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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리아 프리미엄 시대", '주권 존중' 선언이 던진 헌법적 과제와 한국의 미래[원동욱의 외교광장]

2026.07.03 18:28

[원동욱의 외교광장] '주권 존중' 선언의 헌법적 안착, 이제 '제도의 경첩'을 달 때다

2026년 7월 1일, 이재명 대통령은 인천에서 열린 민주평화통일자문회의 유라시아 지역회의 격려사를 통해 "남과 북이 서로의 체제와 주권을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는 길을 반드시 찾겠다"고 밝혔다.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를 열어가기 위해서라도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바꿔내야 한다"는 말이 뒤를 이었다. 지난해 광복 80주년 경축사에서 "남과 북은 서로의 체제를 존중하고 인정하되 평화적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의 특수관계"라고 밝혔던 것과 비교하면, 이번 발언은 '체제 존중'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주권 존중'이라는 표현을 명시적으로 추가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이 한 단어의 추가는 단순한 수사의 확장이 아니다. 그것은 70여 년간 지속된 적대와 군사적 대치를 평화와 제도로 전환하려는 국가전략의 방향을 제시하는 동시에, 대한민국 헌법 질서가 오래도록 안고 있던 근본적 질문을 다시 소환한다. 평화를 지향하는 헌법의 정신과, 분단 현실을 전제로 형성된 법체계는 어떻게 조화를 이룰 것인가. 그리고 '주권'이라는, 국제법상 국가의 핵심 표지를 북한에 적용하는 이 발언은 헌법 제3조의 영토조항과 충돌하지 않는가.

이 글은 이 질문에 정면으로 답한다. 결론부터 말하면, '주권 존중' 발언은 헌법 제3조를 훼손하는 것이 아니라, 대한민국의 확립된 법리 위에서 정합적으로 설명될 수 있다.

1. 헌법 제3조와 제4조: 충돌이 아니라 역할 분담

대한민국 헌법은 두 개의 원칙을 함께 담고 있다. 헌법 제3조는 대한민국의 영토를 한반도와 그 부속도서로 규정한다.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적 통일정책을 국가의 책무로 명시한다. 두 조항은 지금까지 종종 충돌하는 것처럼 이해되었지만, 반드시 그렇게 볼 필요는 없다.

제3조는 대한민국의 헌법적 정통성과 영토 원칙을 선언하는 규범이고, 제4조는 그러한 통일을 어떠한 방식으로 실현할 것인가에 대한 방법론을 제시하는 규범이다. 다시 말해 평화는 영토 원칙을 포기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을 실현하는 방식이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이 두 조항의 긴장을 '규범조화적 해석'으로 풀어왔다. 헌법 제3조가 대한민국의 최종적 지향점을 밝히는 선언적·방침적 규범의 성격을 갖는다면, 제4조는 그 지향점에 이르는 현실적 경로를 대통령과 국가기관에 위임하는 수권규범의 성격을 갖는다. 따라서 북한 체제와의 공존을 모색하는 것은 헌법 제3조가 선언한 영토 원칙을 포기하는 문제가 아니라, 헌법 제4조가 대통령에게 위임한 평화통일의 방법론을 이 시대에 맞게 구체화하는 문제다.

2. '주권 존중'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이중적 지위론과 사실상 통치권의 구별

법적으로 가장 예민한 지점은 '주권'이라는 단어다. 헌법재판소와 대법원은 오래전부터 북한에 대해 이른바 '이중적 지위론'을 확립해 왔다.

북한은 한편으로 국가보안법상 반국가단체의 성격을 여전히 가지면서도, 다른 한편으로는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이 규정하는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의 당사자, 즉 대화와 협력의 상대방이라는 이중적 성격을 함께 갖는다는 것이다. 이 이중성은 모순이 아니라 병존이며, 지난 30년간 남북 간 합의와 교류, 그리고 그에 대한 사법적 판단 모두가 이 이중적 지위론 위에서 이루어져 왔다.

이 틀 위에서 '주권 존중'이라는 표현을 정확히 읽으려면, 국제법상 '국가승인(recognition of statehood)'과, 상대방이 자신의 영역에서 실제로 행사하고 있는 '사실상의 통치권(de facto authority)'에 대한 존중을 구별해야 한다. 대통령의 발언이 북한을 국제법상 독립된 주권국가로 승인하겠다는 취지라면 이는 헌법 제3조와 정면으로 충돌할 것이다. 그러나 발언의 맥락 — 흡수통일을 추구하지 않고 적대행위를 하지 않겠다는 약속과 나란히 놓인 문맥 — 을 보면, 이는 북한이라는 실체가 그 관할 영역 안에서 독자적인 정치·경제·사회 체제를 운영하고 있다는 현실을 인정하고, 그 내부 질서에 대한 간섭이나 강제적 변경을 추구하지 않겠다는 불간섭의 원칙을 표명한 것으로 읽는 것이 문맥에 부합하며 법적으로도 안전하다. 이는 국제법상 국가승인이 아니라, 남북 간 특수관계의 틀 안에서 상대방의 자주적 관할권을 존중하겠다는 정치적 약속이다.

이러한 해석에는 분명한 선례가 있다. 1991년 채택된 남북기본합의서 제1조는 이미 "남과 북은 서로 상대방의 체제를 인정하고 존중한다"고 규정했다. 여기에 더해 합의서 전문은 남북관계를 "나라와 나라 사이의 관계가 아닌 통일을 지향하는 과정에서 잠정적으로 형성되는 특수관계"로 명시함으로써, '체제의 인정과 존중'이 '국가 대 국가의 승인'과 다른 차원의 개념임을 스스로 규정해 두었다. 이재명 대통령이 이번에 '주권'이라는 단어를 추가한 것은 이 35년 전 합의의 정신을 자주권 존중이라는 언어로 확장한 것으로 볼 수 있으며, 남북기본합의서라는 이미 국회의 사실상 승인 절차를 거친 선례가 그 해석의 안전판이 된다.

아울러 실무적 차원에서도 대한민국의 법질서는 이미 북한의 사실상 통치권을 여러 영역에서 전제해 왔다. 북한이탈주민의 보호 및 정착지원에 관한 법률은 북한 지역에서 이루어진 혼인, 이혼, 상속 등 신분관계상의 법률행위를 일정한 요건 아래 인정하며, 법원 역시 북한의 실효적 지배 영역에서 발생한 법률관계를 전면 부인하지 않고 개별적으로 심사해 그 효력을 인정해 온 사례가 축적되어 있다. 이는 대한민국의 법체계가 이미 북한의 '사실상의 통치권'을 실무적으로 전제하고 있다는 뜻이며, 이번 발언은 이러한 기존 법 실무의 정치적 언어화에 가깝다.

3. 흡수통일론에서 평화공존론으로

이번 선언의 또 다른 의미는 흡수통일론에서 평화공존론으로 무게중심을 옮겼다는 점이다. 헌법 제4조는 자유민주적 기본질서에 입각한 평화통일을 규정하고 있을 뿐, 특정한 통일 방식까지 예정하고 있지는 않다.

흡수통일 역시 하나의 가능성일 뿐 헌법적 의무는 아니다. 따라서 상호 존중과 단계적 협력을 통해 평화를 구축하려는 접근 역시 헌법이 허용하는 정책 선택의 범위 안에 있으며, 오히려 헌법 제66조 제3항이 대통령에게 부여한 평화통일 추진 의무를 보다 적극적으로 수행하려는 시도로 평가할 수 있다.

4. 평화체제와 국가경쟁력

평화체제 구축은 단순한 남북관계의 문제가 아니라 대한민국의 국가경쟁력과도 직결된다. 한반도는 세계에서 가장 높은 지정학적 위험 프리미엄을 안고 있는 지역 가운데 하나다. 지속적인 군사적 긴장은 외국인 투자와 국가신용도, 금융시장 안정성에 장기적인 부담으로 작용해 왔다.

정전체제를 평화체제로 전환하는 과정은 전쟁 위험을 낮추는 동시에 이른바 '코리아 디스카운트'를 완화하고 대한민국의 경제적 신뢰를 높이는 법경제학적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 대통령이 굳이 "코리아 프리미엄 시대"라는 표현을 쓴 것도 이 지점을 겨냥한 것으로 읽힌다.

5. 이제 필요한 것은 제도화다

물론 선언만으로 평화는 완성되지 않는다. '주권 존중'이 정치적 수사에 머물지 않고 지속 가능한 국가전략이 되려면 세 가지 제도화 과제가 뒤따라야 한다.

첫째, 남북 간 합의가 정권 교체에 따라 흔들리지 않도록 국회의 민주적 통제를 거쳐 안정적인 국내법적 효력을 확보하는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남북 간 합의를 일반적인 국제조약과 동일한 법적 성격으로 볼 것인가는 현행 헌법체계에서 여전히 논쟁적이나, 국회 비준 동의 절차를 통해 국내적 구속력을 강화하는 방안은 그 자체로 실현 가능하며 시급하다.

둘째, 「남북관계 발전에 관한 법률」을 시대 변화에 맞게 보완하여, 평화공존 시대에 필요한 협력 제도와 분쟁 해결 절차, 상설 협의체의 법적 근거를 구체화해야 한다. 특히 이번 발언에서 명시적으로 등장한 '주권 존중'이라는 표현이 향후 남북 간 실무 합의의 문언으로 옮겨질 경우를 대비해, 그 표현이 이중적 지위론과 특수관계론의 틀 안에서 해석된다는 점을 법률 또는 시행령 차원에서 명확히 해 두는 것이 바람직하다. 이는 발언의 진정성을 훼손하지 않으면서도 헌법적 논란의 소지를 사전에 차단하는 길이다.

셋째, 장차 평화협정 논의가 현실화될 가능성에 대비하여 관련 국내 법령을 체계적으로 정비하고 국회와 정부가 장기적 로드맵을 마련해야 한다. 평화협정은 정치적 선언이 아니라 국내법과 국제법이 동시에 작동하는 법질서의 재편이기 때문이다.

맺음말: 이념이 아니라 국가전략으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평화를 이념의 문제가 아니라 국가의 미래전략으로 바라보는 관점이다. 평화는 현실을 외면하는 이상주의가 아니다. 오히려 가장 냉정한 현실주의다. 적대가 지속될수록 대한민국이 치러야 할 안보 비용과 경제적 기회비용은 커지고, 동북아 질서 속 우리의 전략적 선택지는 좁아진다.

이재명 대통령의 '체제와 주권 존중' 선언은 헌법을 넘어서는 일탈이 아니라, 이중적 지위론과 특수관계론이라는 대한민국 법리의 축적 위에서 헌법 제4조가 요구하는 평화통일의 가치를 이 시대의 언어로 구현하려는 시도로 읽어야 한다. 그 성공 여부는 선언의 수사에 달려 있지 않다. 사회적 합의와 국회의 책임 있는 입법, 그리고 지속 가능한 제도 설계가 뒤따를 때 비로소 평화는 정치인의 약속이 아니라 국가의 법질서가 된다.

문을 두드리는 일은 대통령이 할 수 있다. 그러나 그 문이 다시 닫히지 않도록 제도의 경첩을 만들고 법의 빗장을 거는 일은 국회와 국민 모두의 몫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1일 인천 중구 영종도 인스파이어 리조트에서 열린 제22기 민주평통 유라시아 지역회의에서 격려사를 하고 있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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