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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관학교 통합이 답일까…한국군이 놓친 더 큰 문제 [박수찬의 軍]

2026.07.03 09:24

합동성, 사관학교보다 합참이 먼저
장교 키우는 교육이 개혁의 핵심
청년이 꿈꾸는 군인의 미래부터


“이제 사관학교는 각 군의 정예 장교를 길러내는 곳에 머물러서는 안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일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육·해·공군 사관학교 통합의 필요성을 강조하면서 남긴 말이다.
 
안 장관은 회의에서 “사관학교는 미래 전장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사회를 이끌어갈 국가 인재를 양성할 수 있도록 패러다임의 근본적 전환이 필요한 시점”이라며 개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서울 노원구 육군사관학교에서 지난해 2월 열린 제81기 졸업 및 임관식에서 임관 장교들이 거수경례를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육·해·공군사관학교 총동창회가 집단행동을 예고하는 등 반발이 커지는 상황에서도 국방부는 사관학교 통합이 필수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사관학교 구조개혁으로는 한국군이 직면한 문제를 해결할 수 없다는 지적이다. 구조개혁이 만능은 아니라는 것이다.
 
◆합동성 강화는 합참에서 시작돼야
 
국방부가 사관학교 통합의 이유로 제시하는 가장 큰 요인은 합동성이다.
 
안 장관은 “사관학교에서부터 함께 배우고, 훈련하고, 생각하는 과정을 통해 체질화한 후에 야전에서 더 다듬고 진화시켜나가야 한다”며 합동성과 사관학교 통합의 관계를 설명했다.
 
합동성은 육·해·공군이 각자의 작전 영역을 넘어 통합된 지휘 통제와 유기적 협력을 통해 시너지를 키운다는 개념이다. 2010년 천안함 피격 이래 역대 정부에서 끊임없이 강조됐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2026년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그런데 이 과정에서 사관학교 통합이 우선순위로 거론됐던 적은 거의 없었다.
 
합동성 강화는 사관학교가 아닌 합동참모본부를 통해야 하기 때문이다.
 
우크라이나 전쟁의 경우 드론 등 최신 군사·기술 혁신이 두드러진다. 또한 100여년 전의 참호전, 포격전, 시가전, 근접전도 빈번하게 벌어진다.
 
새로운 전투방식이 기존 방식을 대체하지 않고, 기존 방식에 새로운 방식이 계속 추가되는 셈이다.
 
무인기와 위성의 발전은 전장 환경을 더욱 투명하게 한다.
 
한 육군 소위가 훈련 도중 지뢰를 매설하는 작업을 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은폐·기만이 어려운 전장에서 군대는 기회를 엿보며 전자전, 화력, 드론, 기동력을 결합해 적진을 파고 드는 기동작전을 펼쳐야 한다.
 
100여년에 걸친 전쟁 양상이 단일 전장에서 모두 나타나는 현실에서, 야전 부대의 임무 달성 여부는 △장교가 신속한 학습·적응·진화 능력을 어느 정도로 갖췄느냐 △작전 교리와 지휘체계 등이 합동작전에 적합하느냐에 따라 결정된다.
 
우선 장교가 높은 수준의 학습·적응력을 얻으려면 장기적 관점에서 전문성과 유연성을 높일 수 있도록 군 당국이 장교 임관 전부터 일선 부대 복무 시까지 지속적으로 가르쳐야 한다.
 
장교는 수십m 거리 근접 총격전부터 최신 드론전에 이르는 방대한 기술을 습득하고, 전장 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할 능력을 확보할 수 있다.
 
아는 미래전에서 다양한 변수에 능동적으로 대처할 전문성과 유연성을 확립하는 토대가 된다.
 
준비가 부족한 상황에서 장교가 갑작스런 충격에 즉흥적으로 대처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훈련을 받고 있는 육군 소위들이 소총을 겨눈 채 전방을 탐색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정부의 사관학교 통합안처럼 2년간의 군사훈련과 전공심화교육으로는 이같은 덕목을 갖추기가 역부족이다.
 
훨씬 더 오랜 기간 지속되는 심층적인 교육과정이 필요하다.
 
합동교리와 합동지휘체계 및 훈련을 통해 합동성을 증진하는 작업은 합참이 주도해야 한다.
 
이를 토대로 합동작전을 구상하고, 실제 합동전투능력 강화를 이끄는 역할을 맡아야 한다.
 
국방부는 합동참모대학 교육과정을 반드시 이수한 사람이 합참 주요 직위를 맡도록 하는 등 제도적 지원을 하면 된다. 
 
합참과 국방부가 제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한다면, 군 합동성은 자연스레 증진된다.
 
그런데도 합참과 국방부의 역할 대신 사관학교 통합이 합동성 강화의 방법으로 강조되고 있다.
 
이는 사관학교 통합이 국방개혁이라기보다는 정치적 메시지 성격이 더 강하다는 의구심을 초래하는 원인이 될 수 있다.
 
초급 장교의 다수를 차지하는 학군·학사장교와 3사관학교·국군간호사관학교 등의 교육체계 문제는 3군 사관학교와 달리 제대로 거론조차 되지 않는 것도 이같은 의문을 더한다는 지적이다.
 
건군 제76주년 국군의 날 시가행진이 열린 지난 2024년 10월 1일 서울 세종대로에서 육군사관학교 생도들이 행진하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학교의 문법’은 군대와 다르다
 
사관학교는 한국의 고등교육기관이다. 사관학교 입시는 고3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 대입 전형의 일부다.
 
따라서 사관학교 통합은 국방개혁과 더불어 교육개혁의 성격을 띤다.
 
교육개혁은 다른 분야보다 훨씬 어렵다.
 
개편 필요성이 수 차례 제기됐는데도 초등학교 6년, 중학교 3년, 고등학교 3년, 대학교 4년 교육받는 6-3-3-4 학제가 1951년 이래 유지되는 것이 대표적이다. 왜 그럴까.
 
교육개혁을 외칠 때, 급진적·거시적 구조개혁과 이상적 기대가 섞이는 경우가 적지 않다. 하지만 실제 결과는 다르다.
 
지난 2024년 9월 25일 경기 성남시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 날 미디어데이 리허설에서 해군사관학교 생도들이 서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학급, 학년, 교실, 교과목, 시험 등은 학교를 구성하는 기본 틀로서 오랜 역사를 통해 정착된 ‘학교의 문법’이다.
 
급진·거시적 구조개혁 제안은 이같은 역사성을 간과한다. 기존 제도 결함을 과장하고 시스템 변화의 어려움을 과소평가한다.
 
그러면서 ‘이번 제도만 바꾸면 교육은 근본적으로 좋아진다’고 강조한다. 구조 변화와 실제 학습·교수 변화를 혼동하는 셈이다.
 
역사성에 대한 이해 부족과 과도한 자신감이 극적인 구조개혁을 요구하는 동력이다.
 
하지만 오랜 역사성과 실현 가능성 문제라는 현실적 요소에 부딪히는 것이다. 대대적인 공교육 개혁의 성공 사례가 흔치 않은 이유다.
 
이같은 문제를 극복하고 개혁이 성공하려면 목표와 조직의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이뤄야 한다. 또 사회적 측면과 교육 현장의 요구를 모두 세심하게 살펴야 한다.
 
미국 스탠퍼드대 교육사학자 데이비드 라바리는 “교육은 가치 있는 일일 뿐만 아니라 실행 가능한 것이어야 한다”며 “개혁 노력이 목표와 조직 간 균형을 지나치게 한쪽으로 치우치게 하면 실패로 돌아간다”고 지적한 바 있다. 
 
국방부가 속도를 내는 사관학교 통합도 ‘플랫폼을 바꾸면 달라질 것’이라는 판단이 엿보이는, 대규모 구조개혁의 문제점이 드러난다.
 
사관학교 통합이라는 어젠다가 역사성을 지닌 ‘학교의 문법’의 일부가 될 가능성을 떨어뜨리는 모양새다.
 
사관학교 통합 같은 영구적인 해법을 추구하는 대신 교육 목표와 현실적 조건 사이에서 균형을 잡고, 개선과 조정 작업을 지속해서 생도 교육 효과를 높이는 것이 더 중요하다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일각에선 병사와 장교를 연결하는 부사관의 교육훈련 및 전문성 강화가 사관학교 통합보다 훨씬 시급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지난 2월 27일 경남 창원시 해군사관학교 연병장에서 거행된 해군사관학교 제80기 사관생도 졸업식에서 사관생도들이 축하행진인 분열을 하며 경례하고 있다. 해군 제공
◆미래 군인상 제시가 먼저
 
안 장관은 “사관학교 입학성적은 계속 낮아지고 있다”며 “사관학교가 인재들에게 자신의 비전과 잠재력을 펼칠 수 있다는 확신을 주지 못한다는 방증”이라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예비역 등에선 원인과 결과를 혼동한 접근이라는 비판이 나온다.
 
사관학교 입학성적이 낮아지는 것은 직업군인에 대한 사회와 국민의 인식과 관련이 있다.
 
장교는 격오지에서 근무하고, 이사가 잦으며, 자녀 교육 문제를 걱정해야 한다.
 
나이·계급 정년으로 인해 민간 분야보다 일찍 조직을 떠난다. 군인의 사회적 위상도 예전같지 않다.
 
1일 서울 용산구 국방부에서 열린 2026년 전반기 전군주요지휘관회의에서 참석자들이 국민의례를 하고 있다. 국방부 제공
청년들은 장교로서의 경력이 자신과 가족의 미래를 보장해줄 수 있는지를 고민할 수밖에 없다.
 
대입 전형에서 사관학교에 합격한 인원이 일반 대학과 중복 합격하면 이탈하는 비율이 많은 것도 이와 무관치 않다.
 
유능한 청년들이 사회적으로 유망한 직업을 가질 수 있는 곳으로 사관학교 대신 일반 대학을 선택하는 것이다.
 
이를 단순히 사관학교 교육과정 등의 문제로 분류하는 것은 지나친 단순화라는 지적이 나오는 대목이다.
 
이같은 현상을 해소하는 대책으로 사관학교 통합을 내세우는 것은 근본적인 대책이 되지 않는다.
 
군인을 높이 평가하고 존경하는 문화가 미약한 사회에서 유능한 청년들이 사관학교의 문을 두드리기를 바라는 것은 어불성설이다.
 
우수기업 취업박람회에 마련된 육군 부스에서 학생들이 육군 간부로부터 진로 상담을 받고 있다. 세계일보 자료사진
장교에 대한 사회적 시각과 지위·처우가 지금보다 나아지지 않는다면, 사관학교를 통합해도 입학성적 또는 경쟁률 하락을 막을 수 없다.
 
따라서 군인을 바라보는 사회적 시선을 새롭게 정립하고, 정년 연장 또는 폐지 등을 통해 직업군인의 위상을 높이는 것이 우선되어야 한다.
 
이를 위해선 국방부가 한국군과 직업군인의 미래 비전을 우리 사회에 정확히 제시할 필요가 있다.
 
청년이 자신의 인생의 황금기를 장교로 복무하는데 바치겠다고 하면, 장기적 관점에서 경력 개발·경제적 보상·사회적 지위·국가적 위상 등이 어떻게 형성될 것인지를 보여줘야 한다.
 
안규백 국방부 장관이 지난달 26일 오전 서울시 용산구 국방부 브리핑룸으로 드론작전사령부 개편 및 국방 드론·대드론 발전 정책 발표를 위해 입장하고 있다. 뉴스1
한국군의 미래전 수행 방식, 한국 사회에서의 역할과 비중 및 기여 등도 상세하게 제시해야 한다.
 
그래야 청년들이 자신이 장교가 됐을 때의 미래 모습을 알 수 있고, 그 모습이 긍정적이라고 생각되면 장교의 길을 선택할 수도 있을 것이다.
 
국방개혁은 필요하다.
 
다만 개혁은 이상적 목표와 조직의 현실 사이에서 균형을 잡으면서 우선순위를 명확하게 설정해야 달성될 수 있다.
 
우수한 장교를 육성·유지하는 방법이 무엇인지에 대한 고민을 다시 해봐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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