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해지자, 노무현·문재인 정부는 왜 정권재창출에 실패했나 [조성식의 통찰]
2026.07.03 06:52
| ▲ 이재명 대통령이 2일 충남 아산시에서 열린 충청권 첨단산업 발전비전 국민보고회에서 축사를 하고 있다. 2026.7.2 [청와대통신사진기자단] |
| ⓒ 연합뉴스 |
이른바 코어(핵심) 지지층 이탈로 집권 1년 만에 이재명 대통령 지지율이 떨어지고 정권이 위기를 맞았다는 '경고'가 화제인 모양이다. 그럼, 이렇게 물어보자. 핵심 지지층만으로 정권이 성공할 수 있는가? 열성 지지층만으로 정권 재창출이 가능한가? 대통령이 지지층을 넘어 국민 전체를 바라보고 정치하는 게 잘못인가?
솔직히 얘기해 보자. 문재인 정부가 성공했는가? 노무현 정부가 성공했는가? 성공의 기준을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따라 답이 달라질 수 있지만, 일반적 기준으로는 성공했다고 보기 어렵다. 가장 큰 이유는 정권 재창출에 실패했기 때문이다. 이는 문재인이나 노무현이라는 정치인 개인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다.
물론 정권이 반대쪽으로 넘어갔다고 해서 실패한 정부라고 규정할 수 있느냐는 반론에 부딪힐 수 있다. 일반적으로는 집권 기간 내에 나라가 얼마나 발전하고 국민의 삶이 얼마나 향상됐는지가 가장 중요한 기준이다. 진보 진영에서는 진보적 이념을 얼마나 정책에 반영했는지를 으뜸 기준으로 삼을 수도 있겠다. 어쨌든 이런 시각에서는 노무현 정부나 문재인 정부가 실패했다고 단정할 수 없다. 공도 있고 과도 있다.
그런데 공과는 그다지 변별력이 없는 잣대다. 어느 정권이든 공만 있거나 과만 있을 수 없기 때문이다. 평가자의 신념이나 세계관에 따라 판단이 다를 수도 있다. 어떤 가치를, 어떤 성과를 더 중요하게 여기느냐에 따라 공이 돋보일 수도, 과가 커 보일 수도 있다. 정권 재창출 여부가 그나마 객관적 평가 기준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복잡하게 생각할 것 없다. 노무현 정부에 대한 실망이 탄생시킨 이명박-박근혜 정부에서 민주주의가 어떻게 퇴보했는지, 촛불혁명의 수혜자인 문재인 정부가 잉태한 윤석열 정부가 어떻게 나라를 망가뜨렸는지를 잊지 않는다면 말이다. 노무현-문재인 정부에서 추구했던 가치가 얼마나 훼손되고 모욕당했는지, 얼마나 많은 정책과 법률이 뒤집히고, 얼마나 많은 정치적 보복이 있었는지를.
정치공학적 접근으로 비칠지 모르지만, 아무리 집권 기간에 진보적 개혁을 추진하고 지지층의 환호를 받았더라도 정권 재창출을 이루지 못하면 말짱 도루묵이다. 그 점에서 노무현·문재인 정권의 실패에 연루됐거나 책임이 있는 유명 인사들이 '민주당 정체성'을 들먹이면서 이재명 정부를 흔드는 건 이치에도 안 맞고 국민에 대한 도리도 아니다.
정당과 그 지지자들에게 정권 재창출은 정권 획득 못지 않게 중요하다. 정권 재창출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국민 다수의 신뢰와 지지를 받아야 한다. 그러려면 누구나 인정할 만한 정책적 성과를 내야 한다. 국민에게 효능감 주는 정치를 해야 한다. 그것만으로도 부족하다. 지지기반 확대가 뒷받침돼야 한다. 그래서 중도층 흡수가 중요하고 상황에 따라 타협도 필요하다.
민주당 지지자 중에는 '중도층 타령'에 진절머리내는 사람이 많지만, 중도층 민심은 변수가 아니라 상수다. 정치적 양극화가 극심해 정권이 교체되면 모든 것이 뒤집히는 우리나라에서는 더욱 그렇다. 민주·진보 진영의 지지층, 더욱이 핵심 지지층만으로는 어림도 없다는 것이 역대 대선의 교훈이다. 필요하다면 정치적 이념이 다른 집단과도 손을 잡아야 한다.
이재명 정부 성공과 정권 재창출 바란다면
| ▲ 이재명 대통령이 1일 문재인 전 대통령을 청와대에 초청해 오찬과 산책을 함께 하며 국정 현안과 국제 정세에 대해 대화를 나누었다. |
| ⓒ 청와대 |
유감스럽게도 정치는 도덕이 아니다. 김영삼 정부의 토대는 그 많은 욕을 먹었던 3당 합당이었다. 김대중 정부의 기반은 DJP(김대중-김종필-박태준) 연합이었다. 노무현 후보는 정몽준 후보와의 단일화로 막판 대역전극을 연출했다.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정부의 탄생은 대통령 탄핵에 따른 민심의 쏠림 덕분이었다. 중도층 합류가 결정적이었다.
이 뻔한 정치 현실을 외면하거나 왜곡하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 진정 이재명 정부의 성공과 정권 재창출을 바란다면, 핵심 지지층의 '지분'을 내세워 위화감을 조성할 게 아니라 지지층을 늘려서 범국민적 지지를 받게 도와야 하지 않겠는가?
돌이켜 보면 역대 민주당 정권의 외연 확장 시도는 매번 논란을 넘어 분란에 휩싸였다. 김대중 대통령의 동진(東進) 정책은 동서 화합을 통한 국민통합이라는 대의가 있었음에도 전통 지지층에게 배신감을 안겼다. 전·노(전두환·노태우 전 대통령) 사면은 더했다. 많은 사람이 분노를 터뜨렸는데, 나도 그중 한 명이었다. 그러나 DJ는 지지층 이탈의 아픔을 감내하면서 화합의 소신을 굽히지 않았다.
노무현 대통령의 대연정 제안은 반대 진영은 물론 지지층으로부터도 극렬한 반감을 샀다. 하지만 지역주의 타파에 정치 인생을 건 그의 진정성을 이해한다면, 비록 방법론에 문제가 있더라도 그렇게까지 분개할 일은 아니었다(나 역시 비난 대열에 동참했지만). 노 대통령이 지지층의 반발과 진보적 가치의 훼손을 무릅쓰고 이라크 파병과 한미FTA(자유무역협정)를 결단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었다.
문재인 정부는 결이 달랐다. 박근혜 대통령이 탄핵당하는 바람에 손쉽게 정권을 차지한 문 대통령과 민주당은 임기 초반 국민의 압도적 지지에 자만과 독선의 늪에 빠졌다. 정권의 신뢰를 등에 업은 윤석열 검찰의 적폐 청산 수사는 성과가 적지 않았지만, 진영 간 적대의 골은 돌이킬 수 없을 정도로 깊어졌다. 정치적 표적 수사의 산물이지만 불공정 문제에 불을 지핀 조국 사태는 지지층 분열과 중도층 이탈을 빚었다.
민주당의 입법 독주는 지지층 결집 효과를 냈지만, 중도층과 무당층의 반감을 키웠다. 섣부른 소득주도성장과 최저임금 정책, 무성의한 코로나 피해 보상은 500만 자영업자와 소상공인의 원성을 샀다. 노무현 정부의 실패를 답습한 부동산 실정은 서민과 중도층, 청년층에게 타격을 입혀 정권 심판론의 명분을 제공했다.
이재명 정부는 문재인 정부의 정치적·정책적 실패를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 두 정부의 탄생 배경과 정치적 환경은 놀라울 정도로 닮았다. 다른 점은 이념 지형과 지지기반이다. 문재인 정부가 진보적 가치에 중점을 뒀다면, 이재명 정부는 실용적 가치를 중시한다. 두 정부의 핵심 지지기반은 겹치지만, 이재명 정부의 지지층은 좀 더 다양하고 복합적이다. '원주민'과 '이주민'의 갈등은 곧 문재인 정부와 이재명 정부의 차별점이기도 하다.
핵심 지지층 분열과 이탈에 대한 우려는 일리가 있다. 그렇지만 일반 국민이 공감하기 어려운 그들만의 잣대로 정권을 흔드는 건 권력 투쟁, 이념 투쟁으로 비칠 뿐이다. 그러면 노무현 정부 때 그랬듯이 국정 안정감과 신뢰도가 떨어지고, 나아가 정권 재창출에 부정적 영향을 끼칠 것이다.
이재명 정부가 내부 분열로 휘청거린다면 불행
| ▲ 김민석 국무총리는 6월 25일 "검찰 보완수사권 폐지를 정부의 기본 입장으로 최종 정리했다"고 밝혔다, 사진은 이날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모습. |
| ⓒ 연합뉴스 |
'원리주의자'들이 끊임없이 문제 삼는 검찰 개혁만 해도 그렇다. 수사·기소 분리를 통한 검찰 개혁 완성은 진보 진영의 숙원이었다. 검찰을 기소청과 중대범죄수사청으로 쪼갬으로써 검찰 권력을 제도적으로 해체한 이재명 정부를 검찰 개혁 의지가 없다고 공격하는 건 지나치다.
국민 일상에 중대한 변화를 일으키고 형사사법제도의 근간을 바꾸는 개혁을 추진하면서 "부작용과 피해가 발생하면 그때 가서 바꾸면 된다"거나 경찰과 중대범죄수사청의 부실 수사와 수사권 남용 우려에 대해 "검사가 영장을 청구해주지 않거나 기소하지 않으면 된다"는 주장을 늘어놓는 건 무책임하고 모순적이다. 논란 끝에 정부가 검사의 보완수사권 폐지를 기본 입장으로 정한 만큼, 민주당은 기관 간 견제와 균형 원리가 작동하고 국민 피해를 최소화할 효율적이고 실용적인 법제화에 최선을 다해야 한다.
민주당은 국민이 다음 총선 때도 의석을 몰아줄 거라고 자만하면 안 된다. 내란 청산과 정권 견제는 별개다. '불가역적 개혁'이라는 말이 유행인 모양인데, 의회 권력을 빼앗기고 정권마저 넘겨주면 모래성처럼 무너질 말이다. '불가역적'이 '가역적'으로 바뀌지 않게 하려면 중도층도 수긍할 만한 합리적 개혁을 추진해야 한다.
답은 나와 있다. 이 대통령 지론대로 지지기반의 외연 확장이다. 이는 효능감 있는 정치와 국민 삶의 질을 높이는 정책의 성공에 달려 있다. 이념적 내전 상태인 정치 양극화를 해소하고 정권 교체 때마다 반복되는 정치 보복의 악순환을 끊는 길이기도 하다.
권력은 권력일 뿐이다. 선하고 정의로운 권력은 없다. 위선과 부패와 갑질은 특정 진영의 문제가 아니다. 인사가 만사라고, 진보 진영은 물론 중도층 눈높이에도 맞지 않았던 몇 번의 인사 실패를 대수롭잖게 여기면 안 된다. 민주당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정체성과 근본적으로 맞지 않는 인사를 공천하거나 대중적 신뢰도가 떨어지는 선동형 정치인을 당직에 중용하는 건 지양해야 한다. 민심 이반의 원인이다.
더 중요한 것은 정책이다. 나라 경제를 살찌우는 것 이상으로 경제적 양극화 해소에 진력해야 한다. 특히 이 대통령이 공언한 부동산 개혁에 실패하면 애써 벌어놓은 점수를 한번에 까먹을 수 있다. 진영 내 이념 논쟁이나 당내 권력 다툼 벌일 때가 아니다. 중도층과 청년층은 그런 거 아주 싫어한다.
그 점에서 전·현직 대통령이 만나 지지층 내부 단합과 국민 통합을 강조한 것은 시의적절하다. 내란 세력과의 공존은 힘들지만, 이들에 대한 심판은 사법절차에 맡기는 게 순리다. 우리 편 외에는 다 척결해야 한다는 식으로 선동하는 사람들은 진보주의자가 아니라 민주주의의 적일 뿐이다. 우파의 '안보 상업주의' 못지않게 좌파의 '진보 상업주의'도 경계해야 마땅하다.
정권에 대한 견제와 비판은 필요하지만, 다수 국민을 위한 실용적 노선보다 진영의 정치적 신념이 더 중요한 것처럼 핵심 지지층을 자극하는 건 진의와 상관없이 바람직해 보이지 않는다. '실력'을 1순위로 내세운 이재명 정부가 내부 분열로 휘청거린다면, 나라와 국민에게 불행한 일이다.
저작권 보호를 위해 본문의 일부만 표시됩니다.
원문 보기 →댓글 (0)
첫 번째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중대범죄수사청의 다른 소식
모든 소식을 불러왔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