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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철 골프∙문화투어 즐긴다[정현권의 감성골프]

2026.07.03 21:01

“하루 27홀씩 연속 나흘 골프만 치다가 왔습니다. 더위와 누적된 피로에 스코어도 신통 찮고 왜 이 곳까지 왔나 싶네요.”

지인이 고교 동기들과 4박5일 일정으로 일본 골프투어를 다녀온 소감이다. 매일 낮에는 골프채만 휘두르고 저녁 술자리로 이어진 일정에 피로만 누적됐다고 토로했다.

인근 유서 깊은 유적지와 유명 온천도 제대로 즐기지 못했다며 후회하는 기색이 역력했다. 사람들은 일부러 여행경비를 들여 문화 유적을 구경하러 가는데 이를 놓친 점이 못내 아쉬웠단다.

필자는 언제부턴가 골프를 끝내고 주변에 둘러볼 만한 곳이 있는지를 탐색한다. 하루 이상 일정을 짜면 명소 방문을 빠뜨리지 않는다.

2박3일이면 첫날 골프, 둘쨋날 문화 투어, 셋째날 골프로 엮는 식이다. 특히 여름이면 휴가 계획을 아예 골프와 문화 투어로 조합한다.

최근 포천힐마루CC에서 2박3일 일정을 소화한 것도 그런 취지였다. 서울에서 첫날 아침 일찍 출발해 1시간여만에 골프장에 도착해 잘 관리된 코스에서 골프를 즐겼다.

45홀 대중골프장으로 서울 북쪽에선 최고 명문골프장으로 손색이 없었다. 특히 한국 잔디로 촘촘하게 조성된 코스는 물론이거니와 굽이치는 그린 또한 예술이었다.

골프를 마치고 채석장을 거대한 문화예술 공간으로 변모시킨 포천 아트밸리를 찾았다. 리프트를 타고 올라갔다가 내려오는 길 따라 온갖 문화예술 볼거리에 눈이 호강했다.

체력을 비축할 요량으로 골프를 하면서 주로 카트를 이용한 게 주효했다. 아트밸리 계곡을 따라 구불구불 내려오는 길이 제법 길었다.

늦지 않게 골프텔로 돌아오는 길에 맛집에 들렀다. 나이가 들면서 예전처럼 술을 주도하는 사람도 없었다.

다음 날 오전 8시께 시작된 골프를 끝내고 쉬었다가 오후에 산정호수를 찾았다. 거대한 호수를 둘러싼 고목 사이로 조성된 둘레길 산책이 일품이었다.

평일이라 인적이 드물었고 둘레길을 따라 궁예의 전설을 비운의 스토리를 이미지로 담은 안내 간판들이 흥미로웠다. 길을 가다 문득 나타난 ‘여행이 별거인가 살아가는 인생길이 여행이고, 나그네가 따로 있나 그 길을 걸어가는 내가 나그네이지’라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마지막 날 아침에 시작된 골프와 점심 식사로 모든 일정을 마치고 귀가했다. 늦지 않은 시간이어서 토요일임에도 교통체증은 없었다.

여름 휴가 시즌에는 그린피도 저렴해 가족이나 다른 멤버들과도 다시기회를 만들 생각이다. 한여름 이른 아침 그린피가 평소보다 1만~2만원 저렴한 14만원인데다 7~8월 여름 특가할인혜택도 있다.

휴가철 월~화요일 골프텔 1박(조식 포함)과 36홀 라운드 포함해 1인당 33만8000원 패키지 상품을 이용해 볼만하다. 다른 요일도 이보다 약간 높지만 비교적 저렴한 편이다.

지난 4월에는 2박3일 일정으로 옛 직장동료들과 2팀으로 강진 골프·문화투어를 했다. 동반자들이 골프 스몰 백을 가지고 각자 접근하기 쉬운 KTX를 SRT를 타고 광주 송정역에서 만나 렌트 카로 이동했다.

첫날 강진 읍내 맛집에서 점심을 해결하고 해변에 접한 다산베아체CC에서 골프를 했다. 기암괴석으로 어우러진 주작산이 이채로웠다.

둘쨋날은 아예 골프를 빼고 본격적인 강진투어에 나섰다. 내륙 틈으로 좁고 길게 비집고 들어온 강진만에서 요트로 완도까지 선상 투어를 즐겼다.

청산도를 지나 완도에 이르는 바닷길에서 선장의 해설이 구수했다. 배를 통째로 빌려 청자 본산지 강진만을 탐험하는 멋진 경험이었다.

오후엔 강진읍에 들러 정약용 선뱅 유배지인 사의재(四宜齋)와 시문학파인 김영랑 생가를 찾았다. 그 날 따라 영랑 생가에는 만발한 모란이 우아한 자태로 우릴 반겼다.

마지막 날에는 광주 송정리역에서 멀지 않은 어등산CC에서 골프를 했다. 전라도 고유 음식인 저렴하고(1만원) 풍성한 애호박찌개에 모두 탄성을 질렀다. KTX로 1시간 50분만에 서울로 올라왔다.

다음엔 강원도 문막으로 투어를 떠날 생각이다. 오크밸리 골프장 인근에 위치한 뮤지엄산을 가보려고 한다. 일본의 세계적인 건축가 안도 다다오 흔적을 찾고 각종 음악∙미술 전시공간을 찾을 생각이다.

우리는 골프 때문에 얼마나 소중한 것들을 놓치는가. 과다한 골프 몰입은 우리의 상상력을 제한하고 감성을 무디게 한다.

정현권 골프칼럼니스트/전 매일경제 스포츠레저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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