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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소기업 부채비율 146%…고금리 공포 닥친다

2026.07.04 00:02

글로벌 저금리 시대의 종말
충남 천안에서 금속 가공 업종의 중소기업을 경영하는 A씨는 마음이 무겁다. 미국에서 연내 기준금리 인상 논의가 뜨거운 가운데 한국도 고금리 시대를 앞두고 있다는 최근 뉴스 때문이다. A씨는 “업황 침체로 공장을 간신히 돌리고 있고 차입금은 계속 불어나는데 금리가 오르면 어떻게 버텨야 할지 막막하다”고 전했다. 금속 가공 업종은 수요가 줄더라도 설비 유지·강화가 필수라 고정비 부담이 큰데, 납품 대금을 받기까지 생기는 자금 공백을 차입금으로 메우고 있어 고금리가 큰 타격을 준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지난달 한국은행의 ‘2025년 기업경영분석 결과’ 발표에 따르면 국내 기업 3만4456곳 중에 중소기업의 부채비율은 146.42%로 대기업(88.45%)의 1.7배였다. 반면 중소기업의 매출액세전순이익률(매출 대비 법인세 차감 전 이익의 비율)은 3.53%로 대기업(6.92%)의 절반 수준이었다. 전체 기업 중 이익으로 이자를 부담할 수 있는 정도를 나타내는 이자보상비율이 100% 미만인 ‘한계기업’ 비중은 39.9%로 2013년 통계 편제 이후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지난 5월 말 기준 중소기업 원화 대출 연체율 평균치는 0.73%로 2020년 1월 이후 최고 수준이다. 한은의 금리 인상 예고가 시장에 먼저 반영된 때문으로 분석된다. 삼성전자·SK하이닉스 등 반도체 수출 호황을 누린 대기업에 가려진 한국 경제의 어두운 단면이다. 주원 현대경제연구원 연구본부장은 “반도체 수출 호조의 이면에서 부채 부담을 못 견디는 한계기업이 속출하고 취업자 수가 감소 중”이라며 “기업의 파산 위험과 내수 둔화 압력이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기준금리 인하 가로막는 이란전·칩플레이션·탈달러…“유동성 파티는 끝났다”
한국이 처한 어려운 상황은 세계 경제가 저금리의 ‘유동성 파티’를 끝내고, 다시 돈줄을 조이는 고금리 시대를 맞는 흐름으로 나아가는 데서 비롯되고 있다. 미국 연방준비제도(Fed·연준)는 지난달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3.50~3.75%로 동결했다. 하지만 공개한 점도표(dot plot)를 통해 연내 금리 인상 가능성을 강하게 시사했다. 점도표에 따르면 FOMC 위원 18명은 올해 말 기준금리 예측치의 중간값을 3월 공개된 점도표의 중간값인 3.4%보다 껑충 오른 3.8%로 제시했다.

즉, 연준은 연말까지 최소 1회 기준금리 인상을 보고 있는 것이다. 미 월가도 전망 수위를 높이고 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ofA)는 연준이 연내 최대 3회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지난 2008년 금융위기,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을 계기로 경기 침체가 찾아들 때마다 미국을 비롯한 각국 정부는 천문학적인 액수의 돈을 풀어 경제를 살리는 일에 전념했다. 미국은 2008년 12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2020년 3월부터 2022년 2월까지 0~0.25%의 제로 금리를 유지했고 이후에도 세계는 저금리 환경을 누렸다.

각국 은행 달러 비중 낮춰 미 국채금리 급등
미국 신시내티의 한 전광판 이미지. 트럼프 미 대통령이 지난달 "나는 인플레이션을 사랑한다"고 말한 것을 비꼬고 있다. [AP=연합뉴스]
이것이 유지되기 어렵게 된 것은 크게 다섯 가지 배경 때문이다. 우선, 잡히지 않는 인플레이션(물가 상승)이다. 팬데믹 때 시중에 비정상적으로 많이 풀린 돈은 2021~22년 기록적인 인플레이션이라는 부메랑으로 돌아왔다. 미국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은 2022년 6월 9.1%(전년 동기 대비)로 1981년 12월 이후 41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 연준이 통화 긴축에 나서면서 다소 진정됐지만 2022년부터 전면전으로 계속되고 있는 러시아와 우크라이나 간 전쟁, 올해 들어 펼쳐진 미국·이스라엘과 이란 간 전쟁으로 글로벌 공급망이 붕괴·재편되면서 세계는 다시 인플레이션과 사투를 벌이고 있다.

연준이 연내 금리 인상을 계획 중인 것도 CPI 상승률이 올해 5월 4.2%로 3년 1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하는 등 목표치인 2%에서 멀어지고 있어서다. 안동현 서울대 경제학부 교수는 “전쟁 장기화 및 호르무즈 해협 위기가 가져온 에너지 가격 급등과 연쇄적인 물가 상승은 1970년대 오일 쇼크 때와 비슷한 모습”이라며 “당시 사례처럼 연준이 강력한 통화정책으로 물가를 잡는 데 나설 공산이 크다”고 진단했다. 미 연준은 1980년대 들어 폴 볼커 의장 체제에서 눈앞의 인플레이션뿐 아니라 향후 계속 물가가 오를 것으로 보는 기대인플레이션까지 타깃으로 설정했다. 이에 기준금리를 20% 수준까지 올리는 등 공격적인 금리 인상으로 한때 15%를 넘나들던 CPI 상승률을 잡고 미국 경제 장기 호황의 기반을 다질 수 있었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둘째, 인공지능(AI) 급성장의 그림자다. 2023년 생성형 AI ‘챗GPT’ 열풍을 시작으로 글로벌 산업 지형도는 AI를 중심으로 빠르게 재편됐다. 이 과정에서 산업계의 AI 투자 수요가 급증해 거품론이 불거질 만큼 많은 돈이 AI 분야로 쏠리고 있다. 기업은 공격적으로 신기술 개발과 시장 선점에 나섰고, 증시에서 AI 분야로 몰린 돈이 이를 지원사격 중이다. AI 분야에서 급증한 고숙련 일자리 수요도 임금·교육비 상승을 낳고 있다. 이는 금리 인상 압박 요인으로 작용 중이다. 케빈 워시 연준 의장은 지난달 기자회견에서 AI 인프라의 수요와 공급에 대한 질문에 “공급에서 확대가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그때까지 더 오랜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며 지금이 AI 수요 폭발에 따른 인플레이션 자극 상황이라는 생각을 내비쳤다.

그래픽=남미가 기자
셋째, 인구 구조 변화다. 블룸버그 이코노믹스의 제이미 러시 수석 이코노미스트 등은 최근 저서 『머니 쇼크』에서 “미국은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인구 증가세 둔화와 부양비 감소로 자연실질금리(완전고용 상태에서 저축과 투자가 균형을 이루고 수요를 자극·억제하지 않는 실질금리)를 약 1.35%포인트 낮췄다”며 “그러나 2010년대부터 베이비붐 세대가 은퇴하면서 저축이 소비로 대규모 전환 중”이라고 분석했다. 저축이 줄고 소비가 늘면 경제 전반의 자금 여력은 줄어드는 한편 부양비 부담이 커져 금리 상승 압력은 강해진다. 특히 전 세계적 저출산 심화가 장기적인 상황을 예고한다. 유엔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세계 인구의 71%는 인구 규모를 유지하는 데 필요한 대체출산율(약 2.1명)보다 낮은 출산율의 국가에 살고 있다.

넷째, 기후 변화다. 지구 온난화는 전 세계에 탄소 중립을 위한 막대한 투자라는 청구서를 들이밀고 있다. 온난화를 방치하면 자연재해와 생산성 저하로 경제 성장에 큰 타격을 입을 수밖에 없다.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는 지난해 보고서에서 2030년까지 글로벌 재생에너지 투자액이 연평균 4조 달러(약 6175조원)일 것으로 전망했다. 케네스 로고프 미 하버드대 경제학과 교수는 지난 4월 외신 칼럼에서 “기후 변화에 대응하기 위한 에너지 인프라 투자가 세계 경제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지금의 강한 인플레이션은 단순한 경기 사이클의 결과가 아니라 에너지 전환 등 구조적 요인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다섯째, 기축통화인 미 달러화의 지위 약화다. 미국의 과도한 재정적자에 대한 우려, 중국과의 패권 경쟁 격화, 러시아에 대한 금융제재 등으로 세계는 탈(脫)달러를 모색하고 있다. 유럽중앙은행(ECB)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전 세계 외환보유고에서 달러 표시 자산 비중은 해마다 감소 중이다. 금(金)이 차지한 비중이 27%로 2023년 말(16%)보다 급등, 1996년 이후 처음으로 미 국채 비중(22%)을 앞질렀다. 각국 중앙은행이 달러 비중을 낮추면 미 국채의 기본 수요가 감소해 국채 가격 하락과 금리 상승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세계금위원회(WGC)는 지난 2~5월 설문조사에서 76개국 중앙은행 응답자의 74%가 향후 5년간 달러 보유 비중을 낮출 것으로 예측했다고 밝혔다.

한국 취업자수 4만명 감소…앞으로 더 걱정
이 같은 배경은 한국에 깊은 고민을 안긴다. 현재 한국의 기준금리는 2.50%로 미국보다 1.0~1.25%포인트 낮다. 한은은 미국이 이미 금리 인상 페달을 밟고 있던 2022년 7월 이후 제조업 수출 의존도가 높은 한국의 경제 구조와 가계부채 뇌관을 우려해 상대적으로 낮은 금리를 유지했다. 신현송 한은 총재는 지난 5월 “물가 안정에 중점을 두고 늦지 않게 금리를 인상할 필요가 있다”며 정책 기조의 변경을 예고했다. 임재균 KB증권 채권크레딧팀장은 “반도체 산업의 호조로 경제성장률 제고에 파란불이 켜진 상황에서 한은이 연내 2회 금리 인상에 나설 가능성이 크다”고 내다봤다.

그러나 탄탄한 경제 상황을 바탕으로 금리 인상을 준비하는 미국과 달리, 한국은 반도체 등 일부 업종을 제외한 제조업 전반에서 중국과의 경쟁 격화 등으로 고전하면서 중소기업의 어려움이 커진 상황이다. 한은이 금리 인상의 ‘방향’ 자체는 맞더라도 경제 상황을 살펴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속도’ 조절론이 나오는 이유다. 김영익 한양대 미래인재교육원 교수는 “한은이 반도체 호황에 가려진 제조·서비스업 침체와 고용 위축, 내수 부진 등을 충분히 고려하지 않으면 성장 둔화와 금융 불안 가중 등의 부작용이 클 수 있다”며 “유연한 접근이 필요한 때”라고 지적했다. 국가데이터처가 발표한 고용 동향에 따르면 지난 5월 취업자 수는 2912만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4만 명 감소했다. 취업자 수가 감소한 것은 2024년 12월 이후 처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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