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시간 전
국정원 “쿠팡에 지시 없었다”…美하원 보고서 ‘중국 회수작전 지휘’ 주장 정면 반박
2026.07.03 11:05
공문·통화·회의의 성질이 쟁점…‘업무협의’였나 ‘사실상 지시’였나
유출자 접촉·보안업체 추천·중국 장비 이송 놓고 양측 주장 충돌
위증 고발과 적법절차 논란으로 확산…향후 기록 검증이 관건
미국 하원 법사위원회의 이른바 '쿠팡 보고서(이하 보고서)'가 국가정보원의 쿠팡 개인정보 유출 대응 개입 의혹을 제기한 가운데, 국정원이 "쿠팡 측에 어떤 지시·명령이나 강요를 한 사실이 없다"고 반박했다. 국정원은 7월 1일(현지시각) 공개된 미 하원 법사위 보고서에 국정원 관련 내용이 사실과 다르게 언급돼 있다며, 쿠팡 측 주장을 "허위 사실"이라고 밝혔다.
미 하원 법사위 및 행정국가·규제개혁·반독점 소위원회가 공개한 중간보고서는 쿠팡 전직 직원의 개인정보 무단 접근 사건 이후 국정원이 쿠팡에 법적 협조 의무를 고지하고, 중국 내 IT 장비 회수 과정에 실질적으로 관여했다는 취지의 내용을 담고 있다. 보고서는 국정원이 2025년 12월 1일 쿠팡 측과 첫 접촉을 한 뒤, 장비 회수와 전직 직원 접촉 방식, 경찰 통보 여부 등을 두고 쿠팡 측과 여러 차례 소통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이에 대해 "외국인에 의한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를 국가안보 위협 상황으로 인식해 관련 정보 수집 및 피해확산 방지를 위해 쿠팡 측과 업무협의를 진행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해당 협의가 국가정보원법 제4조상 직무에 근거한 정보 수집과 피해 확산 방지 목적의 협의였으며, 사고 조사에 대해 쿠팡에 지시·명령·강요를 한 사실은 없다고 밝혔다.
◆美보고서 "국정원, 공문으로 법적 협조 의무 고지"
보고서의 핵심 근거 중 하나는 2025년 12월 2일 국정원이 쿠팡에 보냈다는 공문이다. 보고서에 실린 공문 번역본은 '사이버보안 위협의 확인 및 조사를 위해 필요한 운영상 사항에 관한 협조 요청'이라는 제목으로, 국가정보원법 제4조 제1항 제1호 나목·마목, 제4조 제1항 제3호, 제5조 제1항 및 제2항, 국가위기관리 기본지침 제102조·제103조를 관련 법적 근거로 적시했다. 보고서는 이 공문이 쿠팡에 국정원 요청을 따를 법적 의무가 있음을 확인하는 문서라고 해석했다.
보고서는 쿠팡이 이후 국내 대형 로펌 두 곳에 해당 공문을 검토하게 했고, 두 로펌 모두 쿠팡이 국가정보원법 제5조에 따라 국정원의 협조 요청에 응할 의무가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보고서 표현에 따르면 공문은 '협조 요청' 형식이었지만, 쿠팡 측은 이를 선택 사항이 아닌 법적 의무로 이해했다.
국정원은 이 부분을 정면으로 반박했다. 국정원은 이번 입장문에서 "국정원법 제4조(직무)에 근거해 외국인에 의한 대규모 정보유출 사태를 국가안보 위협 상황으로 인식했다"며 "관련 정보 수집 및 피해확산 방지를 위해 쿠팡 측과 업무협의를 진행했다"고 밝혔다. 즉, 보고서가 문제 삼은 공문과 협의를 '조사 지시'가 아니라 국가안보 위협 상황에서의 정보 공유 및 업무협의로 규정한 것이다.
◆'업무협의'인가, '사실상 지시'인가
보고서는 12월 2일 저녁 국정원 관계자들이 쿠팡 측 연락 담당자인 'Arthur'와 대면회의를 갖고, 향후 협조와 소통은 전화와 대면회의로만 진행하며 엄격한 기밀 유지가 필요하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또 쿠팡이 경찰에 회수작전을 알려야 하는지 묻자, 국정원이 "경찰과 조율하겠다"며 쿠팡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답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보고서는 쿠팡이 경찰에 알리지 않는 문제를 계속 우려하자 국정원이 "공문을 보내지 않았느냐, 국가정보원법이 있으니 회사는 따라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주장했다.
국정원은 이 같은 '지시' 프레임을 부인했다. 국정원은 "쿠팡 측은 업무협의 전반에 걸쳐 국정원의 지시가 있었던 것으로 주장하지만, 국정원은 직무 규정에 따라 쿠팡 측과 대규모 개인정보 유출 사태 관련 필요정보 공유를 위한 협의를 했던 것"이라고 밝혔다. 또 "쿠팡사로부터 제공받은 자료도 쿠팡사가 경찰에 이미 제출한 자료 중 일부를 제공받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측 주장의 차이는 협의의 성격을 어떻게 보느냐에 있다. 미 하원 보고서는 국정원의 공문, 기밀 유지 요청, 경찰 통보 관련 답변, 이후 회수 과정의 세부 조율을 근거로 사실상 지휘·지시가 있었다고 본다. 반면 국정원은 국가안보상 정보 유출 사태 대응을 위한 업무협의였을 뿐, 쿠팡의 사고 조사나 장비 확보를 명령하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유출자 접촉은 누가 먼저 제안했나
보고서는 12월 6일 전직 직원이 쿠팡 직원들이 포함된 단체 대화방에 쿠팡 한국 법무부서 전화번호를 요청했고, 쿠팡 측이 이를 국정원에 보고하자 국정원이 전직 직원에게 직접 연락하라고 지시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국정원이 이메일의 "구체적 내용과 어조"를 제안하고, 전직 직원의 협조를 얻기 위한 접근 방식도 제시했다고 적었다. 또 이 정보를 경찰이나 다른 정부기관과 공유하지 말라고 지시했다는 내용도 담았다.
국정원의 설명은 다르다. 국정원은 쿠팡 측이 12월 6일 "유출자와 직접 접촉하고 싶다"며 먼저 문의해 왔고, 이에 국정원은 "최종 판단은 쿠팡사가 하는 것이 맞다"고 수차례 강조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쿠팡이 주장하는 '접촉 지시'가 사실이 아니며, 쿠팡이 스스로 판단해야 할 문제라는 입장을 전달했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이 대목은 향후 사실관계 확인의 핵심 쟁점이다. 보고서는 국정원이 쿠팡의 전직 직원 접촉 방식에 상당히 구체적으로 관여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국정원은 쿠팡이 먼저 의견을 구했고, 국정원은 최종 판단 주체가 쿠팡이라고 반복해 말했다는 것이다.
◆국내 사이버보안 업체 추천 여부
보고서는 12월 9일 국정원이 쿠팡에 회수될 수 있는 데이터를 분석할 국내 사이버보안 업체를 제안했고, "한국 기업이 미국 기업보다 낫다"고 말했다고 적었다. 보고서는 그 이유로 미국 기반 기업들이 한국 수사기관에 비협조적이라는 취지의 설명이 있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에는 쿠팡 측 연락 담당자의 동시대 기록에 "국정원이 여러 접근법을 검토하고 있다", "이것이 국정원 작전이라는 점은 분명했다"는 내용이 있었다는 주장도 포함됐다.
국정원은 이 역시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다. 국정원은 "국정원이 데이터 분석을 위해 한국의 특정 사이버 보안업체 고용을 제안했다는 쿠팡 측 주장 역시 사실이 아니다"라며, 쿠팡 측이 먼저 "미국 업체의 분석결과 회신이 느리다"며 국내 업체 소개를 요청해 와 일반적 수준의 정보를 공유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따라서 이 부분의 쟁점은 '특정 업체 고용 제안'이 있었는지, 아니면 쿠팡의 요청에 따른 일반 정보 제공이었는지다. 보고서는 국정원이 분석업체 선정에 개입한 정황으로 본 반면, 국정원은 쿠팡 요청에 따른 단순 소개 차원이었다고 선을 그었다.
◆중국 내 IT 장비 회수는 국정원이 주도했나
보고서에서 가장 강한 표현이 사용된 부분은 중국 내 IT 장비 회수작전이다. 보고서는 전직 직원이 하드드라이브 4개, 데스크톱 컴퓨터 1대, 그래픽 카드 1개를 중국 상하이의 한쿤 로오피스 사무실로 가져왔고, 쿠팡이 이를 국정원에 알리자 국정원이 "외국 정보기관으로서 중국에서 활동할 수 없으니 쿠팡 직원을 보내 장비를 회수해야 한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또 쿠팡 측이 경찰에 먼저 알리지 않고 작전을 진행하는 것에 우려를 표했지만, 국정원이 "회수가 완료될 때까지 경찰에 알리지 않는 것이 안전하고 성공적인 작전을 보장하는 데 최선"이라고 답했다고 적었다.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과 국정원은 12월 16일 하루 동안 인계 장소와 진술서 내용 등 세부 사항을 확정하기 위해 수십 차례 통화했다.
국정원은 장비 회수 주도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국정원은 "유출자가 중국으로 도피하여 보관하던 IT 장비 회수를 국정원이 주도했다는 쿠팡 측의 주장도 전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다.
국정원은 다른 정부기관을 통해 "중국인 유출자의 IT 장비를 확보했으니 국내로 이송할 수 있도록 지원해 달라"는 쿠팡 측 요청을 전달받기 전까지, 쿠팡과 업무협의를 진행했던 실무 직원은 물론 어느 누구도 IT 장비의 존재와 쿠팡 측 확보 사실을 알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국정원은 이어 쿠팡 측이 다른 정부기관을 통해 국내 이송을 먼저 요청했고, 국정원은 유출자가 하천에 유기한 노트북 등에 국민 3,300여만 명의 개인정보가 저장돼 있을 수 있다고 판단해 장비가 유실·탈취되지 않도록 안전한 국내 이송을 지원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보고서는 이와 반대로 국정원이 장비 회수 전부터 쿠팡 측과 지속적으로 작전 세부 사항을 협의했다고 주장한다. 보고서에 따르면 쿠팡 측 연락 담당자는 12월 17일 상하이에서 장비와 전직 직원의 선서 진술서를 회수했고, 국정원은 인계 장면이 CCTV에 찍히지 않는 사적 장소로 이동하라고 지시했으며, 이후 국정원 관계자가 장비와 진술서를 받아 상하이 주재 한국대사관으로 이동했다. 보고서는 다음 날 국정원이 전직 직원의 지문을 선서 진술서에 받으라고 지시하고, 강에 버려진 노트북 수색을 위해 잠수부를 고용해 달라고 요청했다고도 적었다.
◆국정원은 장비 존재를 언제 알았나
국정원 입장문에서 가장 구체적인 반박은 '인지 시점'이다. 국정원은 쿠팡 측이 다른 정부기관을 통해 국내 이송 지원을 요청하기 전까지 IT 장비의 존재와 쿠팡 측 확보 사실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밝혔다. 이는 보고서의 시간표와 정면으로 충돌한다.
보고서는 12월 11일부터 16일까지 쿠팡이 전직 직원 측과 여러 차례 소통하며 각 교신 내용을 국정원에 알리고 지침을 받았고, 이 과정에서 장비가 상하이에 있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적었다. 또 12월 15일 전직 직원이 장비들을 한쿤 로오피스 상하이 사무실로 가져왔고, 12월 16일 쿠팡이 장비 확보 사실을 국정원에 알렸다고 주장한다.
국정원은 반대로 장비 확보 사실을 쿠팡이 먼저 다른 정부기관을 통해 알려왔으며, 그 전까지 국정원 내부 누구도 장비 존재를 몰랐다는 입장이다. 이 쟁점은 향후 통화 기록, 회의록, 쿠팡과 다른 정부기관 간 연락 경위, 국정원 내부 보고 문건의 존재 여부에 따라 사실관계가 갈릴 수 있다.
◆국정원 "위증 혐의 수사 진행 중"…美보고서 "형사고발 요청이 보복"
국정원은 지난해 12월 30일 국회 6개 상임위 연석청문회 당시 쿠팡 대표가 "국정원의 조사 지시" 등 명백한 허위 내용을 주장했다며, 국회에 위증죄 고발을 요청했다고 밝혔다. 국정원은 국회로부터 고발장을 접수한 경찰이 현재까지 쿠팡 대표의 위증 혐의를 수사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도 국정원의 당시 보도자료 번역본이 수록돼 있다. 해당 번역본에서 국정원은 "자료 요청을 한 것을 제외하고 쿠팡에 어떠한 지시, 명령 또는 승인도 한 적이 없으며, 그렇게 할 위치에 있지도 않다"고 밝혔다. 또 쿠팡이 유출자 접촉 여부에 대한 의견을 물었을 때 "쿠팡이 최종 판단을 하는 것이 적절하다"고 여러 차례 강조했다고 했다. 하드드라이브 포렌식 이미지 생성에 대해서도 쿠팡이 이미 12월 15일 독자적으로 이미지 사본을 복제했고, 국정원은 12월 17일 현장 접촉 전까지 이를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반박했다.
그러나 보고서는 국정원의 위증 고발 요청 자체를 문제 삼는다. 보고서는 로저스가 국회 청문회에서 쿠팡이 자체적으로 조사를 수행한 것이 아니라 정부 지시에 따라 조사했다고 증언했고, 이후 국정원이 이를 부인하며 국회에 위증 혐의 고발을 요청했다고 설명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국회는 2025년 12월 31일 로저스와 쿠팡 전·현직 임원 7명에 대한 형사고발을 결정했고, 2026년 1월 16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로저스를 위증 혐의로 공식 고발했다. 이후 경찰은 로저스를 1월 30일 12시간, 2월 6일 14시간 조사했다고 보고서는 적었다.
◆적법절차 논란도 병행 제기
미 하원 보고서는 국정원 개입 의혹과 별도로, 쿠팡 및 미국 기업들이 한국 규제 절차에서 충분한 방어권을 보장받지 못한다고 주장했다. 보고서는 공정거래위원회 조사를 예로 들며, 미국 기업들이 조사 개시 단계에서 혐의 내용을 충분히 알기 어렵고, 기관의 최종 결정 전까지 조사 근거와 범위를 법원에서 다투기 어렵다고 적었다.
또 보고서는 한국 규제기관의 조사 방식에 대해 예고 없는 새벽 현장조사, 장시간 면담, 형사고발 위협, 광범위한 자료 제출 요구 등을 문제 삼았다. 보고서는 조사 대상 직원들이 회사 사무실과 규제기관 청사에서 장시간 조사를 받고, 요청이 광범위하거나 조사와 무관하더라도 거부할 경우 형사상 방해 혐의 위협을 받는다는 미국 기업 측 주장을 소개했다.
보고서는 쿠팡의 데이터 유출 사건과 관련해 정부기관들이 쿠팡에 4,229건의 문서 제출 요구를 했고, 600명 넘는 직원을 대상으로 652건의 면담을 실시했다고 주장했다. 또 2025년 11월 이후 개시된 40건의 조사 중 33건은 전직 직원의 무단 접근과 직접 관련이 없었다고 적었다.
국정원은 이번 반박문에서 이 같은 적법절차 전반의 문제 제기보다는 국정원 관련 사실관계에만 초점을 맞췄다. 국정원은 쿠팡 측의 일방적 허위 주장에 유감을 표하며, 앞으로도 진상 규명을 위한 제반 활동에 적극 협조하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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