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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사관학교 통합, 더 이상 미루면 안 된다

2026.07.02 20:00

| 김윤태 홍익대 국방AI융합 대학원 교수

사관학교가 무너지고 있다. 엘리트 코스라는 명성은 옛말이 됐다. 합격선 하락도 문제지만 자퇴자가 속출하고 있다. 2021학년도 육군사관학교 입학생도 4명 중 1명이 학교를 떠났다. 학군·학사 장교 역시 지원율과 장기 복무 비율이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흔들리는 장교 양성체계는 곧 국방 위기로 이어질 수 있다.

국방부는 인구절벽에 대응해 2040년까지 상비병력을 50만명에서 37만명으로 줄이는 대신, 간부 비율은 40%에서 63%로 높이고 인공지능(AI)·첨단전력·민간인력을 결합해 더욱 정예화된 국방력을 구축하겠다는 구상을 내놓았다. 그러나 그 핵심축인 유능한 간부의 안정적 확보에는 이미 빨간불이 켜졌다.

원인은 복합적이다. 저출생으로 지원자가 줄어든 데다 군 간부라는 직업의 매력도도 크게 떨어졌다. 12·3 불법계엄 사태 이후 군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여기에 사관학교를 비롯한 간부 양성기관의 구조적 경쟁력 약화까지 겹쳤다.

해결책은 우선 군에 대한 신뢰를 회복하고 처우와 복무 여건을 개선해 직업적 매력도를 높이는 것이다. 다음으로는 간부 양성체계 자체의 경쟁력을 강화해야 한다. 국방부가 추진 중인 사관학교 통합은 그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육·해·공 사관학교를 통합해 1~2학년은 교양·기초교육 과정을, 3~4학년은 각 군 단과대학 개념으로 전공 교육을 이수하는 ‘2+2 체제’가 골자다.

통합의 첫 번째 효과는 규모의 경제다. 현재 각 사관학교는 생도 수가 600~1100명에 불과한 초미니 단과대학 수준이다. 이처럼 분산된 규모로는 경쟁력 있는 교육 인프라를 구축하기 어렵다. 우수한 교수진과 첨단 교육시설을 갖추려면 자원을 한곳에 집중해야 한다.

더 중요한 효과는 합동성 강화다. 현대전은 육·해·공의 경계를 뛰어넘는 합동작전과 이에 걸맞은 군사력 건설이 승패를 좌우한다. 그러나 사관학교 시절 동고동락하며 쌓아온 유대관계는 합동성보다 모군(母軍) 지향성을 각인시킨다. 장교들의 첫걸음은 각 군이 아니라 국군의 정체성에서 시작해야 한다.

영국과 독일, 일본은 이미 통합형 장교 양성체계를 운영하고 있다. 미국도 통합은 아니지만 각 사관학교를 대규모로 운영해 규모의 경제를 실현하고 있다. 15년 전 이명박 정부가 통합을 추진했던 것도 같은 문제의식에서였다.

통합으로 전통이 흔들릴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전통에는 건물·교기·부지 같은 형식의 측면과 명예·헌신·책임 같은 가치의 요소가 있다. 12·3 불법계엄 사태 당시 흔들린 것은 후자였다. 전통은 건물이나 부지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구성원이 함께 만들어가는 가치다.

지방 이전으로 입시 경쟁력이 떨어질 것이라는 우려도 있다. 그러나 대학의 경쟁력은 위치보다 교육의 질이 좌우한다. 포항공대는 지방에 있지만 최고의 이공계 인재를 끌어모으고 있다. 1975년 서울대가 시내에 흩어져 있던 단과대학을 관악캠퍼스로 통합할 당시에도 비슷한 우려가 있었다. 결과는 정반대였다.

우려되는 것은 이 논의가 정치적 프레임에 갇히는 것이다. 국방의 미래와 우수한 장교 양성을 위해 무엇이 최선인가에만 초점을 맞춰야 한다.
김윤태 홍익대 국방AI융합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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