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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기 속에 세균이 없다고?… WHO도 속은 ‘가짜 과학’

2026.07.04 00:41

[Books가 만난 사람] 퓰리처상 수상 칼 짐머 예일대 교수

공기의 세계

칼 짐머 지음|이상훈 옮김|다산초당|632쪽|3만3000원

“과학에 대한 불신은 영향력 있는 사람들이 잘못된 정보를 퍼뜨리면서 만들어졌습니다. 코로나19 때도 사실이 아닌 말을 하고 누군가를 비난하며 이득을 얻으려 했죠. 안타깝게도 힘 있는 누군가가 대중을 오도하는 일은 막기가 힘듭니다.”

예일대 분자 생물 물리학 및 생화학 겸임 교수인 칼 짐머(Carl Zimmer·60)는 뉴욕타임스에서 20년 넘게 글을 써오며 과학 저널리즘에 몰두해왔다. 미국 과학진흥협회 과학 저널리즘상(3회), 내셔널 아카데미 과학 커뮤니케이션 상 등을 받았다. ‘코로나19 팬데믹’ 때는 뉴욕타임스 탐사보도팀으로 활약하며 퓰리처상을 받았다.

짐머는 팬데믹 때의 과학 논쟁이 의아했다. 유구한 과학 발전의 역사에도 불구하고 팬데믹에 대한 판단이 틀릴 때가 있었다. 이 틈을 타 소셜미디어에선 거짓 정보가 힘을 얻었다. 팬데믹 초기 공기 전파의 결정적 사례가 되며 CNN 등에 대서특필된 2020년 3월 워싱턴주 ‘스캐짓 밸리 합창단’ 집단 감염 사건 당시 단원들은 “아직 백신이 없으니 마스크를 써야 하나” 걱정했지만 질병통제예방센터(CDC) 지침대로 신체 접촉 없이 거리만 유지하고 노래를 연습했다. 무대 위 78명 중 58명이 집단 감염되고 단원 두 명은 세상을 떠났다. 그럼에도 이후 세계보건기구(WHO)는 이런 공지를 했다. “코로나19는 공기로 전파되지 않습니다.” 짐머는 이 과정을 지켜보며 ‘공기 생물학’의 역사가 촘촘히 정리돼 있지 않다는 걸 발견한다. 공기를 하나의 ‘생태계’(에어로바이옴)로 바라보며 공기의 역사를 탐구하는 ‘공기의 세계’(다산초당)를 쓰는 계기가 됐다. 이메일로 그를 만났다.

칼 짐머 예일대 교수

“과학의 진보는 많은 것을 보게 하지만 때로는 어떤 것을 보느라 다른 것을 보지 못하게 만듭니다.” 인류 역사는 공기에 세균이 있다는 것을 받아들이지 못했다. 균이 아니라 오염된 공기·나쁜 기운의 공기(미아즈마)가 질병의 원인이라고 생각했다. 1800년대 후반 파스퇴르와 과학자들은 질병 ‘세균설’을 입증했으나, 예상치 못한 부작용이 생겼다. “말라리아는 모기에 의해, 콜레라는 물에 의해 전파되는 등 세균이 병을 일으키는 원리가 밝혀졌죠. 반면, ‘오염된 공기’라는 생각은 미신으로 취급되면서, ‘공기 중 병원체의 존재’라는 가설까지 밀려났어요. 치명적 실수였죠.”

1930년대 하버드대 공학자였던 윌리엄 웰스는 기침이나 재채기를 할 때 나오는 미세한 입자가 순식간에 증발하며 ‘비말핵’ 상태가 된다는 걸 물리학적으로 증명했다. 결핵과 홍역이 이 경로로 퍼진다는 것이 입증되는 계기가 됐다. 하지만 미국 전염병학 주류 의학자들은 ‘공학자’였던 웰스의 연구를 의학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이런 일이 생기는 이유에 대해 짐머는 ‘칸막이 과학’을 이유로 든다. “과학이 여러 전문 분야로 나뉘어 있기 때문이죠. 공기 전파 질병을 제대로 이해하려면 물리학·역학·미생물학을 비롯한 여러 분야의 지식이 함께 필요합니다. 하지만 각 분야 과학자들은 서로 이야기할 기회가 많지 않습니다.” 과학이 권력 싸움에 갇혀버린 것이다. “공중보건 전문가들은 공기 전파 질병에 대해 물리 법칙에 맞지 않는 주장을 하는 경우도 있었죠. 코로나19 팬데믹을 겪고 나서야 비로소 어디에서 판단이 잘못됐는지 깨닫는 계기가 됐습니다.” 이후 감염에 대한 통념과 과학이 함께 발전해 나가며 인류사에 남을 전염병을 극복해 냈다.

게티이미지뱅크

물론 가짜 뉴스의 진원지로서 팬데믹은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 일부 정치인과 소셜미디어는 여전히 음모론을 퍼뜨린다. “예컨대 백신의 경우, 수백만 명을 대상으로 한 수많은 연구는 코로나19에 대한 처방이 의학적으로 안전했으며, 그 이점이 잠재적 위험을 압도적으로 뛰어넘는다는 사실을 보여줬습니다. 현 미국 행정부의 일부는 다른 주장을 하지만 그렇다고 사실을 바꿀 순 없습니다.” 과학은 ‘절대적 진실’을 주장하는 종교와 달라서 확률로서 타당성을 입증받을 수밖에 없다.

그래도 의심스러운 사람들은 ‘나름의 연구’를 시작했다. 짐머는 이 지점을 우려한다. 훈련되지 않은 비(非)전문가 집단의 연구가 갖는 위험성을 누구보다 잘 알기 때문이다. “인플루언서나 유튜버의 말을 찾아 듣는 걸 자기 나름대로 ‘연구’라고 여기며 의존하기 시작합니다. 과학이 실제로 어떻게 작동하는지에 대한 감각 자체를 잃어버릴 수 있죠. 요즘은 폭풍의 경로부터 새로운 질병의 발생까지 모든 것이 음모론의 대상이 됩니다.” 오류를 극복하며 발전해온 과학을 신뢰하는 것이 다음에 위기가 닥쳤을 때 실수를 반복하지 않는 길이지만, 우리는 너무 쉽게 과거를 망각한다는 것. 과학 연구자이면서 동시에 대중과 소통해 온 저널리스트인 저자의 고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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