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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시간 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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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은 → 반도체 주식, 다음은 비트코인? [홍익희의 비트코인 이야기]

2026.07.03 21:01

(34) 2028년 반감기


자산 시장은 참 묘하다. 오를 때는 모두가 선견지명을 가졌다고 말하고, 내릴 때는 모두가 오래전부터 위험을 알고 있었다고 말한다.

그러나 시장의 속살은 늘 비슷하다. 돈은 한곳에 오래 머물지 않는다. 이야기가 뜨거워진 곳으로 몰려가고, 모두가 그 이야기를 외울 때쯤 조용히 다음 정류장으로 떠난다.

2024년의 정류장은 비트코인이었다. 2024년 1월 10일 미국 SEC가 비트코인 현물 ETF의 거래를 승인하면서, 비트코인은 괴짜들의 전자화폐에서 월가의 투자상품으로 신분증을 새로 발급받았다.

그러나 시장은 늘 한 박자 늦게 온 사람을 시험한다. 2024년에 모두가 ‘디지털 금’을 외치자, 2025년에는 진짜 금과 은이 무대 중앙으로 걸어 나왔다. 2025년 한 해 금은 달러 기준 65.2%, 은은 150.1% 올랐다.

2026년, 시장의 조명은 다시 주식 시장으로 돌아왔다. 이번 간판은 단연 AI와 반도체였다. 코스피는 2026년 6월 18일 사상 처음 장중 9000선을 돌파했다. 코스피 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시가총액 비중은 합산 54%를 넘었다. AI 반도체라는 거대한 엔진이 지수 전체를 끌어올린 장이었다.

2026년 코스피 9000은 단순한 유동성 랠리가 아니었다. 그 밑에는 수출이라는 실물 엔진이 있었다. 5월 수출은 877억5000만달러로 전년 동월 대비 53.2% 늘며 월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은 371억6000만달러로 169.4% 급증해 월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고, 3개월 연속 300억달러를 넘었다.

숫자를 조금 더 뜯어보면 더 선명하다. 2026년 5월 전체 수출 증가액은 전년 동월 대비 약 305억달러다. 이 가운데 반도체 증가분만 약 234억달러다. 단순 역산하면 반도체가 전체 수출 증가분의 약 77%를 설명한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도 2025년 5월 약 24%에서 2026년 5월 약 42%로 뛰었다.

과거가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비트코인은 반감기 직후보다 반감기 이후 1년에서 1년 반 사이에 더 큰 파동을 만든 적이 많았다. (게티이미지뱅크 제공)
주목받는 ‘코리아 리레이팅’

이 변화는 무역 의존도도 다시 끌어올린다. 국가 발전 지표에 따르면 한국의 GDP 대비 수출입 비율 곧 무역 의존도는 1990년 51.3%에서 2025년 92.8%까지 높아졌다. 2026년 5월처럼 수출이 53.2%, 수입이 20.8% 늘면 월간 총무역액은 전년보다 약 38% 늘어난다. 최근 반도체 슈퍼사이클과 IT 부문 중심의 이례적인 수출 폭발 및 내수 회복에 따른 수입액 동반 상승의 영향으로, 무역 의존도 지표가 100% 선에 육박하는 강력한 상승 흐름을 나타내고 있다.

강력한 수출 증가세는 경제성장률도 바꾼다. 한국은행은 2026년 성장률 전망치를 기존 2%에서 2.6%로 올렸다. 한국은행 총재는 예상보다 강한 반도체 경기와 IT 수출 확대가 올해 성장률을 0.7%포인트 끌어올릴 것으로 봤고, 정부 추경과 증시 호황도 각각 0.2%포인트, 0.1%포인트 성장률을 높일 요인으로 설명했다. 반대로 중동 전쟁은 성장률을 0.4%포인트 낮추는 요인으로 제시됐다. OECD도 한국의 2026년 성장률을 2.6%로 전망하며, 반도체 수출이 성장과 민간 투자를 이끌고 있다고 평가했다.

여기서 코리아 리레이팅이 주목받고 있다. 과거의 코리아 디스카운트는 “한국 기업은 돈을 벌어도 주주에게 잘 돌려주지 않는다”는 불신에서 출발했다. 정부가 2024년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을 내놓고, 기업가치 제고 계획 공시와 관련 지수·ETF 등을 추진한 것도 이 문제를 겨냥한 것이다.

여기에 2026년에는 하나가 더 붙었다. 바로 “한국은 AI 인프라 시대 핵심 공급망 국가”라는 재평가다. 코리아 리레이팅은 이제 두 개의 바퀴로 굴러간다. 하나는 밸류업, 곧 지배구조와 주주환원의 개선이다. 다른 하나는 반도체 슈퍼사이클, 곧 경상수지와 경제성장률의 개선이다. 세계가 한국을 미래 산업의 주역으로 다시 보고 있다.

순환하는 자산 시장

자산 시장은 그렇게 한 바퀴를 돈다. 2024년에는 비트코인이 제도권으로 들어왔다. 2025년에는 금과 은이 불안과 인플레이션의 보험으로 달렸다. 2026년에는 반도체 수출과 코스피 9000이 한국 자본 시장의 체급을 바꿨다. 그렇다면 2027년의 다음 정류장은 어디일까.

최근 서울의 아파트 가격이 비정상적으로 치솟고 있다. 집값 안정을 위해서는 두 가지 정책 곧 공급 대책과 수요 억제 정책이 동시에 필요하다. 그런데 서울의 아파트 공급 대책이 턱없이 부족하다. 그래서 나는 내년 자산 시장의 중심은 반도체 붐의 지속과 함께 서울의 역세권 소형빌라, 더 정확히는 재개발을 통해 아파트로 바뀔 입지를 선점하는 소형빌라로 본다.

여기서 말하는 빌라는 월세 받는 임대 상품이 아니다. 핵심은 임대 수요가 아니라 미래의 권리다. 투자자가 사는 것은 낡은 건물이 깔고 앉은 땅, 그 땅이 속한 구역, 그리고 언젠가 새 아파트로 바뀔 가능성이다.

이 흐름을 밀어주는 제도도 있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 5월 서울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 후보지 공모 결과, 총 44곳, 약 6만가구 규모의 주민 제안이 접수됐다고 밝혔다. 이 가운데 역세권 유형은 16곳, 저층 주거지 유형은 25곳, 준공업지역 유형은 3곳이었다. 강남·서초·송파·용산구까지 처음 동참했다는 점도 상징적이다. 더 중요한 것은 사업성이다. 국토교통부는 2026년 4월 도심 공공주택 복합개발 사업의 용적률 법적 상한 완화 1.4배 특례를 기존 역세권 준주거지역에서 역세권 내 일반주거지역과 저층주거지 유형까지 확대한다고 밝혔다.

서울시도 경쟁적으로 뛰어들었다. 역세권의 복합·고밀도 개발을 서울시 325개 전역을 대상으로 확대해 사실상 모든 역세권을 생활거점으로 전환하며, 향후 5년간 역세권 활성화 사업 100곳을 추가 지정한다고 밝혔다. 또한 민간이 주도하는 도심 복합개발을 통해 환승역 반경 500m 이내에서는 용적률을 최대 1300%까지 허용하고, 향후 5년간 35곳의 신규 대상지를 발굴하기로 했다. 일반역은 주거중심형 민간 도심 복합개발을 유도해 최대 허용 용적률을 800%까지 높이겠다고 제시했다.

2028년 반감기를 기다리며

그리고 다시 비트코인이다. 비트코인의 과거 사이클을 보면 재미있는 리듬이 있다. 2012년 반감기 이후 2013년 고점, 2016년 반감기 이후 2017년 고점, 2020년 반감기 이후 2021년 고점이 나왔다. 과거가 미래를 보장하지는 않지만, 비트코인은 반감기 직후보다 반감기 이후 1년에서 1년 반 사이에 더 큰 파동을 만든 적이 많았다.

2024년 반감기 이후의 큰 파동은 이미 한 차례 지나갔다. 이제 시장은 2028년 다음 반감기를 향해 다시 시간표를 짠다. 다음 비트코인 반감기가 2028년 4월 17일 전후다. 그렇다면 비트코인을 다시 진지하게 볼 시기는 언제인가. 내 생각에는 2027년 하반기부터 2028년 초까지가 다음 관심 구간이다.

2028년 전망은 희소성의 자산과 재개발의 자산이 동시에 달력을 펼치는 해다. 비트코인은 디지털 희소성의 반감기를 맞고, 서울의 역세권 빌라는 도심 고밀 개발의 시간표를 탄다. 하나는 블록체인 위의 희소성이고, 다른 하나는 서울 땅 위의 희소성이다. 2024년에는 비트코인 지갑을 들었고, 2025년에는 금괴와 은괴를 들었고, 2026년에는 반도체 주식을 들었다. 2027년에는 반도체 붐의 지속과 함께 지하철역 가까운 낡은 빌라의 등기부를 펼쳐볼지 모른다. 2028년에는 다시 비트코인 반감기 달력을 꺼낼 것이다.

[홍익희 칼럼니스트]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6호(2026.07.01~07.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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