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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를 따라 걷고 숲에 머물다 [울진 특집 해파랑길·금강소나무숲길]

2026.07.03 07:50

해파랑길, 금강소나무숲길 걸으며 일상에 쉼표
해파랑길.
경상북도 울진에는 도시의 화려함이나 인위적으로 조성된 관광지는 그렇게 많지 않다. 그 대신 사람의 발길이 많이 닿지 않은 산, 맑은 바다, 천연 온천 등 날것 그대로의 자연이 울진 여행의 트레이드마크라고 할 수 있다. 때 묻지 않은 자연환경의 경쟁력이 어느 곳보다 뛰어난 곳이 울진이다. 국내에 산과 바다를 모두 즐길 수 있는 곳은 많다. 하지만 울진의 자연은 다른 곳들이 넘볼 수 없는 깊이와 폭을 갖추고 있다. 주마간산 격으로 빠르게 소비하는 관광보다 자연 속에서 느린 호흡으로 쉬어가면서 여행의 의미를 찾는 이들이 늘고 있는 요즘의 여행 트렌드에도 부합하는 곳이다. 국내에서 가장 공기가 맑은 청정지역 울진의 자연 속에서 걷고 쉴 수 있는 몇 군데를 추천한다.

해파랑길 울진구간 : 푸른 바다와 가공되지 않은 원시림

해파랑길은 부산 오륙도에서 강원도 고성 통일전망대로 이어지는 길이 약 750km의 걷기 길이다. 모두 50개 구간으로 구성돼 있으며, 이 가운데 24~27구간 약 70km가 울진 구간에 속한다. 해파랑길 울진 구간은 전체 코스 중에서 가장 조용하고 자연미가 살아 있는 곳으로 동해바다를 조용히 음미하면서 걸을 수 있는 구간으로 평가 받는다. 바다를 오랫동안 곁에 두고 걸을 수 있고, 해변과 숲길의 비율이 적당하면서 온천과 해산물 등 즐길 거리 또한 풍부하다.

후포항.
24코스 : 후포항~기성버스터미널 (20km)

백사장과 울창한 솔숲을 함께 즐길 수 있는 구간이다. 후포항을 출발해서 등기산공원을 거쳐 기성 방향으로 이어지는 이 코스는 관동팔경의 한 곳으로 소나무 숲길과 달빛이 어우러지는 월송정을 지난다. 조선시대 울릉도와 독도를 조사하던 수토사들이 머물던 대풍헌과 고운 모래로 유명한 구산해변을 지난다.

월송정.
25코스: 기성버스터미널~수산교(23km)

울진 구간 중에서 가장 긴 코스. 조선조 숙종이 관동팔경 중 가장 경치가 좋다며 '관동제일루'라는 현판을 하사한 망양정이 있으며, 현대에 설치된 망양정 휴게소는 동해바다를 한눈에 내려다보는 압도적인 조망을 자랑한다. 수산교 근처에서는 왕피천과 바다가 만나는 수려한 경관을 볼 수 있다.

26코스 : 수산교~ 죽변항(13km)

남대천 하구에서 바다로 나갔던 은어들이 회귀하는 길목에 세워진 '울진은어다리'(243m)는 다리 양 끝에 거대한 은어 조형물이 설치돼 포토존으로 인기 있다. 호수를 감싸는 숲과 데크 산책로가 인상적인 자연 호수공원인 연호공원을 지나면 대게와 곰치국으로 유명한 죽변항으로 이어진다.

죽변항.
은어다리 노을.
27코스 : 죽변항~ 고포마을 (11km)

죽변항에서 언덕을 조금 오르면 1910년부터 울진 앞바다의 길잡이가 돼 온 죽변등대를 만난다. 이곳에서 절벽을 따라 키 작은 시릿대(대나무) 숲이 터널을 이루는 '용의 꿈길' 산책로가 펼쳐진다. 대나무 부딪히는 소리와 파도 소리를 들으며 걷는 정취가 일품이다. '용의 꿈길' 끝자락 절벽 위에 드라마 '폭풍속으로' 촬영지였던 세트장은 관광객들의 필수 코스이며, 코스의 종점인 고포마을은 임금 수라상에 오르던 돌미역(고포미역)의 산지다.

용의꿈길.
드라마세트장.
금강소나무숲길 : 대한민국 최고의 초록빛 숲

울진 금강소나무 숲길은 인공적으로 조성된 산책로가 아니다. 수백 년간 자라온 소나무 군락의 원시림을 그대로 살린 명품 트레일로 산림청에서 '대한민국 1호 국가숲길'로 지정된 바 있다. 이 길을 걸으려면 사전 예약을 하고 가이드를 동반해야 한다(올해는 5월 2일부터 11월 30일까지). 국가대표급 소나무들을 보호하기 위해 사람들이 몰리는 것을 적절히 통제하기 위해서다.

오백년 소나무.
숙종 때부터 일반인 출입과 벌목을 엄격히 금지해 왔기에 지금의 멋진 소나무숲을 이룰 수 있었다. '금강소나무' 또는 황장목이라 부르는 이 소나무들은 줄기가 곧고 단단하며 뒤틀림이 없어 조선 시대부터 궁궐을 짓거나 임금의 관을 짜는 데 사용됐던 고급 목재다. 1구간부터 5구간, 가족탐방로 등으로 나뉘어 운영되며, 옛 보부상들이 넘나들던 십이령 옛길과 금강송 군락지를 함께 만날 수 있다. 총 길이 80여 km인 이 길은 한 번에 모든 코스를 주파할 수 없고 한 번에 한 개 구간만 걸을 수 있다. 대표적인 코스 3곳을 소개한다.

십이령보부상길.
1코스 : 두천리~소광2리(13.5km)

보부상들이 울진 흥부장에서 봉화 춘양장으로 소금을 지고 왕래하던 '십이령 보부상길'의 일부다. 찬물내기, 샛재, 성황당 등 역사적 장소들이 많아 스토리가 있는 트레킹을 즐기기에 좋다.

3코스 : 소광2리~금강송 군락지~소광2리 (원점회귀 16km)

금강소나무숲길의 정수인 금강소나무 군락지를 관통하는 코스. 수령 500년이 넘는 '오백년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이 나무는 높이 약 25m, 둘레 약 4.3m로 일반 소나무와 달리 줄기가 하늘을 향해 곧게 뻗어 있으며, 붉은빛을 띠는 금강소나무 특유의 수피가 거북이 등껍질처럼 강인한 인상을 준다. 또한 이 길에서는 조선말 나무 징발을 금지하기 위해 새겨둔 '황장봉산 동계표석'을 볼 수 있다.

장군송.
가족탐방로 : 산림수련관~오백년소나무(보호수)~미인송~관망대 ~산림수련관 (원점회귀, 5.5km)

경사가 완만하고 거리가 짧아 어린아이부터 어르신까지 온 가족이 편안하게 걸을 수 있다. 숙종 때부터 황장봉산(궁궐 건축용 숲)으로 지정되어 국가가 엄격하게 관리해와 때묻지않은 숲의 정수를 보여주는 이 코스에서는 수령 530년의 '오백년 소나무'와 높이 35m에 달하는 '미인송' 등 국가대표급 소나무를 만날 수 있다.

금강송에코리움 : 도심의 소음을 끄고 금강송숲속에서 쉬다

금강송에코리움은 한국관광공사가 우수 웰니스 관광지로 선정한 대표적 산림 치유형 체류 단지다. 울진군 금강송면 산속에 자리 잡은 이곳은 펜션이나 호텔이라기보다는 자연 속에서 몸과 마음을 정화하는 숲속 수련원이나 웰니스 리조트에 가깝다. 이곳에는 와이파이가 없다. TV도 볼 수 없다. 스마트폰이나 미디어에서 벗어나 자연의 소리에 귀 기울이자는 의도가 담긴 곳이다. 매점 및 편의시설은 기대하지 않는 편이 낫다. 오지에서 '치유'를 목적으로 하는 공간이라 간식이나 음료, 개인 물품은 각자 챙겨 와야 한다.

금강송에코리움.
2인실에서 10인실 규모의 숙소가 있고 취사 시설이 없는 대신 자연식 중심의 건강한 식사가 패키지로 제공된다. 단, 사정에 따라 숙박 위주로만 운영되기도 하므로 방문 전 예약 사이트(pinestay.com)에서 확인할 것을 권한다. 부대시설로는 금강소나무의 역사와 가치를 일목요연하게 알 수 있는 전시관과 명상과 요가 프로그램이 진행되는 금강송 치유센터 등이 있다.

금강송에코리움.
구수곡자연휴양림 : 호젓하고 깊은 자연의 품

울진군 북면에 있는 구수곡자연휴양림은 구수골이라는 계곡 안에 있다. 원시림으로 유명한 응봉산 일대에서 시작되는 약 10km의 계곡으로 금강소나무숲길 4코스가 계곡 상류를 지난다. 응봉산에서 발원한 아홉 개의 물줄기가 한데 모여 흐르는 계곡이라는 데서 '구수곡九水谷'이라는 이름이 붙었다. 천연기념물로 보호받는 산양의 서식지이면서 수달이 살 정도로 물이 깨끗하다. 작은 소沼 18개와 폭포 10여 개가 장관을 이루는 구수골은 골짜기를 건너는 곳마다 아치형 다리가 놓여 있고, 등산로도 잘 정비돼 있다.

구수곡계곡.
구수골은 많은 부분이 옥빛 계류와 암반으로 이루어져 직접 계류 속을 걸어 보고픈 유혹마저 느끼게 된다. 폭우가 내려 물이 크게 불어난 경우만 아니면 계곡산행에 무리가 없을 만큼 물길 또한 순한 편이다. 국내 유일의 자연 용출 온천인 '덕구온천'이 멀지 않아 낮에는 산림욕과 가벼운 트레킹을 즐기고, 저녁에는 온천욕을 함께 곁들이는 힐링 여행 코스로 인기 있다.

구수곡휴양림.
월간산 7월호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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