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심 속 산책길에 듣는 뻐꾸기 울음' 양림산 시간 여행
2026.07.03 15:21
| ▲ 광주 양림동 양림산에서 만날 수 있는 산새. |
| ⓒ 배동민 |
'뻐꾹' '뻐꾹'
6월의 어느 날 점심 무렵, 광주 남구 양림동 양림산을 오르는 길에 뻐꾸기가 마중 나왔다.
'도심 한가운데 뻐꾸기라니' 하고 생각하는 순간, 다른 산새들이 뻐꾸기 울음소리에 장단을 맞춘다.
30도가 넘는 더위에도 아름드리나무가 울창한 숲속 산책길은 시원하고 걷는 재미가 쏠쏠하다.
양림산은 해발 108m의 낮은 뒷동산이다. 조선시대에는 관아에 화살을 납품하는 '관죽전'이었고, 동시에 돌림병 걸린 아이들을 버리고 시체를 치우는 '풍장터'였다. 이곳에 선교사들이 사택을 짓고 한센병 등에 걸린 환자를 돌보기 시작했다.
| ▲ 광주 양림동에 선교사들이 심은 호랑가시나무. |
| ⓒ 배동민 |
당시 선교사들이 향수를 달래기 위해 고국에서 가져다 심은 은단풍나무, 아름드리 피칸나무, 흑호두나무 등이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있다.
그중 호랑가시나무(광주광역시 지정 기념물 제17호)가 가장 유명하다. 잎 주위에 톱니바퀴 같은 가시가 있는데, 호랑이가 등 긁개로 쓴다고 하여 '호랑가시나무'라는 이름이 붙었다. 십자가에 못 박힌 예수의 피를 상징하는 붉은 열매 때문에 '예수나무'로도 불린다. 불우이웃돕기를 상징하는 '사랑의 열매' 도안이 바로 이 호랑가시나무 열매에서 나왔다고 한다.
양림산은 양림동 주민들이 꼽는 여름철 최고의 산책로다. 특히 자연과 함께하는 시간여행이 제맛이다.
| ▲ 광주 양림동 호랑가시나무 언덕 안내판. |
| ⓒ 배동민 |
시간여행의 출발점은 양림교회다. 양림동 우편취급국 쪽으로 5분 정도 걸어가면 호랑가시나무언덕 게스트하우스가 나온다. 이곳을 눈앞에 두고 왼쪽이나 오른쪽으로 돌아 산책로를 따라가면 양림산 정상에 이르러 선교사 묘원을 만난다. 우일선을 비롯해 수많은 선교사가 잠든 곳이다. 울창한 숲에 둘러싸인 고요한 무덤들 앞에 서면 절로 숙연해진다.
선교사 묘원을 가는 중간중간 광주에서 가장 오래된 서양식 건축물인 우일선 선교사 사택, 선교사로 활동하다 순교한 오웬을 기념하기 위해 지은 오웬기념각 등 다양한 서양식 건축물을 볼 수 있다. '각시탈' '사의 찬미' '정년이' 등 우리나라 근현대를 배경으로 한 드라마 촬영지로 유명하다. 저마다 걸음을 멈추고 사진을 찍는 핫플레이스다.
| ▲ 광주 양림동 양림산 정상의 선교사 묘역. |
| ⓒ 배동민 |
산책로는 가파르지 않아 느린 걸음으로 20~30분이면 충분히 오르내릴 수 있다. '탈마지길' '순례길' '고난의길' '세핑길' '오웬길' 등 선교사들의 이야기를 담아 산책길 곳곳에 붙여진 이름의 유래를 찾아보는 재미도 있다.
내려오는 방향에 따라 다음 즐길 거리가 달라진다.
안내판에 따라 호남신학대학교 쪽을 선택하면 사직공원으로 이어지는 산책로를 더 거닐 수 있다. 도시 전역을 한눈에 내려다 볼 수 있는 무료 전망대가 있고, 날이 지면 시내 야경과 미디어 아트로 채운 '빛의 숲'을 만날 수 있다.
우일선 선교사 사택 방향을 선택하면 오르기 전 만났던 호랑가시나무언덕 게스트하우스가 다시 나온다. '인절미항아리빙수' '망고빙수'를 맛볼 수 있는 커피숍과 '나주곰탕' '양림제과' '양인제과' 등 맛집이 발길을 잡는다.
하희원 미술관과 이강하 미술관 등 예술 공간도 다양하다.
| ▲ 광주 양림동 양림산 산채로. |
| ⓒ 배동민 |
덧붙이는 글 | 이 기사는 펭귄마을신문에도 실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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