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생할 2000억원이 없었다’…30년 홈플러스 파산 수순
2026.07.03 13:59
14일 내 즉시항고 가능하지만
회생 자금 마련 방법 난항
1만2000여명 근로자 실직 파장
대형마트 업계, 2사 체제로 전환
서울회생법원 회생4부는 3일 홈플러스 기업회생절차 폐지를 결정했다. 이에 따라 홈플러스는 올 3월 회생절차를 개시한 이후 1년 4개월 만에 회생 계획안에 대한 법원 인가를 얻지 못한 채 절차를 마치게 됐다. 회생 계획을 실행하는 데 필요한 전제조건인 2000억원의 자금을 마련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회생법원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 사업 부문 매각이 성사됐지만 잔존 사업부에 대한 M&A가 이루어지지 않은 채 영업을 지속하는 과정에서 매출은 감소하는 반면 급여, 물품대금채무, 조세 등 공익채권이 급증하고 있다”며 “이런 상황에서 기업을 운영하면서 회생계획안을 수행하기 위해서는 운영자금으로 최소 약 2000억원이 필요함에도 현재까지 조달되지 않았다”며 회생계획안의 수행가능성이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달 30일 홈플러스 측은 대형마트를 67개 핵심 점포로 재편해 사업성을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은 수정 회생계획안을 제출했지만 법원은 이 마저 현실성이 없다고 봤다. 여전히 2000억원을 조달하지 않는 한 계획안을 수행할 수 없다는 판단이다.
법적으로 홈플러스의 회생이 재개될 가능성은 남았다. 홈플러스는 채무자회생법에 따라 14일 이내에 즉시항고할 수 있다. 다만 여전히 자금 조달 문제를 해소애야 한다.
법원은 “홈플러스가 자금 조달 후 즉시항고하면 정당한 이유가 인정될 수 있다”며 “이 경우 서울회생법원 재판부가 스스로 폐지결정을 취소하고, 회생계획안 심리·결의를 위한 관계인집회 기일을 지정할 가능성이 열려 있다”고 여지를 남겼다.
다만 이 경우도 지금까지 회생계획 인가의 걸림돌이었던 자금 문제가 해결돼야 한다. 특히 2주 내 2000억원 자금 지원의 돌파구를 마련해야 한다는 점에서 실행 가능성은 미지수다.
홈플러스 대주주인 MBK파트너스와 최대 채권자인 메리츠금융그룹 간의 ‘책임 공방’ 상황이 달라질 계기를 찾기 어려워서다. 메리츠금융그룹은 MBK파트너스와 김병주 MBK 회장의 보증을 조건으로 1천억원의 긴급운영자금(DIP) 대출금을 에스크로에 예치했으나, 나머지 1천억원에 대해서는 MBK 측이 마련해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MBK는 1천억원에 대해 회사 차원의 연대보증을 제공하기로 했으며 이미 김 회장의 개인 증여 등을 통해 수천억원의 자금과 신용을 직간접적으로 부담했다며 맞섰다.
이에 폐지 결정에 대한 즉시항고 등이 14일 이내에 제기되지 않을 경우 폐지 결정은 확정된다. 이 경우 홈플러스는 이달 중 채권자 등의 신청을 통해 파산 절차를 밟게 될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가 파산을 신청하면 법원이 파산 관재인을 선임하고 관재인이 회사 재산을 채권자들에게 배당하게 된다. 메리츠가 홈플러스 62개 자가 점포를 신탁 담보로 잡고 있어 파산 절차 진행시 점포 매각 등 담보권을 실행할 것으로 보인다.
이 과정에서 직원과 입점 업체 점주, 납품 협력사, 전단채 투자자들의 피해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우선 지난 달 말 기준 홈플러스 직원은 1만2000명으로 이들의 일시에 실직할 경우 사회적 파장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홈플러스 납품 중소기업·소상공인 150곳이 아직 받지 못한 납품 대금 규모는 업체당 평균 7억7천400만원으로, 이들은 대금을 받기가 사실상 불가능하다.
일반 상거래 채권은 후순위 채권인데, 홈플러스의 현금성 자산은 지난 2월 말 기준 104억원에 불과하다. 후순위 채권자 격인 전단채 피해자 역시 4019억원에 달하는 피해액을 구제받기 어렵다.
대형할인마트 시장은 앞으로 이마트와 롯데마트 2사 체제로 재편된다. 기존 마트 업계는 신중한 모습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홈플러스 폐점 시 인근 대형마트는 근거리 고객 유입으로 신선식품, 생필품 등 일부 품목 매출 신장 예상된다”면서도 “온라인 쇼핑, 식자재마트 등으로 수요가 몰릴 수 있어 제한적일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실제 청산이 결정되면 중소 협력사 자금난, 직원 고용 문제, 지역 상권 위축 등 다양한 사회적 영향 우려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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