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누더기’ 카드 소득공제 5조 눈앞…이대로 놔두면 재정절벽[리셋, 낡은 세법]
2026.07.03 17:45
1999년 도입 이후 11차례나 연장
소비진작 효과 적고 형평성 문제도
韓조세부담률 OECD 최하위 수준
시대에 뒤떨어진 세제혜택 사업들
일몰 등 통해 차근차근 정비해가야
3일 재정경제부와 국회예산정책처 등에 따르면 올해 신용카드 등 소득공제 감면액은 4조 6298억 원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4년 동안 46.2%나 불었다. 올해 주식 시장 강세에 따른 자산 효과로 올해 감면액은 전망치를 웃돌 가능성이 크다. 실제 올 1~5월 개인카드 승인금액은 446조 2000억 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28조 5000억 원 증가했다.
신용카드 소득공제는 직장인이 총급여의 25%를 초과해 신용카드를 긁으면 초과 금액의 15%를 소득세 계산 때 공제해주는 제도다. 추적이 어려운 현금 대신 카드 사용을 늘려 세원을 넓힌다는 취지로 1999년 9월 한시 도입됐으나 이후 11차례 연장되며 사실상 상시 제도로 자리잡았다. 여기서 발생하는 조세 감면액이 통합고용세액공제(4조 6340억 원)나 근로장려금(4조 5760억 원) 규모와 유사하다.
30년 가까이 공제 혜택을 주면서 제도는 누더기처럼 변했다. 전통시장에서 카드를 쓰면 사용액을 공제해주는 제도가 2012년 도입됐고 이어 대중교통(2013년) 도서·공연비(2018년) 등이 차례로 공제 대상에 더해졌다. 다자녀 지원도 포함돼 최대 400만 원을 공제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 공제가 이미 수명을 다했다는 점에서는 이견이 없다. 국회예산정책처가 신용카드 공제를 재설계 대상으로 분류했다. 지난해 조세특례 심층평가에서도 과표 양성화와 소비 진작 효과가 뚜렷하지 않고 소비 규모를 기준으로 세 부담 경감이 결정되는 방식의 적절성도 충분하지 않다고 지적했다.
형평성 문제도 있다. 신용카드 등 사용금액 소득공제는 과세표준을 줄여주는 방식이어서 같은 금액을 공제받더라도 한계세율이 높은 근로자일수록 실제 절세 효과가 커진다. 총급여별 공제한도 차등 적용 등으로 고소득자 혜택 집중을 일부 완화했지만 소득공제 방식 자체가 유지되는 한 소득이 높을수록 유리한 구조가 남아 있다는 지적이다. 김우철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소득공제는 한계세율이 높은 사람이 유리한 구조”라며 “소득이 낮은 계층은 세금이 거의 없어 제도가 있어도 혜택을 못 받는 경우가 생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신용카드 공제와 같은 손대기 어려운 세금 감면 제도가 지속적으로 누적되면서 우리나라 재정 전반에 부담을 안기고 있다는 점이다. 2016년 37조 4000억 원이었던 조세지출은 올해 80조 5000억 원으로 10년 만에 2배 이상 늘었다.
전문가들은 시대에 뒤떨어진 사업을 중심으로 차근차근 공제규모를 줄여가야 한다고 조언하고 있다. 올해 일몰 예정인 친환경차 개별소비세 감면이 대표적이다. 현재 전기차와 수소차, 하이브리드차를 구매할 경우 각각 최대 300만 원, 400만 원, 70만 원을 감면하고 있다. 전기차 시장이 일정 수준 커진 상태에서 보조금까지 줘야 하냐는 지적이 나온다.
1974년 도입된 뒤 9차례 연장된 농업·임업·어업용 석유류에 대한 간접세 면제도 수술대 위에 올라 있다. 정부는 농림어업인이 면세유를 공급받을 때 부가가치세와 개별소비세, 교통·에너지·환경세, 교육세, 자동차세 등을 면제하고 있다. 올해 감면액은 1조 104억 원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농림어업인의 경영 부담을 낮추는 효과가 크지만 에너지 세제 정상화와 탄소 감축 흐름에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함께 제기된다.
박재환 중앙대 경영학부 교수는 “조세특례는 특정 정책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한시적으로 부여하는 혜택인 만큼 목표가 달성되면 일몰을 통해 정비하는 것이 원칙”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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