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탄 SMR’ 설치…주민들이 수용할까 [강양구의 ‘사이언스 인사이트’]
2026.07.03 21:01
(7) 원전보다 안전하다는 SMR
15년 만에 원자력 발전소 신규 부지를 선정한 소식을 듣고서 격세지감을 느꼈다. 이재명 대통령이 야당 대표 시절 일본의 후쿠시마 원자력 발전소 오염수 방류 반대 등을 명분으로 24일간 단식 투쟁을 진행한 게 불과 3년 전(2023년 8~9월)이기 때문이다. 그새 권력이 바뀌며 이 대통령도 원자력 발전소의 필요성을 인정한 셈이다.
이번 부지 선정 발표에서는 일반 시민 입장에서 생소한 원자력 발전소도 언급됐다. 1기당 1.4GW 규모 대형 원자력 발전소 2기를 경상북도 영덕군에 짓는 것과 별개로, 부산시 기장군에는 0.7GW 규모 SMR 1기를 짓기로 했다. SMR? 주식 시장을 포함해서 곳곳에서 차세대 원자력 발전소로 언급되기는 하는데 도대체 그 정체는 무엇일까?
SMR은 ‘소형 모듈 원자로(Small Modular Reactor)’를 가리킨다. 이름에 ‘소형’이 들어가다 보니 애초 국제 기준상 우리나라 대형 원전의 약 5분의 1 수준인 0.3GW 규모 이하로 정의했으나, 점점 그 용량이 커져서 지금은 0.5~0.7GW 규모도 SMR이라고 통칭해서 부른다. 사실 용량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 위험을 최소화한 설계다.
처음 SMR은 핵 추진 잠수함에 집어넣는 군사용 원자로가 대세였다. 그러다 1979년 미국 스리마일섬 사고, 1986년 체르노빌 사고, 2011년 후쿠시마 사고 같은 대형 원전 사고가 잇따라 발생하고, 원전 산업의 지속 가능성에 의문이 제기되며 상업용 SMR의 가능성이 1990년대부터 미국 기업을 중심으로 제안되기 시작했다.
상업용 SMR이 처음 겨냥한 지점은 끔찍한 방사성 물질 누출 사고를 일으키는 대형 원전의 치명적인 약점이었다. 대형 원전은 그 설계상 저농축 우라늄이 핵분열을 일으켜서 열을 발생시키는 원자로, 그렇게 발생한 열로 증기를 발생시켜서 외부 터빈을 돌리는 부분(증기 발생기), 결정적으로 이렇게 열 받은 원자로를 식히는 냉각수를 공급하는 부분으로 나뉜다.
이 세 부분이 유기적으로 연결돼야 하니 규모가 커질 수밖에 없다. 셋 중에 한 곳이라도 문제가 발생하면 걷잡을 수 없는 사고로 이어진다. 체르노빌에서는 원자로 자체에서 문제가 발생해 폭발 사고로 이어졌고, 후쿠시마에서는 쓰나미로 냉각수 공급에 문제가 생기며 연쇄 사고가 일어났다.
상업용 SMR은 이 복잡한 세 핵심 역할을 위로 길쭉한 실린더 모양의 상자 하나 안에 일체형으로 집어넣었다. 상자의 가장 밑바닥에는 저농축 우라늄이 핵분열하며 열을 발생시킨다. 그렇게 발생시킨 열이 고온 고압의 물의 온도를 높인다. 이렇게 가열된 물이 상단에 열을 전달해 증기를 발생시키고, 그것이 외부의 터빈을 돌린다. 이 대목에서 상업용 SMR의 핵심이 있다. 대형 원전이든 핵 추진 잠수함의 원자로든 냉각수를 외부에서 공급한다. 대형 원전이 바닷물이나 강물을 냉각수로 사용하기 위해서 바닷가나 하천 주변에 있어야 하는 이유다. 핵 추진 잠수함도 강력한 펌프를 이용해 내부 냉각수를 강제로 순환시키며 원자로를 식힌다.
하지만 이렇게 냉각수를 공급하는 설계는 치명적인 단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후쿠시마 사고처럼 냉각수 공급이 제대로 안 될 때 심각한 문제가 발생한다. 다른 하나는 원활하게 냉각수를 공급해야 하니 원전이 바닷가 아니면 강가에 있어야 한다. 애초 사고 위험을 최소화하고자 시작한 상업용 SMR은 그 해결책을 자연 대류에서 찾았다.
길쭉한 상자의 아래에서 고온 고압으로 가열된 물은 위로 올라간다. ‘따뜻한 물은 위로, 차가운 물은 아래로 내려오는’ 자연 대류의 원리다. 그렇게 위로 올라가서 증기를 발생시키며 온도가 떨어진다. 이렇게 차가워진 물이 다시 상자 아래로 내려와서 원자로의 열로 다시 데워진다. 이 자연 순환이 반복되며 외부 냉각 없이도 상업용 SMR 유지가 가능하다.
“여전히 너무 비싸다”
어떤가? 이론적으로는 상당히 그럴듯하다. 애초 저농축 우라늄을 사용하고, 복잡한 외부 냉각이 필요 없어서 사고 위험이 기존의 대형 원전과 비교할 때 적어진 건 확실하다. 또 다른 안전장치도 있다. SMR을 아예 대형 수조에 집어넣을 수도 있다. 대형 수조에 갇혀 있기에 비상사태나 가동을 멈췄을 때 발생하는 잔열이 수조의 물로 흡수돼 최악의 사고를 막는다.
상업용 SMR을 산업단지, 대형 데이터센터 심지어 주택 단지 안에 설치해도 안전하다고 호언장담하는 이유가 이런 설계 탓이다. 심지어 SMR 안에서 증기를 발생시키고 남은 폐열을 산업단지나 주택단지 난방에도 활용할 수 있으니 에너지 효율을 높이는 데도 좋다는 논리다.
하지만 여전히 남은 과제가 많다. 우선 상업용 SMR 옹호 측의 주장대로 대형 원전과 비교할 때 설치 비용을 획기적으로 낮추는 게 가능할지다. 옹호 측은 공장 대량 생산을 통한 단가 절감이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전문가의 대답은 훨씬 신중하다. 권위 있는 에너지 시장 전문 연구 기관 IEEFA의 경고는 대표적이다. “여전히 너무 비싸고, 느리며, 위험하다.”
시장의 경종을 울린 사례도 있다. 미국 아이다호주에 짓기로 했던 한 SMR 사업 프로젝트(CFPP)는 2016~2020년 설계 초기 당시만 하더라도 초기 목표 발전 단가가 ㎿h당 55달러였다. 그러나 2023년 1월 재산정된 기준 단가가 89달러로 폭등했다. 더구나 이 단가마저도 미국 정부 보조금을 반영한 가격이어서 실제로는 120~140달러에 육박했다.
결국, 이 프로젝트는 2023년 11월 공식 무산됐다. 총 사업비를 건설비로 환산하면 미국의 대형 원전과 다를 바 없어지는 황당한 결과가 나왔기 때문이다. 2035년 가동을 목표로 부산시 기장군에 짓기로 한 국내 최초의 SMR은 과연 이런 실패의 전철을 밟지 않고 순항할 수 있을까?
공포는 반감기가 없다
결정적인 장애물이 더 있다. 설계상 SMR이 기존 대형 원전과 비교했을 때 사고 위험이 적은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시민 수용성은 전혀 다른 문제다. 당장 부산시 기장군의 SMR은 기존 원전 부지 안에 짓기로 했으니 시민 수용성을 따로 따질 필요는 적다.
하지만 애초 SMR의 목적대로 산업단지, 대형 데이터센터, 주택단지 안에 건설하려면 주민 수용성의 장벽을 넘어서야 한다. 예를 들어, 삼성 반도체 사업장이 밀집한 화성 동탄이나 용인 기흥에 과연 SMR를 설치할 수 있을까. 경기도 남부 아파트 부동산 가격을 견인하는 그곳 주민이 SMR을 순순히 수용할까.
그 단적인 증거가 3년 전 대통령 본인이 감행했던 단식의 기억이다. 2011년 후쿠시마 사고가 났을 때 엄청난 양의 방사성 오염수가 정화 처리 과정도 없이 태평양 바다로 흘러나왔다. 하지만, 12년이 지난 2023년까지 한국 인근 바다의 방사능 농도를 높였다는 관측 결과는 없었다. 2023년, 정화 처리까지 거친 후쿠시마 오염수가 나오고 나서 3년이 지난 지금도 마찬가지다.
결코 있어서는 안 될 사고였지만, 그것이 의도치 않은 자연 실험이 됐다. 태평양의 방사능 오염 물질 자정 작용이 생각보다 훨씬 효율적이라는 사실이 확인됐다. 냉전기 태평양에서 진행된 수많은 핵실험을 염두에 두면 어느 정도 예측도 가능한 일이었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은 불안감에 수산물을 끊었고, 당시 야당 대표는 단식까지 나섰다.
이렇게 한 번 각인된 대중의 심리적 공포를 지우기는 쉽지 않다. 과학적 사실과 무관하게 일단 자리 잡은 두려움은, 논리로 설득되지 않는다. 동탄이든 기흥이든, 아파트 단지 옆에 SMR을 세우는 날이 온다면 그날의 진짜 시험 문제는 공학이 아니라 신뢰다. 신뢰는 단식보다 훨씬 오래 걸린다.
[본 기사는 매경이코노미 제2366호(2026.07.01~07.07일자)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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