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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직전 선단 싹쓸이…호르무즈서 판 바꾼 韓 해운사의 '한 수'

2026.07.03 21:40

전쟁 직전 약 70억달러 투입…VLCC 선단 확충

호르무즈 봉쇄 직전 걸프만 선단 선제 배치

중동 전쟁 이후 아시아의 원유 조달 수요 급증
◆…시노코 컨테이너선 전경. 사진=장금상선 갈무리


글로벌 해운업계에서 '베일에 싸인 인물'로 알려진 한국의 한 젊은 해운 경영인이 최근 중동 전쟁을 계기로 세계 유조선 시장에서 최대 수혜자로 부상했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일(현지시간) 장금상선 계열 장금마리타임을 이끄는 정가현 부회장이 미·이스라엘과 이란 간 무력 충돌 직전 약 70억달러(약 9조8000억원)를 투입해 세계 최대 규모의 초대형원유운반선(VLCC) 선단을 구축한 사례를 집중 조명했다.

WSJ은 이를 두고 "해운 역사에서 보기 드문 단일 시장 베팅"이라고 평가했다.

장금상선은 1989년 한·중 합작 컨테이너선사로 출발해 아시아 역내 교역을 기반으로 성장한 회사다. 유조선 분야에서는 후발주자였던 정 부회장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글로벌 중고 VLCC를 공격적으로 매입하자 시장의 시선은 냉담했다.

전통 해운 강국인 그리스와 북유럽 선주들은 유조선 시장 특유의 높은 변동성을 거론하며 "한국의 신참 재벌이 곧 쓴맛을 보게 될 것"이라고 비웃었다.

그러나 장금상선이 단기간에 확보한 선단 규모는 시장 판도를 흔들 수 있는 수준으로 평가됐다.

그리스 선박중개업체 '엑스클루시브'에 따르면 장금상선 측은 현재 160척 이상의 유조선을 확보했으며 이 중 절반가량이 원유 200만 배럴을 운반하는 VLCC다. 전 세계 VLCC가 약 700~800척 수준임을 고려하면 약 10%를 차지하는 규모다.

정 부회장의 투자 시점은 절묘했다. 올해 3월 미국과 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긴장이 고조되면서 글로벌 원유 공급망이 흔들렸고 해상 운임도 급등했다.

장금상선은 분쟁 이전부터 호르무즈 해협 인근에 VLCC 선단을 배치해 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 선박은 초기에는 원유 저장 수요에 대응해 '부유식 저장 설비'로 활용됐다. 이후 일부는 해협 안팎을 오가며 환적과 단거리 운송에 투입됐다.

아시아 국가들이 미국·유럽산 원유 확보에 나서면서 운송 거리가 늘어나자 유조선 수요는 급증했다. 클락슨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3월 VLCC 하루 평균 운임은 38만5000달러로 2000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이후에도 운임은 고점 대비 다소 조정을 받았지만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현재 하루 용선료는 50만 달러(약 7억5000만원) 안팎에서 형성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 같은 공격적 확장의 배경에는 글로벌 해운 자본도 자리하고 있다. 세계 1위 컨테이너 선사 MSC 공동 창업자인 잔루이지 아폰테 측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알려졌으며 구체적인 지분 구조는 공개되지 않았다.

시장에서는 대규모 선단 확보가 운임 형성에 일정 부분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도 주목한다. 선주가 분산된 구조 속에서 선복을 집중 확보할 경우 시장 내 공급에 간접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다.

다만 이러한 전략이 장기적으로도 지속 가능할지는 불확실하다. 과거에도 대형 선단을 기반으로 시장 영향력을 확대하려다 외부 충격으로 손실을 본 사례가 있기 때문이다.

2000년대 대만의 해운 재벌 노부 수 역시 벌크선 시장에서 성공한 뒤 유조선으로 확장했지만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로 큰 타격을 입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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