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7일, 온라인 표현의 룰 바뀐다… 더 깨끗해질까, 더 조용해질까
2026.07.04 00:34
D-3, 개정 정보통신망법
어떻게 생각하십니까
“조지 오웰의 소설 ‘1984’가 현실이 되는 느낌입니다. 7월 7일 대검열의 시대가 시작되네요.”
“인터넷이 한층 쾌적해질 것 같아요. 사이버 렉카들이 퍼 나르는 허위·조작 뉴스는 뿌리 뽑아야죠.”
이른바 ‘가짜뉴스 근절법’ ‘77법’ 등으로 불리는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을 앞두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악의적 허위 정보와 조작 콘텐츠의 유통을 막기 위해 강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명분론에 맞서 온라인 표현의 허위 여부를 판단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통제와 검열이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7일부터 시행되는 이 법은 지난해 9월 이재명 대통령의 취임 100일 기자회견 이후 급물살을 탔다. 민주당은 당초 언론중재법 개정을 통해 허위·조작 보도에 징벌적 손해배상제를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했지만, 이 대통령이 “언론만을 타깃하지 말자”는 취지로 말한 뒤 정보통신망법 개정으로 방향을 틀었다. 이후 민주당 언론개혁특위가 최대 5배 손해배상과 최대 10억원 과징금 부과 방안을 내놨고, 관련 내용을 담은 법안이 같은 해 12월 민주당 주도로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입법 과정에서부터 불거졌던 논란이 시행을 앞두고 다시 거세지는 가운데, 시행 이후에도 법 적용 범위와 제재 수위를 둘러싼 공방은 계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개정 정보통신망법의 핵심은 온라인상 ‘허위·조작 정보’에 대한 책임을 강화한 것이다. 개정법은 내용의 전부 또는 일부가 허위인 정보,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변형·조작된 정보를 허위·조작 정보로 본다. 이를 알면서도 타인에게 손해를 끼치거나 부당한 이익을 얻을 목적으로 유통하면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다. 단순한 오보나 착오까지 곧바로 제재하는 구조는 아니고, 거짓이 섞인 정보를 의도적으로 퍼뜨리는 행위를 겨냥한 것이다.
‘불법 정보’의 범위도 넓어졌다. 기존에도 음란물, 명예훼손성 정보, 반복적으로 공포심이나 불안감을 유발하는 정보 등은 유통이 금지돼왔다. 이번 개정으로 혐오·차별 선동 정보가 추가됐다. 인종, 국가, 지역, 성별, 장애, 연령, 사회적 신분, 소득수준, 재산상태 등을 이유로 특정 개인이나 집단에 대한 폭력·차별을 선동하거나, 증오심을 심각하게 조장해 인간 존엄성을 현저히 훼손하는 정보가 대상이다.
플랫폼 책임도 강화됐다. 하루 평균 이용자 수가 100만명 이상인 대형 플랫폼은 불법·허위·조작 정보 신고 창구를 마련하고, 신고가 접수되면 조치한 뒤 처리 결과를 공개해야 한다. 피해 당사자가 아니어도 신고할 수 있다. 구독자 수가 10만명 이상이거나 최근 3개월간 게시한 콘텐츠의 월평균 조회 수가 10만회 이상인 언론사·유튜버·인플루언서 등 ‘게재자’는 고의로 불법정보나 허위·조작정보를 유통해 피해를 입힌 경우 손해액의 최대 5배까지 배상해야 할 수 있다. 법원 판결 등으로 불법 정보 또는 허위·조작 정보로 확정된 내용을 두 차례 이상 다시 유통하면 최대 10억원의 과징금도 부과될 수 있다.
시행일이 다가오면서 온라인상에서는 반대 여론이 고조됐다. 5월 26일 국회 국민동의청원에 올라온 개정 정보통신망법 철회 요구 청원에는 14만2248명이 동의했다. 국회 심사 요건인 5만명의 세 배에 가까운 수치다. 실제 여론은 어떨까. ‘아무튼, 주말’이 SM C&C 설문조사 플랫폼 ‘틸리언 프로’에 의뢰해 20대 이상 1500명을 대상으로 개정 정보통신망법 시행에 대한 의견을 물은 결과, 찬성이 61.6%, 반대가 38.4%였다. 특기할 만한 점은 연령별 차이다. 20대는 찬성 53%, 반대 47%, 30대는 찬성 52.7%, 반대 47.3%로 찬반이 팽팽했다. 반면 50대와 60대는 찬성이 각각 67.7%, 74.3%로 나이가 많을수록 찬성 응답률이 높았다. 온라인 표현 규제에 민감한 젊은 층과 허위 정보 피해 방지에 무게를 두는 장년층 사이의 온도 차가 드러난 것으로 풀이된다.
해당 법은 허위·조작 정보의 폐해가 기존 제도로 감당하기 어려운 수준에 이르렀다는 인식에서 출발했다. 법안 제안 이유도 정보통신망을 통해 확산되는 불법·허위 정보가 피해자를 양산하고 민주적 기본 질서를 흔드는 반면, 이를 차단하고 피해를 구제할 수단은 제한적이라고 설명한다. 소셜미디어·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허위 정보가 빠르게 퍼지는 만큼, 악의적 유포자에게 실질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설문에서도 이런 인식이 드러났다. 찬성 응답자 924명에게 이유를 물은 결과(복수 응답 가능), ‘허위·조작 정보로 인한 피해를 줄이기 위해’가 65.9%로 가장 높았다. 이어 ‘악의적으로 허위 정보를 퍼뜨리는 사람에게 책임을 물어야’가 57.7%, ‘기존 제도로는 피해 구제가 충분하지 않아서’가 25.3%였다. 직장인 김모(50)씨는 “가짜뉴스가 너무 많고, 혐오 표현도 심각하다”며 “강력한 법으로 규제해야 하는 상황인 것 같다”고 말했다.
반대 쪽의 우려는 적용 방식에 집중된다. 무엇을 허위로 볼지, 누가 판단할지, 어디까지 책임을 물을지 기준이 모호해 권력자나 기업에 대한 의혹 제기, 공익 제보, 비판 등이 허위 정보 논란에 휘말릴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학계, 시민 단체, 언론 단체 등에서 진보·보수를 가리지 않고 표현의 자유 위축과 권력 감시 기능 약화를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미국 정부도 세라 로저스 공공외교 차관 등을 통해 해당 법에 대한 우려를 공개적으로 표명한 바 있다. 이런 우려는 설문 결과에서도 확인됐다. 반대 응답자 576명에게 이유를 물은 결과(복수 응답 가능),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어서’가 48.3%로 가장 많았다. ‘무엇이 허위·조작정보인지 판단하기 어려워서’가 42.4%, ‘권력자나 정부 비판을 막는 데 악용될 수 있어서’가 33.7%로 뒤를 이었다. 회사원 박모(38)씨는 “이제는 커뮤니티에 글을 올리는 것도 망설이게 될 것 같다”며 “온라인에서 말하는 것이 감시받는 느낌”이라고 했다.
정치권 공방도 거세다. 야권은 이 법을 ‘입틀막법’으로 규정한다. 국민의힘은 지난달 24일 논평에서 “허위 정보의 범위와 공공의 이익이라는 개념이 지나치게 넓고 모호하여 정당한 비판까지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꾸준히 제기돼 왔다”며 “국민의 감시를 받아야 할 정치인과 공직자가 오히려 법을 활용해 비판을 차단하는 수단으로 악용할 수도 있다”고 했다. 한동훈 무소속 의원은 “77법은 위헌이고 큰 혼란을 가져올 것”이라며 “시행하지 말고 즉시 재개정해야 한다”고 했다.
민주당은 이 법을 ‘허위·조작 정보 근절법’으로 부르며 악성 루머와 허위 정보 유통에 책임을 묻는 제도라는 입장이다. 법안을 주도한 최민희 민주당 의원은 지난달 23일 배우 박보검의 악플러 벌금형 소식을 허위·조작 정보 근절법 시행과 연결하며 페이스북에 “7월 7일 허위·조작 정보 근절법이 시행된다. 허위·조작 정보는 징배제(징벌적 손해배상제) 대상”이라고 썼다.
온라인에서는 “댓글 하나 잘못 달면 거액 배상을 물게 되는 것 아니냐”는 불안도 퍼지고 있다. 법 조항을 뜯어보면, 손해액의 최대 5배를 물리는 가중손해배상이 모든 이용자에게 적용되는 것은 아니다. 대상은 구독자 수 10만명 이상이거나 최근 3개월간 게시 콘텐츠의 월평균 조회 수가 10만회 이상인 게재자로, 언론사·유튜버·인플루언서 등 영향력 있는 정보 생산자가 주된 대상이다.
그렇다고 일반 이용자가 법 적용에서 완전히 벗어나는 것은 아니다. 허위·조작정보임을 알면서 타인에게 손해를 끼칠 목적으로 퍼뜨렸다면 손해배상 책임을 질 수 있다. 가중손해배상과 10억원 과징금은 영향력 있는 게재자를 겨냥하지만, 일반 이용자의 게시글이나 공유 행위도 신고·삭제 절차에 걸릴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플랫폼이 책임을 피하기 위해 신고가 들어온 게시물을 우선 삭제하거나 노출을 제한할 경우, 법원 판단 전에 표현이 위축되는 효과가 생길 수 있다. 결국 실제 적용 과정에서는 무엇이 허위인지, 어디까지가 공익적 비판인지, 플랫폼이 어느 선에서 게시물을 내려야 하는지가 계속 쟁점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온라인 표현 규제는 더 넓고 강해질 것으로 보인다. 이 대통령이 5월 X(옛 트위터)에 조롱·혐오 표현 처벌과 이를 방치한 사이트 폐쇄까지 공론화할 필요가 있다고 쓴 뒤, 민주당 이훈기 의원은 이른바 ‘일베금지법’으로 불리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특정 개인·집단이나 사회적 사건 희생자와 유가족을 향한 모욕·조롱·비하 표현을 ‘조롱·혐오정보’로 규정하고, 반복 유통하면 5년 이하 징역 또는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이다. 이를 방치한 사이트에는 과징금이나 폐쇄 명령까지 가능하게 했다.
이성엽 한국정보통신법학회장(고려대 교수)은 “허위·조작 정보를 법으로 규제하고, 과징금이나 민사 손해배상까지 부과하는 것이 적절한지 의문”이라며 “표현의 자유를 위축시켜 정부나 기업, 정치인에 대한 건전한 비판까지 봉쇄될 우려가 있고, 공론장의 통로가 막힐 수 있다”고 했다. 이어 “개념과 기준이 불명확한 법안들이 자의적으로 집행될 경우, 개별 이용자에게 부당한 불이익을 줄 수 있으므로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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