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지혜의 요즘 트렌드] 운세, 콘텐츠 넘어 산업이 되다
2026.07.04 00:10
관련 시장도 빠르게 움직인다. 사주 앱 ‘포스텔러’ 이용자는 전년보다 28% 늘었고, KB국민은행과 신한라이프 등 금융권도 무료 운세 서비스를 제공한다. 여기에 AI도 더해졌다. 챗GPT 스토어에서는 운세 GPT가 인기를 끌고, 미국의 점성술 앱 코스타(Co-Star)는 AI와 NASA 천체 데이터를 결합한 맞춤형 운세로 성장했다. 운세는 이제 스마트폰에서 언제든 이용하는 생활 서비스가 됐다.
스마트폰 속 콘텐츠를 넘어 직접 몸으로 체험하는 문화로까지 운세는 그 영역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개운(開運) 산행’이다. 한 역술가가 “운이 안 풀리면 관악산 연주대에 가라. 같은 소원을 세 번 빌면 들어준다”는 말이 화제가 되면서 운을 트이게 한다는 의미의 산행 문화가 소셜미디어(SNS)를 통해 퍼졌다. 실제로 올해 2월 관악산 센터 방문객은 5217명으로 전년 동월 대비 9.6% 늘었다.왜 사람들은 운세를 찾을까. 첫 번째 이유는 불안이다. 일자리도, 자산도, 관계도 확신하기 어려운 시대에 운세는 가장 손쉽게 의지할 수 있는 ‘마음의 안전핀’이 된다. 두 번째는 자기 이해에 대한 갈증이다. 대학내일20대연구소 조사에서 10·20세대의 43%는 자신의 성향을 파악하기 위해 운세를 본다고 답했다. MBTI보다 조금 더 입체적인 이야기로 자신을 해석하고 싶어 하는 욕구가 반영된 결과다. 마지막은 감각의 복원이다. 알고리즘이 끊임없이 비교와 자극을 쏟아내는 일상에서 카드를 뒤집고 산을 오르는 행위는 내 삶을 스스로 선택한다는 감각을 되돌려준다.
더 이상 운세는 변두리 문화가 아니다. 챗GPT와 데이팅 앱, 금융 슈퍼앱까지 운세를 서비스 전면에 내세우고 있다. Z세대가 이끄는 이 흐름은 유행을 넘어 자기 이해와 감정 관리, 관계 탐색을 아우르는 하나의 라이프스타일로 자리 잡았다. 기업의 눈으로 보면 새로운 시장이자 소비자를 읽는 새로운 문법이 등장한 셈이다.
이제 운세는 미래를 맞히는 콘텐츠보다 이용자의 감정과 기분을 읽는 데이터에 가깝다. 디지털 서비스와 오프라인 경험, 커머스를 연결하는 매개 역할도 점점 커지고 있다. 사람들이 운세에서 찾는 것은 ‘운’보다 흔들리는 하루를 붙잡아 줄 작은 확신과 ‘이해받고 있다’는 감각일지 모른다. 다음 시장의 문법은 결국 그 마음을 읽는 데서 시작할 것이다.
최지혜 서울대 소비트렌드분석센터 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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