적인 태움을 겪었고, 수간호사와 간호부 등에 여러 차례 피해를 호소했지만 실질적인 분리 조치는 이뤄지지 않았다. 이후 우울증 치료를 받던 강 씨는 지난달 스스로 생을 마감했다.
‘시선 태움’…“폭언보다 더 두려웠다”
고(故) 강수빈 씨의 일기장에는 “인사를 안 받는다”, “하루하루가 지옥 같다”, “그만두면 월세를 못 내니 다시 그 지옥으로 들어가야 한다”는 내용이 적혀 있었다. 한 선배 간호사는 동료들이 있는 자리에서 “죽을 때까지 태울 수 있다”고 말하며 강 씨를 조롱한 것으로 전해졌다.
고용노동부는 직장 내 괴롭힘 일부를 인정했지만, 강 씨가 지목한 가해자 3명 가운데 1명에 대해서만 괴롭힘을 인정했다. 병원 역시 해당 간호사에게 ‘훈계’ 처분만 내렸고, 가해자로 지목된 간호사들은 현재도 같은 병원에서 근무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후 같은 병원 응급실에서 근무했던 전직 간호사 김모 씨도 MBC에 피해 사실을 제보했다. 김 씨는 실수를 하면 선배가 바늘 등 의료기구를 바닥에 흩뿌린 뒤 치우게 하거나, CPR실로 데려가 “개념이 없다”고 질책했다고 주장했다. 또 “죄송하다는 말도 하지 말라고 하고, 가만히 있으면 태도가 안 됐다고 했다”고 말했다.
다른 신입 간호사들도 “아무것도 하지 말고 그냥 서 있으라”는 지시를 받아 근무 시간 내내 서 있기만 했다고 증언했다. 김 씨는 폭언보다 더 두려웠던 것은 이른바 ‘시선 태움’이었다며 “표정 하나 없이 계속 째려보는 것이 가장 무서웠다”고 회상했다.
그는 블로그에 “멸시의 눈빛이 쏟아졌다”, “죽었으면 좋겠다”, “죽고 싶다”, “또 울었다”는 글을 남겼고, 결국 입사 3개월 만에 병원을 떠나 의료계까지 떠났다. 특히 자신이 지목한 가해 간호사 2명이 강 씨가 생전 가해자로 지목했던 인물과 동일했다며 “그때 직장 내 괴롭힘이라고 제대로 알렸다면 조금이라도 바뀌지 않았을까 하는 죄책감에 제보하게 됐다”고 밝혔다.
간호협회·정부 잇단 대책…“태움은 결코 조직문화가 될 수 없다”
대한간호협회는 반복되는 태움의 근본 원인으로 만성적인 간호인력 부족과 과도한 업무 부담을 지목했다. 이에 따라 △환자당 간호사 배치기준의 법제화 △간호인력지원센터 상담 및 법률 지원 강화 △심리·정서 지원 확대 △인권교육 강화 △교육전담간호사 제도의 중소병원 확대 등을 중점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협회는 “누구나 안전하고 존중받으며 일할 권리는 병원도 예외가 될 수 없다”며 “현장의 간호사들이 더 이상 절망적인 선택을 하지 않도록 모든 역량을 집중하겠다”고 강조했다.
정은경 보건복지부 장관도 같은 날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유족께 깊은 위로를 드린다”고 밝혔다.
정 장관은 “복지부는 간호사 근무환경 및 처우 개선대책과 간호인력 지원 종합대책을 추진해 왔다”며 태움 방지 대책의 이행 상황을 다시 점검하고 미비점을 보완하겠다고 했다.
이어 간호인력지원센터 안에 직장 내 괴롭힘 신고센터를 운영하고, 고용노동부 노동지청과 연계한 근로감독과 조직문화 컨설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아울러 심리 상담과 노무·법률 자문, 인권 보호 교육, 성폭력 예방 교육, 교육전담간호사 확대 배치, 신규 간호사 3개월 이상 교육 보장, 다양한 근무 형태 도입 등을 통해 근무환경 개선에 나서겠다고 설명했다.
앞서 이재명 대통령도 지난 1일 SNS를 통해 “‘태움’은 교육이라는 이름으로도, 관행이라는 이름으로도, 조직문화라는 이름으로도 결코 정당화될 수 없는 끔찍한 폭력”이라고 강조했다.
이 대통령은 해당 병원에 대한 즉각적인 노동점검을 지시하고, 유사한 위험이 있는 의료기관에 대해서도 예고 없는 특별점검을 실시하겠다고 밝혔다. 또 직장 내 괴롭힘과 노동관계법 위반 여부를 면밀히 조사해 법 위반이 확인되면 엄정 조치하고, 병원 조직문화 개선과 의료 분야 직장문화 혁신 컨설팅 확대,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제도 개선까지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간호사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