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흥식 추기경 "교황 방북, 북한의 자세에 달렸다"
2026.07.03 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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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인 유흥식 추기경은 내년 레오 14세 교황의 북한 방문 성사 여부는 북한의 자세에 달려 있다고 밝혔다. 또 북한에 상주 가톨릭 사제가 있으면 교황의 방북 가능성이 높아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여름 휴가차 한국을 찾은 유 추기경은 3일 서울 광진구 한국천주교주교회의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레오 14세 교황의 방북 실현 가능성은 북한의 자세에 달려 있다”며 “북미 관계의 발전에도 영향을 받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달 바티칸에서 레오 14세 교황을 만나 내년 서울 세계청년대회 참석차 한국을 찾을 예정인 교황에게 북한 방문도 추진해 달라고 요청했다.
유 추기경은 레오 14세 교황이 전임 프란치스코 교황처럼 한반도 평화에 굉장히 관심이 많다고 설명했다. 그는 “지난해 레오 14세 교황이 선출되셨을 때 교황님이 한반도 평화를 위해 큰일을 하시겠다는 영감을 강하게 받았다”며 “이런 바람을 말씀드렸더니 교황님께서 ‘나도 그렇게 됐으면 좋겠다’고 답하셨다”고 전했다. 교황의 방북을 위한 현실적인 조건으로는 사견임을 전제로 “북한에 개신교 목사, 불교 스님, 러시아 정교회 신부는 계시는데 가톨릭 주교·신부·수녀님은 한 분도 안 계신다”며 “평양 장충성당에 한두 명 정도의 상주 사제가 있으면 (교황 방북) 분위기를 만드는 데 큰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새로운 한국인 추기경 임명 가능성에 대해서는 “교황님이 결정할 사안”이라고 말을 아꼈다. 이 대통령은 지난달 레오 14세 교황과의 면담에서 국내 교구에 현직 추기경을 임명해 달라는 한국 천주교계의 염원을 전달했다. 이에 교황은 “새로 추기경을 임명하게 된다면 한국의 사정을 각별히 고려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유 추기경은 “이 대통령이 교황님께 아주 정확하게 잘 말씀드렸다”며 “교황 취임 후 아직 추기경 임명을 안 하셔서 곧 발표하실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 세계청년대회라는 큰 행사를 앞두고 한국인 추기경 임명이 이뤄졌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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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 8월 서울에서 열리는 가톨릭 세계청년대회와 관련해서는 “교황청과 한국 천주교회가 차근차근 대화하면서 잘 준비해 나가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무엇보다 한국을 찾은 전 세계 젊은이들이 한국인들로부터 큰 사랑을 받았다고 느끼고 떠나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가난한 나라의 청년들은 비자를 받는 게 쉽지 않아 한국에 오기 어렵다고 한다”며 “해당국 주교가 확인증을 써준 청년들에게 우리 정부가 비자를 내줬으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청년들의 탈종교화 현상에 대해서는 “교황님을 비롯해 가톨릭 전체가 고민하는 문제”라며 “교회가 먼저 젊은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그들이 무엇을 원하는지 알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유 추기경은 “연기는 가득한데 고기는 (다 타버려) 하나도 없다”는 이탈리아 속담을 소개했다. 젊은이들에게 좋은 말만 하지 말고 구체적인 삶의 증거를 통해 믿음을 보여줘야 한다는 것이다.
유 추기경은 2021년 한국인 최초로 교황청 성직자부 장관에 임명됐고 2022년 김수환·정진석·염수정 추기경에 이어 한국 천주교 역사상 네 번째 추기경에 서임됐다.
이재용 선임기자 jylee@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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