협치의 무덤이 된 ‘법안의 무덤’[점선면]
2026.07.03 07:00
선(맥락들): 정쟁에 발 묶이는 민생 법안
면(관점들): 실천이 문제
또 ‘반쪽 국회’입니다. 국회는 지난달 30일 본회의를 열고 국민의힘이 불참한 가운데 더불어민주당 주도로 11개 상임위원장을 선출했습니다. 단독 선출을 강행한 여당과 표결에 참여하지 않은 야당은 서로를 비난했습니다. 대체 여야는 상임위원장 자리에 왜 이렇게까지 사활을 거는 걸까요?
가장 큰 쟁점은 바로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 위원장이었습니다. 오늘 레터에서는 ‘법안의 무덤’으로도 불리는 법사위에 대해 이야기 나눠볼게요. ‘이름은 많이 들었는데, 그 법안은 어디로 갔을까?’ 궁금한 적이 있다면 오늘 레터를 끝까지 읽어주세요.
국회는 민주당 주도로 22대 국회 후반기 상임위원장을 선출했어요. 민주당은 18개 상임위 중 법제사법위원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를 포함해 11개 상임위의 위원장을 가져갔어요. 야당 몫으로 남겨둔 상임위는 교육위원회, 외교통일위원회 등 7개입니다.
여야는 상임위원장 배분을 두고 막판까지 협상을 벌였습니다. 양당 협상을 위해 본회의 시작 시간도 3시간 밀렸지만, 여야는 끝내 평행선을 달렸습니다. 계속된 협상에도 법사위원장 배분 문제에서 여야가 접점을 찾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민주당은 야당과 합의에 이르지 못한 채 22대 국회 후반기 법사위원장으로 자당 서영교 의원을 선출했어요. 서 의원은 오는 10월 중대범죄수사청과 공소청 출범을 앞두고 형사소송법 개정 등 법안 논의를 이끌게 됩니다.
여야가 법사위원장을 사수하려는 이유는 법사위가 양원제 의회의 ‘상원’과 다름 없는 역할을 하기 때문입니다. 각 상임위에서 논의하고 통과시킨 법안은 법사위를 거쳐 본회의에 올라가요. 법사위는 체계·자구 심사 권한이 있거든요. 특정 법안이 기존 법과 충돌하지 않는지, 자구에 문제가 없는지 등을 따져보는 겁니다.
법사위는 검찰과 법원을 소관기관으로 두고, 대통령 등의 탄핵소추도 관할해요. 이처럼 막강한 권한을 가진 탓에 법사위는 역대 국회 원 구성 협상의 핵심 쟁점이 되었어요. 법사위원장을 어디서 맡는가는 정치적 상황에 따라 달라졌는데, 정부·여당을 견제하고 다수당의 횡포를 막자는 취지로 주로 야당 혹은 원내 2당이 가져갔어요.
하지만 이는 국회 마비로 귀결되기도 했어요. 여야 쟁점 법안 통과를 저지하려고 법사위 회의를 아예 열지 않으면, 일반 민생법안도 처리가 막히거든요. 실제로 윤석열 정부 시기인 2023년 국민의힘이(위원장 김도읍) 이동관 방송통신위원장 탄핵소추안 상정을 막기 위해 법사위를 20분 만에 산회한 일이 있었는데요. 당시 ‘서울 초등교사 자살 사건’을 계기로 마련된 아동학대범죄 처벌 특례법 개정안과 ‘취업 후 학자금 상환 특별법’ 등이 함께 법사위에 발이 묶였습니다.
이밖에도 사회적 타협점을 찾기 힘든 법안이 법사위에서 법 체계와 자구 심사를 이유로 시간을 끌다 자동폐기되는 사례는 위원장의 당적이 어디든 수없이 많았습니다. 이 때문에 법사위는 법안의 무덤이라는 오명을 얻게 됐죠.
원 구성 협상 때마다 반복되는 여야 갈등을 멈추기 위해선 근본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법사위 힘 빼기’는 체계·자구 심사 권한이 핵심입니다. 이 권한을 아예 없애거나, 별도 자문기구로 넘기는 방안이 대안으로 제시돼요. 각 상임위로 권한을 분산하는 방법도 있겠습니다.
사실 논의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이미 많았습니다. 법사위의 체계·자구 심사 권한을 축소하는 내용의 법안이 앞서 여러 차례 발의됐으나 폐기됐고, 민주당은 아예 권한 폐지를 주장하기도 했어요. 문제는 실천입니다. 특히 민주당이 민생개혁 입법 등을 이유로 야당이 법사위원장을 맡아온 관례를 깨면서까지 자리를 확보한 만큼, 법사위 개혁 논의에도 책임 있는 자세를 보여야 합니다.
법안의 무덤이 협치의 무덤까지 되는 정치, 언제까지 봐야 할까요? 당리당략에만 매몰돼 법사위원장을 가져오려고 싸울 것이 아니라, 필요한 법이 적절한 시기에 통과되도록 여야가 머리를 맞대야 합니다. 이제는 더 나은 민생 법안을 만들기 위해 선의의 경쟁을 펼치는 국회의 모습을 보고 싶습니다.
“하나를 보더라도 입체적으로” 경향신문 뉴스레터 <점선면>의 슬로건입니다. 독자들이 생각해볼 만한 이슈를 점(사실), 선(맥락), 면(관점)으로 분석해 입체적으로 보여드립니다. 매주 월·수·금요일 오전 7시, 하루 10분 <점선면>을 읽으면서 ‘생각의 근육’을 키워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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